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청 소감

바다 : 수면 속의 수면

끝없는 생각으로 데워져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바다를 틀어보곤 한다.

by 류인환

밤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저녁에 마신 커피 때문인지 아니면 연장된 시차 때문인지 잠 못 들곤 한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지금, 몸과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눈을 감을 수가 없다. 눈꺼풀이 닫히면 선명한 생각의 잔해들이 검은 공간 위로 대낮처럼 질주하니까. 매 시간 머릿속에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찬 나는 스스로 그 질주를 멈출 수 없다.


선택을 해야 했다. 끝없이 깊은 곳으로 타오르는 생각의 심지가 제풀에 지쳐 꺼질 때까지 내버려 두면 될까. 아니면 숙취에 괴로워할 때처럼 억지로 눈을 뜨고 백색 천장을 바라보아야 할까. 새벽이 밝아올 때가 돼서야 잠이 든다. 졸린 표정이 비친 거울을 보며 생각하곤 한다. 어제 부질없는 생각에 긴 밤을 소비했다고.


최근에는 노트북을 머리맡에 세워두고 바다를 틀어보곤 한다. 해류를 따라 흩날리는 그들의 움직임을 쫓다 보면 어느새 눈을 감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다만 감은 눈꺼풀 속 춤사위를 벌이던 생각들은 잠들었다. 그저 귀로 들리는 물결소리, 고래의 울음소리만 들린다. 마치 수면 속의 수면처럼.



Open Ocean: 10 Hours of Relaxing Oceanscapes | BBC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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