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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Apr 13. 2016

Aschersleben/Deutschland

2016년 3월 9일, 아셔스레벤에서.

09.03.2016 Aschersleben

여행책에도 실리지 않은, ㄴㅇㅂ에서도 정보를 얻기 힘든 아셔스레벤은 독일의 고성들을 모아놓은 아주 친절한 한국인 블로거의 짧은 설명(은 두산백과에서 긁어왔다고 했음)을 보고 찾아간 곳이다. 체류중인 곳에서 가깝기도 했고, 성벽이 잘 남아있다는 설명에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크베들린부르크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남들보다 1.5배는 시간이 걸리는 나조차도 1시간 반 정도로 충분했을 정도로 작은 아셔스레벤. 직전에 천 년의 도시 크베들린부르크에 다녀와서 그런지 이곳은 상당히 현대적이라는 느낌 마저 받았다. 하지만 크베들린부르크보다 아셔스레벤이 좀 더 만족스러웠던 건 왜일까?

아셔스레벤은 무척 '쿨'한 도시다. 관광 도시도 아니며 관광객들에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도 않다. 심지어 찾아간 관광안내센터는 이번 주는 폐관이란다. 그런 그들에게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있던 것들은 지켜야 하는 것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아닌 '원래 있었던 거 아님? 'ㅅ', 딱히 신경 안 씀'의 시크함과 '걍 냅둬'의 무신경함, 하지만 '그래도 같이 살아보려는 노력은 하는 중' 이런 모습들이 느껴진다. 이걸 굳이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재활용'. 남아있는 성벽의 대부분은 사유지 혹은 아파트 등 공동거주시설의 일부가 되어 대부분이 이제는 '주차장' 벽으로서 쓰이고 있고, 500년 전에 성의 일부였던 원탑은 반은 옛 모습으로, 반은 현대식 건물이 되어 재활용 되고 있다. 아마 일부분은 파괴되고 남은 부분을 현대 건축과 결합시켜 문화재의 복원이 아닌 건물의 재활용을 선택했다. 성벽 위에서는 아이들이 놀이터로 삼아 놀고 있었다. 크베들린부르크는 뭔가 쩔쩔 매는 듯한 인상을 크게 받았는데 이곳은 그런 거 전혀 없다.
남겨진 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각자의 사정에 맞춰 논의, 선택하겠지만 아셔스레벤은 남겨진 것들은 화려하고 대단한 것은 없지만 현재와 그것들이 공존하는 모습은 '좀 멋있다'는 생각 마저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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