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앞두고 햇살에 눈살을 찡그릴 수밖에 없는 이유.
대낮. 겨울. 흰색. 그리고 빛색이 대리석처럼 섞인 구름 사이. 가장 밝은 부분을 보았어. 해가 숨은 곳이야. 대낮 다운 밝음을 자개 문양처럼 퍼트리는 곳.
눈을 질끈 감았어. 밝았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기엔 아직 손발이 춥고 식별할 수 없는 어두운 날이 많이 남았으니까. 덮은 눈꺼풀. 시야는 별안간 밤이 되었어. 그러나 밝은 해의 잔상은 사라지지 않아. 잔상은 달이 되어 검은 안구 속을 떠다니고 있어.
다시 눈을 떴을 때. 이곳은 여전히 밝아.
연회색 아스팔트 길 위로 분별없이 밝음을 내던지는 빛의 지면은 세상과 닮았어. 그 위로 냉소하듯 서늘함을 과시하는 바람은 사람들과 같았지. 미묘한 온기를 흘리는 여우 같은 햇살은 사람들 사이 감정 같아. 그렇게 추위는 밝고, 시리고, 따뜻했어. 그래서 막상 길가에 선 나는 눈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어.
춥기만 했던, 밝기만 했던, 따뜻하기만 했던 겨울도 아니라서. 그래서 작년은 어떤 겨울이었다 분명히 말할 수 없없으니까, 봄을 앞두고 화사한 햇살에 눈살을 찡그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날이 어떠했다 대답하기 애매하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