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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Jun 08. 2017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번외편 타이베이 여행기

2017년 4월 1일부터 4월 3일까지, 4월 3일의 이야기.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번외편 타이베이 여행기 (3)


*1편은 여기 https://brunch.co.kr/@ryuj/108

**2편은 여기 https://brunch.co.kr/@ryuj/109

***가게명은 '한글-중문-영문-대표 홈페이지(대만)' 순으로 표시하였습니다.

****커버 사진은 4월 2일에 다녀온 진과스의 사진입니다.



친구와 여행의 마지막 날. 월요일이었지만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연휴 기간이었다. 나의 짧은 타이베이 거주 경험으로 타이베이 메인 역은 연휴 기간에는 보통의 주말보다 더 사람들로 가득하다. 게다가 날씨는 어찌나 좋은지. 연휴기간+날씨 좋은 날=타이베이 시민들 모두 놀러 가는 날. 때문에 연휴기간에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했던 일이다. 선택한 날짜를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의 준비뿐이었다.


예전에 핑시선 쪽으로 놀러 갔을 때 다음에는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버스를 타고 핑시선의 끝인 징통으로 가 루이팡으로 내려오는 것이 타이베이에서 루이팡으로 가 핑시선을 왕복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핑시선은 한 시간에 한 대 뿐이라 놓치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그것을 왕복으로 하기엔 나는 온 길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하는 변태다.

친구와는 버스를 타는 역에서 만났다. 전 날도 이미 버스가 정류장에 적힌 시간대로 안 오고 한참 후에나 오고, 이미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있어 한 시간 반 동안 서서 가야만 했고, 이미 가는 길에 우리는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친구는 이미 아침부터 멀미를 느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첫 날도 둘째 날도 셋째 날도 계속 비행기, 전철, 버스 안에서 보내고 있으니 안 좋아질 만도 하다. 핑시선 투어는 내가 2월에 했을 때 '한적하고 여유로운 대만을 느끼기'에 좋다고 생각해 이번 여행에 추천해서 짠 일정이었는데 정작 친구가 너무 힘들어하니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차라리 타이베이 시내를 걷는 것이 나았으려나.

 


징통 菁桐 Jingtong


핑시선의 종점인 징통. 징통은 지난번에도 방문했던 곳으로 두 번째 방문이었다. 처음 방문 때 무엇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유 없이 좋아하는 곳이다. 마음 같아선 한 서 너 시간 이곳에서 빈둥빈둥 거리고 싶은 그런 곳. 이곳은 이렇게 대나무 통에 소원을 적어 다는 것이 명물인 듯싶다. 각자 개인과 소중한 사람의 안녕과 행복, 건강 등을 적어 둔다. 전에 왔을 때 한글로 적힌 대나무통을 발견한 적이 있다. 옆에 있던 일본인들이 그 한글로 적힌 대나무 통과 그 옆의 대나무통들을 만지작거리며 "다들 이렇게 세계 평화를 비나 봐요~"라고 하는 걸 듣고 나는 그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대나무 통에는 세계 평화가 아닌

2017.2.11, 지난 겨울 타이베이의 가장 추웠던 날.

엑소에 대한 사랑과 한국어를 잘 하고 싶어 하는 한 팬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징통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나무 통 사진을 찍고 싶어서, 철길에서 인생 샷을 찍고 싶어서가 아닌 마을 뒤쪽의 개천과 그 일대에 향수를 느꼈음이니라. 사실 향수를 느낄 껀덕지가 있는 곳은 아닌데, 묘하게 충북 제천의 할머니 댁이 떠오르는 풍경이다.

징통

징통을 두 번째로 찾아온 날은 혼자가 아닌 친구와 함께였다. 처음 왔던 날의 춥고 흐렸던 날씨와는 다르게 이 날은 덥고 무척 맑았다. 타이베이 시내의 무자 역 捷運木柵站에서 버스를 타고 종일 서서 온 덕에 나와 친구는 둘 다 지쳐있었다. 친구가 아침도 먹지 않아 무언가 먹었으면 했는데 당기는 음식은 없었나 보다. 동네가 워낙 작아 음식의 선택권이 없긴 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에게 핑시까지 걸을래?(나의 특기다)해서 핑시까지 걸어갔다. 구글 검색으로는 20분 남짓 걸린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늘도 없는 도로를 따라 우리는 계속 걸어갔다. 아침밥도 안 먹고 한 시간 반을 버스를 타고 와 지친 친구를 끌고 나는 또 한참을 걸었다.


핑시 平溪 Pingxi


핑시는 '핑시선'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의 큰 동네였다. 사실 이름만 알려져 있는 곳이라 생각해 큰 기대는 없던 곳인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즐거움을 발견했다. 라오지에老街도 북적북적했고, 맛있어 보이는 가게들도 많아 우리는 이곳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때웠다. 줄을 서 있는 가게에는 이유가 있겠지라며 우리도 줄을 섰다.

마늘을 끼워주던 것이 인상적이었던 소시지. 대만의 소시지는 약간 달짝한 향신료 맛이 나는데, 소시지는 달짝한 것보다 짭짤한 게 좋은 나는 소시지를 먹을 때마다 독일에서의 소울푸드였던 커리 부어스트가 그리워진다.


핑시의 라오지에가 생각보다 재밌었고 줄이 길어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들이 있어 다음에 징통에 올 때엔 스펀 대신 핑시를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가 핑시까지는 운행을 했던 것 같으니까 버스로 왔다 갔다 하든가 해야지.(한 시간에 한 번 있는 그 전철은 타고 싶지가 않다)

핑시에서 스펀으로 갈 때엔 전철을 탔다. 핑시역에서 스펀으로 전철을 타고 가면서 이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일단 친구와 스펀 라오지에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각자 자유시간을 갖기로 했다. 친구는 스펀의 다리를 건너고 싶어 했던 차였고, 삼일 내내 붙어 지내다 보니 이젠 더 이상 나눌 대화도 없던 상태였다.

다음 열차 시간에 맞춰 넉넉한 약속 시간을 잡고 일단 헤어졌다.

아마 저 다리를 건너온 듯했다. 고소공포증이 심하고 특히나 다리, 육교, 계단에선 죽음의 공포마저도 느끼는 지라 건너갈 생각은커녕, 꿈에서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모두 계단, 다리, 육교에서 내게 한쪽 팔을 빌려주는 것이 익숙해져 있다. 그 팔을 잡는 것만으로도 내가 느끼는 공포심은 반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도 아니고, 트래킹이나 하늘에서 하는 액티비티는 질색인 겁이 많은 사람이다. 여행은 내가 원하는 것을 보러 가기 위한, 사진을 찍으러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여행이라기 보단 '답사'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다들 무덤덤하게 해외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용기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높은 곳과 미움받는 것을 무서워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겁쟁이인 이런 나의 진짜 모습을 보고 종종 '실망'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더라. 해외에서 사는 용기,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걷는 용기와 높은 곳에 올라가는 용기-싫어하는 것을 참고하는 용기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할 줄 아는 것과 두려움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를 뿐이다.


走味的咖啡

No. 110號, Shifen Street, Pingxi District, New Taipei City, 226

친구가 저 무시무시한 다리를 건너고 스펀 거리를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강가의 찻집에서 밀크티를 홀짝 거리고 있었다. 스펀에 처음 왔던 날은 일 년에 두 번 있는 스펀의 천등 축제 날이었는데, 그날 스펀의 라오지에를 최소 다섯 번은 왕복했던 것 같다. 강가가 내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밀린 일들을 처리했다. 강가가 보이는 곳이 좋다. 마음이 편해진다. 보이지 않아도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된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서울과 경기도 광명의 경계선에서 그 경계선을 흐르는 안양천을 보면서 살았다. 어느 나라에 어느 도시에 살든, 규모가 작든 크든 '강'은 내게 소중한 존재였다. 일본에선 집 옆의 작은 개천이 있었고, 멜버른에서는 야라강 Yarra River을 사랑했고, 뒤셀도르프에서는 시내에서 떨어진 곳으로 라인강 Rhein을 건너 출퇴근하는 것이 오히려 행운이라 생각했다.


약속 시간이 되어 만난 친구는 땅콩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땅콩엿을 대패로 긁어내 밀병 위에 그 가루를 뿌려 아이스크림과 함께 싸 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최근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인 것 같다. 고수를 넣어 먹는 것이 기본인 것 같은데 고수는 호불호가 갈리다 보니 빼 달라고 하면 빼준다. 친구는 고수가 없는 것으로, 나는 전에 고수 없이 먹어본 적이 있어 이번에는 고수가 있는 것으로 먹어보았다.

음식점에 가면 내 개인 입맛에 맞춰 이거는 더 넣어주고 이건 빼 주세요는 하지 않고, 일단 레시피대로 만든 것을 먹는 쪽이다. '이 재료를 넣은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가 나의 음식, 외식에 대한 개똥철학으로, 이 레시피를 만든 사람은 손님인 내게 어떤 음식을 먹이고 싶었는가가 궁금할 뿐이다. 그래서 수제 햄버거 가게에 가도 치즈가 들어있는 경우에도 그냥 치즈를 넣은 채로 주문한다. 나는 슬라이스 치즈를 정말 싫어하지만 이 메뉴에 굳이 치즈를 넣은 데엔 이유가 있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땅콩 아이스크림에 고수가 들어간 데엔 역시 이유가 있다. 쫄깃한 밀병, 달콤한 아이스크림, 고소한 땅콩 가루에 고수는 톡톡 튀는 상큼함을 더해준다. 고수 없이 먹는 것보다 넣어 먹는 것이 내 입맛에는 훨씬 맛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이 땅콩 아이스크림에 고수를 넣어 먹을 생각을 한 최초의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고수를 먹지 못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만약 고수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고수를 넣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친구는 스펀에서 천등은 날리지 않았다. 내가 같이 날려드리기엔 뭔가 심심했다. 친구는 다음에 본인의 절친들과 함께 와서 날리고 싶다고 했다.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다시 올 마음이 있다니 다행이었다.


해가 질 무렵의 스펀 역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밤에 천등을 날리려는 사람들, 이미 천등을 날리고 밤은 지우펀에서 보내려는 사람들. 기차는 이미 징통-핑시를 거쳐오기 때문에 앉을 수 있을 거란 건 기대해선 안 된다. 만원이 아니라면 그것만으로도 다행.

보통은 핑시선의 시작인 루이팡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타이베이로 돌아가는 기차를 갈아탄다. 우리도 그럴 생각이었다. 우리 앞에 같이 서서 가던 20대 초반의 대만인과 그의 친구들이 우리에게 관광 온 거냐고 영어로 말을 걸더니, 루이팡에서 타게 될 기차는 허우통에서도 탈 수 있다며(허우통-루이팡 구간이 핑시선과 일반 기차가 겹친다) 허우통에서 기다리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추천해주었다. 만약에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허우통은 고양이 마을이라 들러보는 것도 좋다며 추천해주었다. 친구와 나는 둘 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허우통 마을에 들릴 예정은 없었으나, 이 친절한 대만인의 조언으로 우리는 허우통에서 갈아타기로 했다. 나는 대만 사람들의 이런 점이 좋다. 나였다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말을 걸진 못했겠지. 내가 받은 친절과 호의들을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오는 전철은 다행히 중간부터 앉아서 왔던 것 같다. 긴 시간을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것은 돈은 절약이 될지 모르겠지만 시간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적 정신적 피곤함은 덤이고. 타이베이 기차역에 도착해 일단 잠시 헤어져 각자의 볼 일을 보기로 했다. 친구는 잠시 숙소에 들어가기로 했고, 나는 사무실에 들러 친구에게 부탁받은 물건을 픽업해 친구의 숙소로 향했다. 하필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사용하고 있던 유심의 데이터가 모두 소진되어버려 친구의 숙소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체크인 때 함께 갔었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다. 지도만 있다면 어디든 잘 가고, 한 번 간 길은 잘 잊지 않는 사람이란 게 다행이다. 평생 길치였던 적이 없기 때문에 길치가 혼자 지도를 보고 여행하는 것이 어떤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이것도 돌아다니는 것 좋아하는 뚜벅이에게 신이 준 선물이라면 선물이겠다.


이날 오전에 징통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에게 저녁을 무엇을 먹을지 물어보았다. 친구는 키키 레스토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진심이냐, 너. 이 친구의 여행 전에 이미 키키 레스토랑을 방문한 적이 있던 나는 음식은 맛이 있었지만 내게는 너무 매웠다는 후기를 따로 쓸 정도였고, 그 글의 댓글에 키키 레스토랑은 제외하겠다고 답글을 썼던 이 친구!! 를 위해 나는 키키 레스토랑 반챠오 점에 전화해 예약을 했다. 신이점 등 중심가는 예약이 힘들고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애초에 후보에 두지도 않고 전에 방문했던 반챠오 점으로 예약했다.

우리가 함께 하는 마지막 일정으로 가는 전철 안은 지난 삼일 동안의 치열했던(?) 이동과는 다르게 마무리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키키 레스토랑 Kiki餐廳 Kiki Restaurant https://www.kiki1991.com

반챠오 점 誠品新板店 3F, No. 66號, Section 2, Xianmin Boulevard, Banqiao District, New Taipei City, 220


난 이 반챠오라는 이름이 재밌다. 4년 전 대만으로 연수 왔을 때 임가화원에 들렀을 때 이 동네 이름을 반챠오 板橋라고 쓴다는 것을 알았다. 일본 동경의 23구 중 하나인 이타바시 구板橋区와 이름이 같다. 그리고 한국에도 동명의 지역이 있다. 계획 신도시로 이름이 알려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판교 板橋'동이 그곳이다. 일본의 이타바시구와 한국의 판교는 실제 존재하는 다리의 이름에서 따온 지명이지만, 반챠오는 원래는 擺接라는 이름이었으나, 후에 민난어閩南語 발음이 비슷한 枋橋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후 일본 식민지 시기에 한자를 일본의 지명에 맞추어 변경했다고 한다. 대만어 발음이 pang-kiô라는 점도 한국의 발음과 비슷하다는 점이 재밌다.(대만어의 발음들이 한국어의 발음과 비슷한 것들이 많다.)

https://zh.wikipedia.org/wiki/%E6%93%BA%E6%8E%A5%E5%A0%A1

https://zh.wikipedia.org/wiki/%E6%9D%BF%E6%A9%8B%E5%8D%80_(%E5%8F%B0%E7%81%A3)

(누가 브런치에 각주 다는 법 좀 알려주세요...ㅠ_ㅜ)


아무튼. 무엇을 시킬까는 친구에게 맡겼다. 나는 한국인들이 이곳에서 시키는 대략적인 메뉴는 이미 다 먹어 본 상태였다. 인원은 두 명뿐이고 나는 많이 먹지 않으니, 주문할 수 있는 양에도 한도가 있었다. 우리는 연두부 튀김, 짜장면, 새우볶음밥, 파인애플 크림 새우를 주문했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밥도둑' 부추 꽃 볶음은 내겐 너무 매워 친구 혼자 다 먹어야 해서 주문하지 않았다. 미안하다 친구야.

파인애플 크림 새우는 가장 비쌌지만 비싼 값은 하지 못하는 메뉴였다. 사실 이 요리들을 굳이 이 가격에 먹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무척 강렬했다. 이 모든 메뉴를 시내의 일반 음식점, 러챠오에 가도 100~150원 사이에서 먹을 수 있고 이 메뉴들 만큼은 키키 레스토랑의 음식이 특출 나게 맛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키키 레스토랑 대신 '진천미'라고 하는 비슷한 메뉴를 좀 더 싸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왜 키키 레스토랑이 유독 한국인들에게 필수 코스가 되었는지는 두 번이나 방문을 하면서도 알 듯 모를 듯 , 이해 반 물음표 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물음표가 좀 더 큰 것 같다. 대만의 음식이 맞지 않아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곳이라 방문하는 것이라면 이해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리스트에서 빼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의 호기심이라는 것이 그리 되나.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다들 그곳에 가는가'라는 호기심을 무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반챠오 역에서 전철을 타고 각자가 돌아갈 곳으로 이동했다. 친구가 메인 역에서 먼저 내리고 나는 더 가서 우리 동네에서 내리고. 여행 뒤풀이는 내년 초에 한국에서 하는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여행기라고 하기보다는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 방문 후기'에 가까운 포스팅도 끝.

나는 한국 관광객들이 '꽃보다 할배'에서 졸업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얼마 전에 배틀 트립이 방송되어 이젠 꽃보다 할배+배틀 트립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각자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이 있고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다를 테니 어떤 루트로 여행을 하든 각자 만족스러운 시간이 된다면 그걸로 장땡이지.


수도인 타이베이에 집중된 '대만' 여행은 호불호가 상당히 갈린다. 일본처럼 어딜 가든 시각적인 재미가 가득한 곳도 아니고, 도심이고 관광형 여행지라 다른 휴양지처럼 완전히 늘어지게 쉴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음식 역시 향신료 냄새에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대표적인 '노잼' 국가이고 대표적인 '힐링' 국가인 대만.

지금처럼 많은 한국인들이 대만으로 여행을 오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이라 그 역사도 짧고, 때문에 이곳에 대한 정보도 상당히 한정적이지만 그만큼 대만을 방문하는 한국인들, 대만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이곳에 대한 정보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적지 않은 '돈'과 바쁜 생활 속에서 어렵게 낸 '시간'을 투자한 만큼 이곳에서 보낸 짧은 시간이 그들의 일상의 작은 쉼표가 되고, 좀 더 욕심 낸다면 즐거운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대만 여행이 타이베이에 집중되어 있지만 타이난, 타이중, 타이동, 화롄, 이란, 가오슝 등 다른 곳에도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찾아갔으면 한다. 특히 타이중과 타이난은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 같다. 사실 대만에서 사는 동안 국내 여행도 다니면서 다른 지방 도시들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막상 이곳에서 벌면서 살아보니 국내 여행은 워홀 마지막 즈음에 보증금 받은 걸로 하지 않는 이상은 꿈도 못 꿀 일이더라.


이런 쓸 말도 없으면서 쓸 데 없이 질질 끌면서 질척이고 있다. 정말 끝. 끝!


*여담인데(질척질척..) 브런치의 맞춤법 검사가 자꾸 '지파이'를 '지팡이', '핑시선'을 '핑 시선', '징통'을 '진통', '직통' 등으로 바꾸려고 해서 여간 귀찮았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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