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볼 순 없다.

지나간 시간. 매번 그만큼 많은 것을 놓친다는 걸

by 류인환

모든 것을 볼 순 없어. 예전에 떨어뜨린 동전이 숨어 있는 세상. 그 넓은 곳을 작은 동공에 담아내야 해. 그래서 우리는 알아. 모든 것을 볼 수 없다는 걸. 무심코 손목을 돌리면 보이는 지나간 시간. 매번 그만큼 많은 것을 놓친다는 걸. 그래서 못 본 것에 대한 동경이 있어.


나는 늘 외곽을 바라보곤 해. 그곳에는 볼 것이 숨어 있을 것 같지. 버스 안에서 보는 창 밖. 해는 이미 저 아래까지 내려와 지상의 건물 꼭대기에 닿았어. 지금 해는 지상의 모든 것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세상은 온통 역광이야. 건물들은, 후광이 맺혔어. 각각의 빌딩은 제 몸만큼 커다란 검은 벽이 되었어.


벽은 문처럼 보여. 문은 일식처럼 외곽으로 사각의 태양빛을 두르고 있어. 사각의 블랙홀처럼. 그래서 생각했어. 지나치는 수많은 건물들. 그것들은 다른 볼 것들이 있는,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검은 문이라고. 나는 지금도 지나치는 문의 수만큼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분명 차 안에서, 문을 부러워했어.


집에 도착했을 때, 아직은 온기가 남아있는 저녁. 블라인드를 걷어내자 보이는 거리의 수많은 차들. 그들은 안료가 덜 섞인 청보라색 공간에서 저마다 빛기둥을 뿜어내고 있어. 검은 폭풍우 속 등대처럼 저마다의 볼 것을 향해 길을 내고 있었지. 그래서 생각했어.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 그것들은 다른 볼 것들이 있는,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검은 열차라고. 나는 지금도 지나치는 열차의 운행 편만큼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분명 문 안에서, 차를 부러워했어.


우리는 알고 있어. 모든 것을 볼 수 없다는 걸. 무심코 손목을 돌리면 보이는 지나간 시간. 매번 그만큼 많은 것을 놓친다는 걸. 그래서 우리는 못 본 것에 대한 동경이 있어. 그렇게 늘 등 돌리고는 외곽을 부러워해. 안과 밖의 경계는 얇은 벽 하나를 두었다는 걸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