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문

옥상에 올라가 붉은 달을 보았다.

by 류인환


별똥별이 떨어진다는 밤이면. 창밖 먼 곳 베란다 불이 꺼지고, 누군가는 집을 비우곤 했어. 어디 있냐고 물어보면 옥상에 있다고. 그럴 때면 나도 옥상을 기웃거렸어. 그들은 그곳에서 암흑을 바라봤어. 곧 별똥별이 떨어질 것이라고. 소원을 빌어야 한다고. 그들은 주머니에서 쓰지 않던 안경까지 꺼내들어 난간에 앉았어. 그 하얀 얼굴은 거대한 밤을 오래 바라보았지.


나도 곁에 앉아 어둠을 바라보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들이 잠깐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았어. 그들에게 물어보았어. 별을 보았냐고. 그들은 못보았다 말하고는 의연하게 고개를 들었어.




오랜 시간 뒤.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어. 붉은 달이 뜨는 날이라길래. 두터운 패딩에 담긴 손이 따가울 정도로 오랜 시간의 한겨울밤. 주위에 그들은 없었어. 대신, 파이프에 귀를 기울인 듯 두터운 바람소리. 고양이처럼 가르랑 거리는 환풍기. 그리고 바닥에 덮인 눈이 영원했어.


검은 하늘에서 그들을 끄집었어. 흰 숨이 내뱉어지는 지금. 그들은 내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고개 들고 있을 것 같아. 그때.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어쩌면 그들은 밤에 맞닿은 얼굴 뒤편을 보고 있었을지 몰라. 스며드는 서늘함. 적막의 무게감. 놓아버린 시계 분침. 별을 기다리는 그들 자신. 그리고 그들 옆에서 별을 찾던 나를.


달은 검붉었어. 알주머니 속 꿈틀대는 새끼 상어처럼. 뒤섞이는 불과 잿더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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