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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Apr 18. 2016

Hameln/Deutschland

2016년 3월 11일, 하멜른에서.

11.03.2016, Hameln


'피리 부는 사나이'의 도시 하멜른. 어릴 때 책을 가까이 하기는 커녕 머어어얼~~리 했던 내가 이 이야기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만화영화로 본 것이 분명하다. 친절한 관광 안내서에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줄거리가 적혀있었다.(한국어는 없음, 일본어는 있음) 둥근 원 모양으로 형성된 구시가지의 곳곳에선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중심가를 빠져 나오면 여느 독일 중소도시와 다를 것이 없다.


이날 시내 중심의 성당 근처에서는 독일인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일본인들도 머리로는 알지만 '어쩔 수 없다'며 애써 외면하는 진실을 지구 반대편에서 독일인들을 통해 만날 줄이야.

그리고 비로소 이 날이 3월 11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5년이나 흘렀다. 나는 이날의 지진으로(나는 당시 동경 오다이바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그날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검은 바닷물이 모든 것을 삼켜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대지진 이후 3년 정도는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것이 늘 내 곁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시간 동안 나는 '언제 죽을 지 몰라'라며 삶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곤 했다. 하지만 덕분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다 하자'라는 마인드도 생겨 지금의 떠돌이 워홀러 삶에 이르긴 했다. 그날 지진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어디서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Weser강. 피리 부는 사나이로 꾸며진(?) 중심가에서 벗어난 진짜 하멜른이 더 마음에 들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동네였다.

독일의 하수구는 각 도시의 심볼을 새겨놓은 것이 많다. 아직 구입한 지 1년도 안 됐음에도 너덜해진 불쌍한 나의 닥터 마틴..


사실 하멜른 중앙역에서 내려 하멜른 시내로 가기 전에 들른 곳이 있다.

Schloss Hämelschenburg, Emmerthal

근처 에머타리 해멜쉔부르크 성. 니더작센 티켓으론 이곳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없고 별도로 운임을 지불해야 한다. 왕복 6,40유로나 지불하고 찾아간 이곳은 아직 겨울 폐장이 끝나지 않았다. 3월 11일에 방문했는데 3월 26일까지 휴관이라니. 아직도 실제로 이 성을 지은 사람(?)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성은 요새처럼 무척 견고하게 그리고 매우 정교하게 지어졌다. 가는 길의 버스 기사 아저씨가 무척 친절했다.

Pfannekuchen이라는 트립어드바이저의 상위권에 랭킹한 팬케이크 가게.

6,90유로나 주고 먹었음에도 처음 먹는 순간부터 역까지 20분 동안 걷고, 기차를 타고 돌아가는 순간까지 실망감을 접을 수 없는 맛이었다. 오랜만에 밀가루맛만 느껴지는 음식을 먹었다. 아직도 생각하면 화가 난다. 오죽했으면 먹은 음식 이야기는 브런치에 안 올리는데 이렇게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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