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2일, 마리엔부르크에서.
12.03.2016 Marienburg
사실 '하노버Hannover'에 넣어야하는 곳이긴 하지만 정작 하노버는 돌아다니지 못했고 멀지 않은 곳의 이 성만 들렀기 때문에 하노버가 아닌 마리엔부르크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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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 내려 30분 좀 넘게 걸었을까, 가볍게 산을 타고서야 만난 마리엔부르크.
그야말로 美城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이번 여행 중 봐 온 여러 성 중 제일 아름다웠다. 그 크기가 크지도 작지도 않아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은 없지만 단아하고 섬세한 모습은 보통 체격의 우아한 고전 미인상의 여성이 연상된다. 성벽은 흡사 드레스의 레이스처럼 보인다.
나는 아직 독일의 가장 대표적인 미성인 퓌센의 신백조성엔 가본 적이 없지만, 마리엔부르크 역시 손에 꼽을만한 미성임에 틀림 없다.
이 공들여 정성스럽게 만든 아름다운 성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이 성을 이루는 모든 벽들(성벽, 건물의 외벽 모두)의 돌과 돌 사이의 점토에 촘촘히 박힌 조약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성을 지은 인부들의 '노가다'가 느껴진다. 물론 누군가의 왕, 영주가 사랑하는 한 여성을 위해 만든 성이지만ㅡ 산 위에 땅을 파서 토대를 만들고 손으로 쌓아 올린 것은 당연하게도 그들이 아닌 백성, 주민들이었을 것이다.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도, 그리스와 로마에 남은 신전들도, 오래된 성당과 교회들도, 그리고 한국의 궁궐들도 그렇게 지어졌다. 역사가 이 성을 만든 이로 그들을 기록하진 않는다. 다만 숫자로 기록되었을 그들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었고, 가족들을 위해 돌을 나르고 쭈그려 앉아 촘촘히 조약돌을 아직 마르지 않은 점토 위에 올리던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ㅡ 시간이 흘러 주인들을 떠나 보내고 홀로 남은 이 성을 보는 사람들이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이 아름다운 성을 만든 것은 이 성의 주인이었던 왕이 아닌 각자의 삶을 살던 그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