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6일, 지친 하루를 끝내고.
06.04.2016
해외 생활 자체에 익숙해진 것인지, 서양권 풍경에 익숙해진 것인지- 독일에서는 시각적으로도 감각적으로도 자극을 거의 받지 못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들, 뒤셀도르프의 라인강도 충분히 예쁘지만 멜번의 야라강만큼은 마냥 좋은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멜번에서는 카메라 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먹으러 다니느라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는데, 딱히 돈 쓸 일도 없는 곳이다. 소비지향 사회였던 동경, 서울, 멜버른과는 다르게 독일은 전국민이 절약 정신이 투철하다더니만, 나도 강제 절약 모드로.
커피 마시러 다니던 재미도, 팬케이크 햄버거 먹으러 다니던 재미도 여기서는 이어갈 수가 없다. 전세계 음식이 다 모여있어 매일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던 멜번에 비해, 여기서 타이 요리집은 본 적이 없고, 베트남은 좀 그나마 있는 편, 심지어 중국 음식점도 눈에 띄지 않는다. Thai라고 써 있는 곳 가보면 죄다 마사지샵이야... 아시아인들이 모여사는 뒤셀도르프에서도 이정도이니, 다른 소도시는 아시안 음식점은 아예 찾기 힘들고, 다른 대도시에서도 보기 힘들다. 가게에서 먹거나 집에서 해먹는다. 매일 아침은 사과 한 개랑 계란 두 개를 후라이로 해서, 양파 파프리카 양송이 버섯을 볶아서 이렇게 먹는다. 커피는 슈퍼에서 파는 물에 타 먹는 커피. 커피잔 인증샷이 더 이상 안 올라오는 이유는... 여긴 그런 거 없어..ㅠㅜ
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내가 오랫동안 꿈 꿔왔던 독일과 실제 와서 겪어보는 독일은 좀 많이 다른 것 같다. 뭐랄까... 좀 독특한 개성이 없이 무난~ 한 느낌? 뭘 해도 심심한 나라다.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집과 일이 정착 완료한 것도 이제 일주일이니 더 살아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멜번의 뜨거운 햇살과 세인트 킬다 비치, 그리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커피 투어가 그립다. 향수나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심심해서 뭐든 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서도 잘 노는 내가 할 게 없어서 심심해 하고 있다니.. 어쩌다가 생활의 시작이 7일 연속 근무라서 이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