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하나같이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있었기에.
몇달 전 신하들은 왕비를 궁전 밖으로 끌어내 죽이라 명령했지만, 경비원은 차마 왕비를 제 손으로 죽일 수 없었어. 소녀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지켜왔어. 자식과 다름없지. 이제 와서 죽여야 한다니! 자신의 세월을 버리는 것이기도 했어. 그리고 사실, 더는 왕비의 몸에 손을 대기 싫었어. 신하들은 말했어. 왕비가 전염병의 발원지다. 왕과 왕자에게 미치광이 병을 옮기기 전에 어서 격리시켜야 한다고. 신하들은, 그 병이 우리들에게는 무해한 것이라 타일렀으나, 경비원은 믿을 수 없었지. 그들은 하나같이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있었기에.
그들은 사실 알고 있었어. 우리들은 모두 같다는 걸. 왕족이든 백성이든 큰 갈래에서 본다면 그들은 같은 핏줄이라는 걸.
산 중턱까지. 경비원은 왕비를 수레에 짊어지고 올라왔어. 평지에 도착하자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레를 지면에 쏟아부었어. 덜커덩 소리와 함께 수레와 왕비는 바닥에 쓰러졌지. 여전히 밧줄에 묶인 왕비는 붉은 눈으로 경비원을 노려보았어. 경비원은 그녀의 눈을 피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어. 그리고 숨을 삭혔지.
경비원은 말했어. 다시는 왕궁으로 돌아오지 말라. 도시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라. 혹 백성들이 길을 헤매는 왕비를 발견한다면, 신하들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도 힘든 일을 겪게 될 것이다. 지금 너를 살려주는 나를 배신하지 말라.
입이 막힌 왕비는, 읍 하는 소리를 내며 눈빛으로 물어보았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
검은 눈의 경비원은 황색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어. 오늘 이후로는 내 손을 떠난 일이다. 왕비께서 밧줄을 풀지 못해 굶어 죽든, 짐승에게 먹히든.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이곳을 돌아서면, 나는 추억으로 떠올릴 것이다. 푸른 숲 속에서 새와 노루와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왕비의 모습만을. 감히 경비원으로서 왕비에게 은덕을 베풀었다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경비원은 장갑과 마스크를 썼어. 그리고 왕비의 입술에 묶인 밧줄만 뜯어주고는 다시 수레를 끌고 도시로 떠났지. 뒷목에 울리는 왕비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지친 왕비는 한참 후에야 겨우 밧줄을 물어 뜯었어. 배가 너무도 고파. 먹을 것을 찾아 숲을 헤매었어. 많은 시간을 걸었음에도 그녀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어. 화분의 꽃처럼, 왕비는 데워진 음식과 맑은 물로만 피어났기에. 이곳의 생명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어.
더는 왕비가 걸을 수 없었던 어느 낮. 그녀는 어느새 자신이 버려졌던 평지로 돌아왔어. 잎사귀 사이로 빛이 원형으로 새는 그곳. 왕비는 시든 꽃이 되어, 바닥에 누웠어. 황색 눈에서는 마른 눈물이 흘러. 곧 해가 지고, 왕비의 숨도 질 예정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