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일기

오늘, 휴가와 새로운 카페

그렇게 오랜 시간 우리들은 오해하고 단정하나 보다.

by 류인환

11월 말, 노트북에 커피를 쏟았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티슈로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글을 쓰고 있었다. 곧 화면이 일그러졌고, 서둘러 노트북을 닫았다. 크리스마스이브날, 중고가 값 정도를 치르고 노트북을 넘겨받았다. 5년이 넘게 들고 다녔는데. 그제야 애칭이라도 지을까, 혹은 스티커라도 붙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꺼낸 노트북 파우치는 온통 헤집어진 꼴이다. 반면 노트북은 여전히 새것 같았다. 가득 쌓인 파일도 살아있다. 물론 삭제되었다 해도 그냥 넘겼을 것이다. 브런치에 다 있다. (이곳에 200개가 넘는 글을 쓸 줄은 몰랐다. 나는 과묵한 편이다. 글로는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 있을 줄 몰랐다.)


연말, 긴 휴가를 보내고 있다. 매일 집 밖을 나서 카페를 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왜 사람들이 집에 있을 때 음악을 틀어 놓는지 실감하고 있다. 나도 지니 같은 걸 사 두어야 할까. 크리스마스 날에는 캐럴을 틀어 놓았다. 기분이 좋았다. (박혜경 노래를 좋아한다. 초등학생 때 비 오는 창밖을 보며 한숨과 함께 Rain을 들었던 기억이 생각났다.)


이틀 전부터 가보지 않은 카페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어제는 청담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아갔다. 고급진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혼자 들어갈 때 조금 쫄렸다. 이걸 스릴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은 논현에 있는 스탠더드 커피 바를 갔다. 꽤 오래 있었다. 6시간. 당분간 즐거운 취미생활이 될 것 같다. (박물관은 더는 못 가겠다.) 휴가는 벌써 4일밖에 남지 않았다. 아쉬웠다. 동시에 빨리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존재한다. 팀장님이 연말 선물로 돌린 스타벅스 캐러멜을 씹을 때마다 내년 업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요새 토크멘터리 전쟁사라는 걸 유튜브에서 매일 본다. 아저씨가 한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고. 그렇게 우리들은 오랜 세월 오해하고 단정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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