프린스 오브 웨일스 14 버섯

왕자의 배가 말해. “이것이다. 그래, 이것을 먹으면 된다.”

by 류인환

쥐의 검은 눈동자 외곽으로 흰자위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나무 뒤편에서 셀 수 없을 정도의 쥐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새소리 같던 울림은 곧 귀를 찢어낼 듯 긁는 소리로 변했어. 날다람쥐가 작은 손가락으로 먼 풀밭을 가리켜.


“일단 날 죽이고 저기 풀숲 구석의 빨간 꽃과 황토를 배가 터지도록 먹고 있어. 포자를 뱉어내야지. 내가 다른 쥐에 옮겨 붙으면 너를 고쳐줄 테니 기다려. 미개한 짐승아”


왕자는 심호흡을 했어. 번쩍 팔을 들었지. 그리고 힘껏 나뭇가지 위 날다람쥐를 찍어 내렸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는 쪼개졌고 두개골이 박살난 쥐는 숨 멎었어. 충격음에 도망치는 새의 날갯짓 소리. 먼 곳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가 곧 고요해졌어. 왕자는 바닥에 떨어진 다람쥐의 시체를 주워 씹어 보았어. 이빨에 패이는 부드러운 살의 감촉. 따뜻했지. 그리고 바스러지는 작은 뼈. 시큼한 맛이 일어. 잘근잘근 씹었어. 시체는 비릿하면서도 상큼했으며, 뱉고 싶을 만큼 쓰면서도 달콤한 끝 맛이 느껴졌어. 무엇보다도 왕자의 뱃속은 다시 가동되는 오래된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해. 왕자는 배고픈 만족감을 느꼈어.


날다람쥐 자체를 맛본 셈이야.


정령들의 말이 혼란스러웠지. 먹는다는 것. 그것이 맛본다는 것인지. 소유하는 것인지. 대체하는 것인지. 흡수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먹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지. 왕자는 털썩 주저앉고 한숨을 쉬었어. 우선, 살고 보아야 해. 자신에 몸에 그 늙은 정령이 살아있다니. 아니 기생에 성공한 버섯에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다니. 아직도 그를 가지려는 끈질김. 겁이 났어. 불쾌해지고 조급해졌어.


저린 몸을 이끌고 날다람쥐가 말했던 풀밭으로 기어갔어. 붉은 꽃. 거부감이 들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 씹었어. 쓰린 맛이 나. 그때, 왕자의 배가 말해. “이것이다. 그래, 이것을 먹으면 된다!” 왕자는 흙과 풀을 허겁지겁 먹었어. 왕자는 피를 토하고 진물이 나오면서도 꾸역꾸역 정령이 가리켰던 풀과 흙을 씹어 먹었어. 더는 먹지 못할 때까지. 그리고 정신을 잃었지.




“일어나요.”


예의 그 새소리 같은 날다람쥐의 목소리가 들려. 왕자는 힘겹게 눈을 떴어. 눈꺼풀 바로 앞, 날다람쥐가 서 있어. 이빨은 곧바로 세워졌어.


“덕분에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물론 죽었다 다시 살아난 것이지만. 이게 늘 헷갈린단 말이에요. 암튼 고마워요 당신. 약속한 대로 몸을 회생시켜줄게요. 더는 그 늙은 정령이 꼼수를 쓰지 못할 거야. 그 버섯만 다시 먹지 마요. 참 짐승들은 멍청하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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