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0일, 베르게니로데에서.
10.03.2016 Wernigerode
이곳에서 3일째, 드디어 이곳을 돌아다녔다. 지난 이틀 동안은 깜깜한 저녁에 식사를 하기 위해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구글맵에 의존해 걸어다녔다. 언덕 위엔 아름다운 성이 있고 그 성 아래에 조성된 베르니게로데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중세 시대부터의 모습을 간직한, 말 그대로 동화같은 마을이다.
자꾸 소환해서 미안한데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옆 동네 크베들린부르크와 비교하게 된다. 크베들린부르크는 중세의 모습을 재현한 체험관 같은, 인위적인 느낌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베르니게로데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가 중세 시대의 마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눈에 보이는 풍경 조차도 중세와 현재가 함께 녹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건물들은 대부분이 목조 건물이라 이 곳의 목조 건물 거리는 명물이기도 하다. 중간 중간 현대식 건물이 가끔 끼어있기도 한데 그것이 신기하게도 주변과 꽤나 잘 녹아있다.(보니까 창틀을 주변과 맞췄더라) 건축 년도도 다양하다. 1500년대 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의 숫자들을 볼 수 있고, 백 년 단위의 역사를 가진 상점들도 종종 보이곤 한다.
이 거리를 걷는 것은 꽤나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었다. 다만 이 동네에서 아주 살짝 기분이 좋지 않은 일들이 있어 2%정도의 불만족도 존재한다. 8-10시의 체크아웃타임과 4-8시까지의 짧은 체크인 타임에만 숙소에 있는 스탭은 오후 3시엔 자기가 여기 없다며 역의 락커를 이용하라며 짐 보관을 거절했고, 유명한 오래된 찻집에 들어가 티와 케이크를 먹는데 차가 조금 모자라(왜 티 팟은 같이 안 나오는 거죠?) 따뜻한 물을 더 받고 싶어 이야기 했으나(아니 heiße wasser-hot water-까진 잘 통해놓고서 왜.....) 결국 같은 종류의 차가 한 잔 더 나와 강제로 차 두 잔을 마시고 두 잔 값을 내야했던 일들로 이 마을(의 사람들)과 나의 주파수는 묘하게 틀어져버렸다. 이들을 제외하곤 3일 동안 돌아다니며 만난 상점의 사람들은 모두 독일 답지 않게 친절했다.
유원지 같은 크베들린부르크에 비하면 다소 심심할 순 있지만 중세 시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 베르니게로데.
베르게니로데 성, Schloß Werniger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