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1일, 첼레(쎌레)에서.
11.03.2016 Celle
크베들린부르크-베르니게로데에 이은 중세 마을 첼레.(전철의 아나운스는 '쎌-'에 가깝더라) 크베들린부르크-베르니게로데-첼레, 중세 마을만 세 곳을 연속으로 방문했더니 슬슬 시각적으로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세 곳 중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곳 첼레를 꼽을 것이다.
과거로부터의 풍경으로 가득한 첼레는 베르니게로데처럼 무척이나 현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곳이었다. 베르니게로데가 좀 더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이라면 첼레는 좀 더 덩치가 큰 곳이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확실히 나뉘어져 있는 점이 이곳의 특징이라면 특징.
이 구시가지의 가장 중요한 명물은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도 구시청사도 아닌 사진 왼쪽 하단 모서리에 보이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할아버지라고 생각한다. 일단 할아버지의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라는 단어는 마치 아마추어 레벨로 낮추는 듯 하여 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전직 프로 연주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씨디 틀어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레퍼토리도 유명한 클래식 악곡들로 이루어져 같이 흥얼거리게 되며, 할아버지의 연주가 들리는 동안 나는 완전히 이곳의 풍경에 녹아드는 경험을 했다. 그 어떤 곳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특별한 기분이었다. 이 중세 도시를 더욱 더 '이곳답게' 만들고 이곳만의 개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이 할아버지의 아코디언 연주일 것이라 장담한다. 동영상으로도 남겼으면 좋으련만, 분위기에 너무 취해 사진도 남긴 게 몇 장 없을 정도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곳은 바로 이곳 첼레, 아니 "할아버지의 연주 소리가 들리는 첼레"였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첼레 성, Schloß Ce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