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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Jan 04. 2016

ULURU, AUSTRALIA

2.2. The First Night at the Bush Camp​

 [ULURU, AUSTRALIA] 29.01.2015~02.02.2015

2-2. The First Night at the Bush Camp


The First Night at the Bush Camp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도로에 갑자기 차를 세운다. 뭔가 했더니, 밤에 사용할 땔감을 구해야 한단다.  말라비틀어져 습기라고는 없는(땔감으로는 최적) 나뭇가지들을 구해오란다. Paul은 나뭇가지 손질법도 알려주었다. 모두가 바로 동참하였다. 여기서 유럽인들의 머리 속에 남녀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쓰기에는 좀 그렇지만, 한국에 있을 때엔 내내 학교에서 지냈고, 힘쓰고 거친 일들은 대부분 ‘예비역’들이 맡아서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은 더더욱 ‘이런 일은 남자가’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곳이라, 살짝, 아주 조금 놀랐다.(실제로 나는 10L짜리 정수기 생수통도 내가 교환하지만 말이다)

    차의 뒤쪽에 타고 있던 나는 땔감을 올리기 위해 컨테이너 위에 쌓아두었던 침낭과 swag 들을 컨테이너 안으로 넣는 작업을 다른 유럽 여자분들과 함께 했다. 컨테이너 안으로 침낭을 넣다가 밖에서 안으로 밀어 넣기엔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아 나는 컨테이너 안으로 몸을 넣어 좀 더 안쪽으로 밀어 넣는 작업을 도왔다. 투어를 함께 했던 유럽 여성들은 모두가 키가 큰 편이었고, 컨테이너 안으로 몸을 넣기엔 무리가 있었다. 일단 침낭을 넣는 데까지 쑤셔 넣고, 땔감 구하기를 도왔다. 워낙 마른 나뭇가지들이라 피부에 상처를 내기 쉬웠고, 이미 손에 상처가 있던 터라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했다.

슬슬 Paul이 달인 김병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만능 자연인 Paul이 컨테이너 위에 장작을 쌓았고, 다시 출발했다. 얼마 안 가 Paul은 다시 차를 세우더니 갑자기 Lake Amadeus의 전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누가 울어서 눈물이 고인 곳이라는데 사실 차에서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했다. 하지만 내려서 직접 보니 왜 그런 전설이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붉은 모래를  저벅저벅 밟고 올라가니 건너편에는 신기한 곳이 있었다.

3일간 함께 했던 투어 멤버들

    물이 고인 것일까, 하얀 모래인 것일까, 아니면 소금인 걸까.(나중에 찾아보니 Lake Amadeus는 여기가 아니라 좀 더 들어간 곳이었다) 새파란 하늘 아래 사막 한 가운데의 물웅덩이. 찌는 듯한 더위도, 이 붉은 흙들의 온도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그리고 뒤를 돌았더니 또 다른 장관이 펼쳐졌다. 바로 Mount Conner.   

Mount Conner

    사막 한가운데의 놀랄 만큼 평평한 지붕을 가진 Mount Conner는 해발 800m가 넘는 Table Top 형태의 ‘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울루루와 착각한다고 한다. 나 역시 한 순간 울루루라고 착각했고. 우리가 멈춰 선 곳은 Mount Conner Look Out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꽤 휴식시간을 길게 받아 다들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Paul은 종이를 돌려 각자 원하는 만큼의 Beer와 Cider 개수를 적으란다. 나는 2 Beers와 2 Ciders를 적었다. 차에 타서 Paul은 모자를 돌려 돈을 걷었다. 각각 3달러, 3.5달러였나, 3.5달러, 4달러였나. 나는 13불인가 15불을 냈다.


  Curtin Springs라는 곳에 들러 음료수를 구입. 캠핑장 근처에는 화장실도 샤워시설도 없기 때문에, 이곳이 마지막 화장실이라는 말도 했다. 멀뚱멀뚱 있기 뭐해서 음료수를 나르는 것을 도왔다. 내게 마구 넘기는 걸 보면 역시 여자라고 봐주는 것이 없다. 사실 일본 유학 시절에도 야외 이벤트에 스태프로 참가하면서 적극적으로 힘쓰는 일, 뛰어다니는 일에 참여했는데, 언제 이렇게 ‘여자’라는 성별에 기대어 뒤로 숨기 시작한 것인지. 역시 한국 생활의 영향인가도 싶더라. 우리의 캠핑장은 Curtin Springs에서 얼마 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울퉁불퉁 자갈길을 달리더니 한가운데에 캠프 파이어의 흔적이 있는 야외캠핑장이 등장했다.

투어사가 마련한 캠핑장. 차를 돌리기 위해 만들어놓은 공터다

    캠핑장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사막 한 가운데'. 간간이 호주의 야생견인 딩고 Dingo 몇 마리가 돌아다니는 것이 저 멀리 보일 뿐,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Paul은 지금부터 저녁 식사를 만들 것이라며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일을 하였다.  

SWAG. 이 안에 침낭을 넣는다. swag자체가 무척 따뜻하다. 솔직히 더웠다.

    Paul이 지시하는 대로 우리는 일을 분담하여 움직였다. swag을 내려 불 피우는 곳 주변에 둥글게 펼쳤고, 누군가는 야채 자르라는 것 자르고, 누군가는 밀가루와 맥주를 섞어 빵 반죽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땔감을 컨테이너에서 내려 옮겼다. Paul은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 <삼시 세 끼>의 차승원 같았다. 우리는 아까 구입한 음료수를 하나씩 마시며 음식이 완성되는 것을 기다렸다.

얼마만의 캠프파이어인지.

    카레도, 다진 고기와 통조림을 마구 넣은 알 수 없는 요리도, 빵도 엄청 맛있었다. 이게 배가 고픈 상태나 여행 중에 즐거움이라는 특별 양념 때문이 아닌, 이것을 배제해도 객관적으로도 무척 맛있었다(이후 나는 3일 내내 저 고기+통조림 요리가 나올 때마다 열심히 먹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는, 우리만 있는 사막에서 맛있는 음식과 두 달 만에 마시는 알코올을 아름답게 붉게 물드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먹으니 이것이야말로 신선놀음이고,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무척 오랜만에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 투어 첫날인데 벌써부터  내일모레면 투어가 끝난다는 것이 아쉬웠다. 식사가 끝났어도 음료수를 추가로 마시며 해가 지는 것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시간이 9시가 넘어가면서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노을도 자취를 감추고, 이제 슬슬 밤하늘의 주인들이 하늘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직 하늘이 완전히 컴컴해진 것은 아니라, 밝은 별들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밤하늘의 별자리 중 알아볼 수 있는 건 오직  오리온자리뿐. 북반구에서도 보이던 별자리가 보인다니, 신기하다. Paul이 사람들을 불러 South를 찾는 법을 알려주었다. Southern Cross, 남십자가성과 남십자가성 아래에 위치한 두 별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South라고 알려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Southern Cross를 보았다. 괜히 혼자 감동했다. 일본 니시토코로자와의 친구네 집에서 처음으로 북두칠성을 보았을 때와 같이 신이 났다. 분명히 멜버른에서도 볼 수 있는 자리인데 지금까지 몰라서 못 본 것이 분명하다.  대학교 1학년 때 분명히 별에 관한 수업을 들었는데 기억나는 건 ‘별자리 사진 찍을 때엔 릴리이즈라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것뿐이라니.


    슬슬 하나 둘 씩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자기 시작한다. 나도 잘 준비를 하였다. 별이 무수한 밤하늘을 촬영하기 위해 나는 이 투어 직전의 열흘 동안 내내 불안과 긴장 속에서 살았다. 셔터 스피드를 내가 원하는 대로 촬영할 수 있는 ‘릴리이즈’ 구입부터 삼각대 구입까지. 필름 카메라용 릴리이즈는 미국에서 구입하는 게 가장 저렴하지만 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한국으로 주문, 바로 집에서 보내주었지만 하필 주말과 공휴일(Australia Day)이 겹쳐 배송이 늦어져, 결국 출발 전날인가 전전날에 겨우 받아보았다. 출발하는 날까지 도착하지 않을까 봐 정말 어찌나 긴장했는지. 삼각대는 다리가 길고 튼튼한 것들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자금 사정상 호주달러 40불 미만의 휴대용 미니 삼각대로 만족했다.

    모자 안에 릴리이즈, 물통, 벌레 스프레이, 똑딱이 필름 카메라, 여분의 필름을 넣었고, 모자 옆에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하고 릴리이즈도 설치했다. 자다가  2시쯤 일어나서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고, 바로 찍을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swag안에 침낭을 넣어, 그 속에 들어가 일어나면 은하수와 수백만의 별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드디어 내일은- 나의 20대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이날이 20대의 10년을 통틀어 가장 운이 나쁜 날 중 하루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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