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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Apr 22. 2016

뒤셀도르프 기록

2016년 3월 26일, 뒤셀도르프 시내를 걷다가.

26.03.2016

독일엔 어느 도시든 미술과 클래식 음악, 인문학 등등을 공부하기 위해 와 있는 유학생들이 참 많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특히 잠시 머물고 있는 에쎈에는 음대가 있고 내가 이사 오게 되는 뒤셀도르프에는 미대가 있어서인지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 지도 모르고.

연령대는 한국에서 대학을 마쳤을 만 24~25세 정도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것 같다. 실제로도 대부분이 한국에서 졸업을 하고 독일로 넘어왔단다. 워킹홀리데이나 어학연수 등으로 비교적 쉽게 가는 호주와 일본에 비하면 확실히 연령대가 높긴 하지만, 그런 나보다 어린 그들을 보며 '와 대단하다 어린 나이에... 한국 생활 다 정리하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난다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나는 그때 뭐 했지?'란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든다.

그런데ㅡ 뭐하긴.. 생각해보니 나도 그들보다 더 어린 만 22세때부터 계속 한국에서 나와 살았다. 그들이 다시 학교에 들어가면 만 25~6세. 내가 다시 한국의 학교로 돌아갔던 때도 만 26세였다. 그당시엔 모두가 내게 늦었다고 했는데. 심지어 그들은 이제 들어가면 1학년이지만 나는 만 26세에 3학년이었는데! 뭐가 나이가 많다고 그리도 놀림 받고 구박 받은 건지.
20대 초반이든 후반이든 30대든... 누구나 외국으로 터를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테다. 살아가는 건 또 어떻고.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고 어디든 희노애락의 삶 아닌가 어찌 좋은 일들,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겠는가. 거기에 개개인이 느끼는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함 역시 추가.

새삼 처음 해외로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2학년 16세의 나도, 일본으로 갔던 22세의 나도, 유학을 시작했던 24세의 나도,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했던 26세의 나도, 호주로 떠났던 29세의 나도 그리고 지금 독일로 떠나온 31세의 나도...(다 만 나이)


보통 독한 인간이 아니었구나... 싶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뒤셀도르프로 놀러왔다. 다음 주 수요일부터 한국에 돌아갈 때까진 뒤셀도르프에서 지낼 예정. 독일에 온 지 달 정도 지나 일도 집도 정해졌다. 아직 한 달 밖에 안 되었다니. 베를린에서의 12일, 7일간의 여행 모두가 최근 한 달 안의 일이라니, 체감으론 한 두 달은 지난 것 같다. 그래도 중간에 지역 이동 한 번 한 거 생각하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편 같다. 근데 라인강 사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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