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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Jun 08. 2017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번외편 타이베이 여행기

2017년 4월 1일부터 4월 3일까지, 4월 2일의 이야기.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번외편 타이베이 여행기 (2)


*1편은 여기 https://brunch.co.kr/@ryuj/108

**가게명은 '한글-중문-영문-대표 홈페이지(대만)' 순으로 표시하였습니다.


팀호완 添好運 Tim Ho Wan http://www.timhowan.com/country/taiwan/

타이베이 메인 역 점 台北車站店 No. 36, Section 1, Zhongxiao West Road, Zhongzheng District, Taipei City, 100


친구와 10시에 팀호완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근처의 호스텔에서 숙박 중이라 조금 일찍 도착한 친구는 팀호완 앞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팀호완은 아침 10시에 개점이다.


매장 안은 넓어 줄 서 있던 사람들은 모두 착석했고, 그 이후에도 가게 안은 점점 방문객들이 늘어났다. 메뉴 선택은 친구에게 맡겼다. 자꾸 나의 의견을 묻는 친구에겐 '난 다음이 있지만 넌 아니잖아'라고 떠넘겼다.

晶瑩鮮蝦餃 NTD 138

새우만두인데 쫄깃쫄깃한 것이 맛있었다. 신기한 음식.

鮮蝦燒賣皇 NTD 138
酥皮焗叉燒包 NTD 128

달짝한 구운 빵 안에 짭조름한 다진 고기 양념이 들어가 있어 '단짠'의 맛을 내는 디저트였다. 맛있었어. 오히려 다음에 테이크 아웃으로라도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마음에 들었다.


예류 野柳 Yehliu


친구도 나도 전체적으로 딘타이펑보단 맛있다는 공통된 결론을 내고 예류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터미널이 있는 Q Square로 향했다. 큐 스퀘어 안에서 한참을 헤매 버스 정류장으로 갔지만 보이지 않았고, 계속 검색을 해 최근에 정류장이 타이베이 메인 역의 지상 정류장으로 옮겨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제대로 알아 오지 않은 탓에 둘 다 한 시간은 버린 듯했다. 근처에 두고 한참을 헤맨 것이다. 게다가 겨우 찾았나 싶었는데 줄은 왜 이렇게 긴 건지. 왜 긴, 주말이고 연휴니까. 꽤 오래 기다리고 11시 반이 되어서야 버스를 타 예류로 출발했다. 버스 타는 데에만 한 시간 가까이 소비한 것이 출발이 좋지 않게 느껴져 괜히 찝찝했다.


85℃ 85度C。 http://www.85cafe.com/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왜 다들 예류에 갈 때 85도씨에 가는 건가. 예류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있는 85도씨, 심지어 우리 동네에도 있는 체인점인데 왜 모두 85도씨에 들러 '소금 커피'를 마시는 걸까. 처음에 누가 마셨길래 모두가 다 따라 마시는 걸까. 한국인들의 관광 코스를 그대로 밟고 싶어 하는 친구를 따라 나도 85도씨에서 차가운 소금 커피를 주문해 들고 걸었다. 일단 이 근처에 음료수 파는 곳이 없기도 하고, 85도씨의 소금 커피라는 것이 한국에는 없어 여행지에서의 독특한 경험이 될 수도 있어서 그런가 싶더라.

잘 섞어 드세요. 동네에서 마셨던 85도씨의 소금 커피와는 다소 달랐다.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해서인지 한글 간판을 준비해놓았다.


예류 지질공원의 입장료는 80원. 지난 2월의 방문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2월엔 춥고 비바람이 쳤다면 이 날은 이보다 더 날씨가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화창하고 맑았다.

일단 나는 친구를 두고 관광안내소로 들어가 스탬프를 열심히 찍었다. 이미 친구도 내가 스탬프 노트를 따로 갖고 있어 열심히 찍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다.

난 예류가 좋다. 그냥 이유 없이 좋다. 지리, 지질 덕후는 아니지만 이곳에 있을 때만큼은 지질 덕후들이 정말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며 그들에게 빙의되는 기분이다. 아는 건 없지만 그냥 좋다. 신기한 모양새의 바위를 바라보는 것보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고 그 파도를 카메라로 찍는 것이 좋다. 이렇게 파도 하나에 물방울 하나에 비 한 방울에 바람에- 이런 곳이 만들어진 것이겠지 생각하면 주변의 관광객들의 존재는 사라지고 그저 대자연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호주의 울루루의 대자연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울루루는 좀 더 수직적인 느낌의 대자연이라 'the 지구'의 신성함과 대자연의 경건함이 느껴지는 곳이라면 예류는 수평적인 느낌의 대자연이라 신성함, 경건함 보다는 신기함과 자연의 장난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이제는 자연에 의한 침식보다 관광객들의 발과 손에 의한 침식이 더 심한 곳이겠지만(나도 한몫했을 테고) 그래도 오래오래 남아있어 줬으면 좋겠다.


혼자였으면 두세 시간은 있고 싶은 날씨였지만 일행이 있었고 우리에겐 다음 여정이 있었기에 다음 목적지로 움직였다.


예류에서 지롱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고, 한참을 기다리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버스 어플을 이용해 확인해보니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이전 정류장으로 걸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서도 버스 안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예류에서 지롱으로 가는 긴 시간을 만원 버스에 갇혀 이동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해룡주에 가보고 싶었는데(얼마 전 배틀 트립에도 나왔다고 하더라) 그때도 이날도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진과스를 이날 갈까 다음 날 갈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이날 가기로 했다. 황금 박물관의 개장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의 결정으로 진과스는 미루지 않고 이날 가기로 했다.

지롱 시내로 들어오자 나는 버스의 갑갑함에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일단 내려 시간을 확인하니 밥 먹을 시간 따윈 없었다. 바로 진과스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 버스 역시 처음엔 서서 가다가 중간에 앉아서 가게 되었는데, 바로 뒤에 같은 버스가 와서 그 버스는 텅텅 비었고 심지어 우리가 탄 버스를 앞질러 가더라. 나는 솔직히 꽤 많은 사람들이 진과스를 '볼 것 없는 곳', '빼도 되는 곳'이라고 평하는 것을 많이 봐, 진과스에 가는 것이 과연 맞는가, 빼고 바로 지우펀으로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진과스로 향했다.


진과스 金瓜石 Jinguashi

오후 다섯 시 즈음에 진과스에 도착했다. 황금 박물관은커녕 광부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가 없는가 그것부터가 문제였다. 다행히 문 닫기 전에 도착을 했고, 일단 밥 먼저 먹기로 했다. 광부 도시락을 파는 곳은 두 곳인데 한 곳은 도시락 통을 주는 곳이고 한 곳은 일회용 용기에 담아주는 곳이고. 같은 곳인 것 같았다.(미확인) 우리는 둘 다 도시락통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일회용 용기에 담아주는 곳으로 갔다. 이곳에선 한국 손님들이 많이 와서인지 김치를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었다.


광부도시락(광공식당) 鑛工食堂  http://www.funfarm.com.tw/

No. 8, Jinguang Rd, Ruifang District, New Taipei City, 224


배가 고파서인지 아니면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아니면 이미 대만 입맛에 길들여진 상태라 그런지 나는 꽤 맛있게 먹었다. 후추가 다소 강하긴 했지만 후추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신경 쓰이지 않았고, 콩나물을 사용한 것이 조금 신기했다. 일본에서는 콩나물보다는 숙주나물을 사용하고 콩나물을 이용한 음식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일본인들의 숙주나물 사랑이란..) 대만에서는 음식점의 가져다 먹는 반찬(어디든 유료다)에서 콩나물 무침이 있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다. 맛도 한국의 그것과 같지는 않았지만 비슷했다.(개인적으로 콩나물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여행기에 쓰기엔 애매하니 하단에 따로 빼서 쓰겠다)

우리는 저녁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두 번째 식사를 마치고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구경이나 하다 가자고 진과스를 한 바퀴 쭈욱 돌았다. 위쪽으로 올라가 남겨진 건물들을 구경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역사, 일본의 황태자가 묵었다는 건물 등을 보면서 유난히 일본의 향기가 남아있는 곳이라는 걸 느꼈다. 황태자의 건물은 좀 더 보고 싶었지만 폐장시간이어서 '다음'을 기약했다. 나는 '다음'이 없는 여행객이 아니니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벚나무. 올해 타이베이의 기온은 다소 추워 벚꽃이 피는 둥 마는 둥 끝나버렸다. 벚꽃이 피기를 기다렸지만 구경도 못하고 봄이 가버리나 싶었는데 진과스에서 벚꽃을 만날 수 있었다. 꽃봉오리가 많아 화려하진 않고 되려 소박한 벚나무였지만 이 풍경만으로도 진과스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근대식 건물과 벚꽃의 조화, 너무나도 일본적인 풍경이라 이 공간이 대만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지만, 오히려 내 안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일본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대만은 대만 속에 스며들어 있고 남아있는 일본을 지우려 하지 않는다. 20세기 초반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 역시 일본의 식민지였지만 통치 정책이 달랐고 그 이전의 역사도 달랐기 때문에 일본의 제국 통치에 대해서 한국과 대만은 입장이 많이 다르다. 식민지였음에도 일본을 좋아하는 대만을 한국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대만의 역사 속에서 일본은 대만을 식민 통치했던 여러 나라 중 하나였고, 비교적 최근의 나라였기에 영향력이 많이 남아있고, 일본 식민지 시절 한국과는 다른 정책으로 대만인들이 일본에 의해 큰 피해를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일본 식민지 시기의 잔재들을 지우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재한다. 역사의 일부로 인정해 아픈 역사더라도 남겨두는 것이 좋은가, 눈에 보이면 아픈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에 보기 싫은 것을 안 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은가. 불성실한 학생이긴 했지만 일단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는 전자에 동의하지만 후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진과스는 죽은 동네였다. 금광업의 성행으로 한때 발달한 마을이었던 이곳은 세상의 흐름에 쓸려 여느 광업 도시와 마찬가지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회사들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마을을 떠났고 남은 건 떠나지 못한 사람들과 폐광뿐. 지금에야 '여행'이라는 여가를 즐길 만큼 사람들의 삶에 여유가 생겼고, 저가항공 같은 여행, 관광 산업의 변화로 대만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곳 역시 관광지로 편입되어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황금과 (한국인들에겐) 광부 도시락으론 그 수명마저 길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진과스가 좋았다. 위에서 적은 것처럼 나의 향수를 자극한 점도 있고, 오히려 황금 박물관과 광부 도시락 이외의 다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매력이 더 많은데 황금과 도시락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느낌? 다음에 진과스만이라도 다시 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적어도 예류, 스펀에서 지우펀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러 인증샷만 찍고 가는 그런 곳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해가 지기 시작하고 진과스의 몇 없는 상점들도 문을 닫기 시작해 진과스에서 지우펀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일행이 없었다면 벨을 누르고 중간에 내렸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진과스를 찾으면 두세 정거장 정도는 먼저 내려서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디든, 특히 바닷가 근처의 산 위에 위치한 마을을 갈 때마다, 돌아올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한다. 프랑스의 생폴 드 방스 Saint Paul de Vence에서도 '한 정거장 먼저 내릴 걸'하고 뒤늦은 아쉬움이 있었고 지우펀도 그러했다. 제일 좋은 것은 대중교통 이동이 아닌 차를 렌트해서 내가 내리고 싶을 때 내리는 것인데, 나는 면허가 없으니까.


지우펀 九份 Jiufen


'지옥펀'이라고도 불리는 지우펀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곳이고(나도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고 3 때 극장에 보러 갔었다. DVD도 구입해 갖고 있었는데 지인에게 빌려줬다가 그 지인과 인연이 끊기며 내 DVD도 결국 사라졌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는 저녁 이후에 가야 하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자유 의지로 걸을 수 없으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고, 그러나 밤 9시 반이 넘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져 전세 낸 듯한 기분이 들면서 인생 여행지가 되기 때문에 1박을 추천한다는 그곳. 일단 모두가 가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솔직히 나는 얼마나 지옥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주말+연휴임에도 생각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그동안 락 공연, 록 페스티벌 등으로 사람 많은 곳은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더라.

일정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은 익숙하지만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은 것은 몸서리칠 정도로 싫어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길거리에 많은 인파'를 경험한 것은 2000년 12월 25일 서울 명동이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살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길거리들, 2002년 월드컵 응원, 여의도 불꽃놀이 등은 안 간다. 사람이 많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곳으로 간 것은 2016년 11월 광화문 촛불 행진뿐이었다.

모두가 지우펀을 방문하는 목적인 '아메이차관 阿妹茶酒館'은 모두가 그러하듯 나 역시 조금 실망했다. 빨간 홍등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알 수 없는 저 조명들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또 그렇게 유치하진 않네. 사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을 멋대로 찍는 것뿐이고. 하지만 이곳의 야경은 역시 예뻐, 가볼 만한 곳이고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1박을 해서 전세 낸 기분을 좀 느껴보고 싶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다가 보이는 곳이 있었는데 그쪽의 야경이 멋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와 지우펀 55번 누가 크래커를 하나씩 사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사람이 많아 두 정거장 거슬러 올라가 한참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이 동네는 버스를 주워 타는 것이 가장 고된 일이다. 버스가 안 오고 와도 사람이 많으니까. 관광객이 아닌 나는 앞으로 관광지는 평일에만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일에도 사람이 많겠지만 주말만큼은 아니겠지.

나는 솔직히 택시 타고 돌아오고 싶었다. 얼마가 됐든 편하게 오고 싶었다. 예류에서 지롱으로 넘어올 때도 택시를 타고 싶었고 지롱에서 진과스로 갈 때도 택시를 타고 싶었다. 아 이래서 다들 택시 투어 하는구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엔 몸이 고단하다. 앉아서 가도 힘든 길을 운 나쁘면 서서 가야만 한다. 걷지 말고 대중교통 타고, 대중교통 타지 말고 택시 타자. 


타이베이 메인 역으로 돌아와 친구와 바로 헤어졌다.


누가 크래커 牛軋糖 Nougat Cracker, Nougat Biscuit


유독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누가 크래커. 최근에 유행하는 '단짠'을 한국인들이 유독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누가 크래커를 만드는, 그리고 한국인들이 주로 구입해가는 곳들이 몇몇 군데 있다고는 하는데 아직 다 가보지는 못했고, 가장 많이 찾는 동먼의 <미미 누가 크래커>와 지우펀의 <55번 누가 크래커>를 이번 여행에 방문해보았다. 일본인들은 어느 누가 크래커를 먹나 검색해 본 적이 있는데, 일본인들은 누가 크래커는 손도 안 대고 일반 '누가'를 주로 찾는다.

아, 상세한 사진은 없다. 찍기 전에 다 먹어서.


미미 누가 크래커 蜜密牛軋 Le Secret https://www.facebook.com/lesecret.tw

No. 21, Section 2, Jinshan South Road, Da’an District, Taipei City, 106


첫날 딘타이펑의 번호표를 받고 친구를 기다리며 방문해 한 상자 구입해보았다. 그전까지는 회사에서 받은 누가 크래커나 슈퍼에서 파는 제품을 먹어본 것이 전부였다. 아무리 그래도 '미미가 최고'라던 주변 사람들의 평을 이미 들은 상태였고, 때문에 오히려 '얼마나 맛있는지 보자!'라는 마음이었다.

3월 중순에 상자당 150원에서 170원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예전처럼 길게 줄을 서지 않게 되어 원활히 구입할 수 있었다. 이번에 가격을 인상하면서 10개 구입하면 1개 무료로 준다고 들었다. 그럼 150원이랑 큰 차이가 없고, 이전에 일인당 구입할 수 있는 수량이 최대 4개 등 한정되어있던 걸 생각하면 큰 손해는 없는 가격 인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량 구매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부담스럽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신세계였다. 지금까지 먹었던 누가 크래커들은 다들 반성해야 한다. 무척 부드럽고 달콤했다. 크래커는 평범했지만 누가가 평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거 진짜 누가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만 낱개 포장이 아닌 데다 너무 부드러워 누가가 상자 안에 흘러 묻어있었다.

사족을 붙이자면, 현재 한국 민박집에서 일하는데 미미 누가 크래커를 그냥 방에 방치하면 꽤 쉽게 개미가 꼬인다. 고급 호텔은 모르겠지만 에어비앤비나 민박집들은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미 누가 크래커를 숙소에 두고 놀러 다녀오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방에서 개미 여러 마리를 만날 수 있으므로, 냉장고에 넣어 보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오슝에도 '미미 누가 크래커 美美香蔥夾心餅乾'라는 이름의 누가 크래커를 가게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전혀 다른 가게다. 동먼의 밀밀크래커→중국어 발음 미미→한국에서 '미미'라고 발음하는 한자를 사용한 작명으로 보이고, 애초에 美美의 중국어 발음은 메이메이다.

-高雄 美美香蔥夾心餅乾 https://www.facebook.com/MeiMeiXiangCongJiaXinBingGan

 

지우펀 55번 누가 크래커 九份游記手工牛軋糖 https://www.facebook.com/joufunyouki/

No. 55, Jishan Street, Ruifang District, New Taipei City, 224


'九份游記手工牛軋糖'라는 본명이 있음에도 한국인들에게 '55번'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주소 번지수가 55번지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찾아갈 때에도 번지수만 보면서 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55번 누가 크래커는 개별 포장이 되어있어 숙소에 개미가 꼬일 염려는 없다. 미미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단맛과 누가의 부드러움은 미미가 좀 더 강하다면 지우펀 55번 역시 달고 부드럽지만 미미와는 종류가 조금 다른 느낌이다. 미미가 혈기 왕성하고 개성 있는 신입사원이라면 지우펀 55번은 좀 멋진 무게감 있는 (꼰대 말고) 부장님, 팀장님 같은 느낌.(정작 나는 회사 생활해본 적이 없다)

둘 다 맛있다. 크래커는 맛은 지우펀 55번이 좀 더 나았지만 밀가루 음식 먹고 입 안이 텁텁해지는 점이 다소 느껴졌고, 미미는 크래커의 맛은 평범했다. 오히려 크래커는 딱히 신경을 안 쓰나 보다 싶을 정도.

강한 맛을 좋아하거나 집에 쟁여두고 먹을 거라면 미미 크래커를, 낱개로 선물할 예정이거나 너무 단 맛은 안 좋아한다면 지우펀 55번 누가 크래커를 추천한다. 나는 이번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대만의 이것저것 먹거리들을 선물로 보낼 예정인데, 미미 크래커를 사서 보낼 예정이다. 이유는 동먼은 가기 쉽고 지우펀은 누가 크래커만 사러 가기엔 너무 멀기 때문이다. 두꺼운 테이프로 밀봉해서 보내야지.


이외 에 한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누가 크래커는 이지셩, 까르푸, 캐롤베이커리, 세인트피터(커피 누가), 수신방 등이 있다. 내가 자주 사 먹는 슈퍼 누가 크래커는 中祥食品사에서 생산하는 巧心蘇打 Sweet Afternoon라고 하는 제품이다. 처음 먹었을 땐 되게 부드러웠는데 두 번째 구입부턴 처음만큼 부드럽지는 않더라. 슈퍼에서 80~90원 정도로 할인 행사할 때만 산다. 처음엔 10개입 한 봉지도 며칠 두고 먹었는데 이제는 구입해서 집으로 오는 7분 동안 반은 먹는 것 같다.ㅠ_ㅜ

-中祥食品 巧心蘇打 原味牛軋餅乾

http://www.chfoods.com.tw/productdetail.php?id=53&parentid=32&lang=c



1) 버블티도 그렇다. 정말 Coco가 맛있다고 생각하나? 35원에 큰 사이즈의 버블티, 버블의 양이 많기 때문에 모두가 코코의 버블티를 마신다는 건 알지만, 버블티 자체만 보면 우유도 가루 분말이고 싸고 양 많은 것 외에는 매력이 없다. 버블티 체인점 종류만 수 십 개고 각 가게마다 메뉴가 수 십 가지다. 그냥 늘 아쉽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남들이 이미 안전하다고 보증한 것들을 고르는 것이 안전은 하겠지만- 아니다, 이것은 삶의 방식이 다르고, 여행의 방식이 다른 것뿐이다. 내가 일단 남들 다 하는 건 싫어하고 보는 성격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안전한 것을 선택하는 성격인 것뿐이다.


2) 콩나물 얘기. 몇 년도였지, 2010년 2월로 기억한다. 군대 가기 직전의 남동생과 여동생이 같은 시기에 일본의 우리 집에 와 있던 때였다. 마침 남동생의 생일이 겹쳤고, 내가 미역국은 못 끓이지만 콩나물국은 끓일 줄 안다며 생일 상으로 콩나물국을 끓여주기로 했다. 이미 성공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자신 있었다. 이 문장에서 불길한 예감이 드는가? 원래 불길한 느낌은 틀리는 법이 없다.


간을 보는데 이 맛이 아닌데 왜 이렇게 비리지 했으나 나는 나 자신에게 한 톨의 의심도 없이 자신이 있었다. 결국 남동생이 '큰 누나 맛이 이상해.'라고 말하고 여동생이 냄비 안을 확인하더니 "언니 이거 콩나물 아니야ㅋㅋㅋㅋ" 숙주나물을 콩나물이라고 잘못 사 와서 숙주나물로 국을 끓인 것이다. 어쩐지 비리고 드럽게 맛이 없더라. 여동생과 남동생은 이 일로 나의 요리 솜씨를 아직도 의심한다.


마지막 3편은 여기 https://brunch.co.kr/@ryuj/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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