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기분으로 살아간다는 것
늦은 주말 오후,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았어.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불면 같은 방향으로 머릿결이 흩날리는 그들과 나는 같은 원목 마루를 딛고 서 있어. 내 발끝이 머문 곳엔 그들의 발끝이 수백 번의 입맞춤으로 겹쳐지는 중이야. 나는 그들이 내뱉은 숨을 마시며 그들을 바라보았어. 하지만 곧 알게 되었지.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단 걸.
우리는 그들의 세계를 알아낼 수 없어. 눈을 감고 누군가의 얼굴을 매만지는 듯 우리는 그들이 내뱉는 숨과 함께 던져진 말, 바람결에 쓸리듯 요동치는 표정과 몸짓으로 세계를 짐작할 뿐이야. 그들의 내게 짓는 미소는 조금 이질감이 느껴져서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여운을 곱씹다가 새벽이 오곤 해. 두 손을 붙잡고 두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해도 우리는 그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겠지. 그곳에서 그들은 내가 상상조차 못 했던 기억과 기분으로 날 바라보고 있을지 몰라. 공기마저 투과하는 얇은 막은 그렇게 서로의 세계를 가두었어. 우리는 영원히 격리되었지.
내게도 세계가 있어.
그들은 본 적 없는 거울 속 내 모습이 담겼지. 그들은 날 어떻게 바라볼지 몰라. 하지만 내겐 확신이 있어. 희망에 잠 못 드는 밤. 상상에 입가가 흐뭇해지는 산책길. 다음날 아침이면 나는 그런 허무맹랑한 것들을 떨쳐내곤 해. 그저 좋은 꿈을 꾸었다고. 금세 잊힐 꿈처럼.
우리는 각자 보잘것없는 자기만의 세계를 두 손에 쥔 채 살아. 버스 창가에 기대어 가로수처럼 무수히 지나치는 그들을 바라보았어. 많은 시간이 흐르고 알게 되었지. 그들이 알아낼 수 없는 우리만의 세계는 사실 좋은 꿈 그리고 몽상과 크게 다르지 않단 걸. 몽유夢遊. 꿈같은 기분으로 산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이미 지금도 자신만의 꿈속에 살고 있는지도 몰라. 그래서 맞닥뜨린 내 삶의 현실과, 헛된 것이라 치부하는 몽상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란 걸. 우리의 세계는 오로지 우리만이 알 수 있어.
현실을 위해 몽상을 내버려둘 필요가 없었지. 사실 같은 것이니까. 그들이 모르는 우리들의 거울 속 모습. 그 몽상을 그 진실을 세상에 비추는 과정 속에 살아간다면 나는 아주 기쁘게 꿈 같이 살아왔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