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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May 15. 2016

Amsterdam/Netherland

2016년 5월 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09.05.2016 Amsterdam, Netherlands


1. 나는 네덜란드를 잘 모른다.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고, 뒤셀도르프에 와서 함께 일하는 사원이 암스테르담을 무척 좋아한다며 꼭 가보라고 해서 가보긴 해야할 것 같았고, 그저 여지껏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나 보던 튤립축제가 1주일 후에 끝난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운 좋게 3일 연휴를 받아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2. 아기 돼지 삼형제가 떠올랐다. 적지 않은 나이인지라 어릴 때 읽었던 동화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짚으로 만든 집은 거센 바람에 무너지고, 삼형제 중 막내가 벽돌로 튼튼한 집만이 남았다~ 는 이야기. 게다가 네덜란드는 센 바람이 부는 나라. 풍차의 나라 답게 암스테르담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현대의 풍력발전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기 돼지 삼형제가 네덜란드의 동화인 줄 알았다.(영국이란다)


암스테르담의 체감 90%정도의 건물이 벽돌로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이런 벽돌집은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벽돌로 집을 지어온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역시 아기 돼지 삼형제처럼 바람이 센 나라라서 그런가.


3. 유럽의 바로 옆 나라인 독일과는 다른 점, 그리고 지구 반대편의 호주와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각 집들에 '발코니'가 발달했다는 것. 암스테르담과 큐켄호프를 오가며 관찰한 맨션들은 발코니에 '소파, 의자, 파라솔'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파라솔은 멜번에서는 본 적 없는 아이템이라 신선했다.


도시 전체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독일과의 거리가 그리 멀지도 않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독일의 소도시에서 조차도 아예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근교나 주택가로 빠지지 않는 이상은 이 정도의 여유로움을 느끼기는 힘들다. 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유감인 걸까.


들어가는 가게들의 점원들에게서도 양기가 느껴진다. 말 걸기 무서운, 종종 점원이 짜증을 내거나 혼내기도 하는(적어도 나는 경험했다) 독일과는 천지차이다. 지난 두 달 반 동안 독일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양기다, 순간 호주에 온 줄 알았다. 심지어 웃통을 벗고 맨발로 걸어다니는 것도 호주와 같다!


4. 당황스러울 정도로 자전거가 많다. 길 여기 저기에 자전거가 주차되어 있는데, 너무 많아서 좁은 길은 보행자의 통행을 가로막을 정도다. 이리 저리 자전거 바퀴를 피해 다녀야 할 정도로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역 앞의 자전거 정류장은 각자 자기 자전거 찾느라 바쁘고 그 모습이 일본 동경에 살 시절의 동네 대형 슈퍼 정류장보다도 더 복잡했다. 스케일이 다르다. 중국도 만만치 않겠지만, 암스테르담은 지난 한국, 일본, 호주, 독일에서도 본 적 없는 스케일의 자전거 천국이었다.


5. 영어가 통하는 범위가 넓어서 놀랐다. 문득 '네덜란드는 시장 아줌마도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는 이야기를 수 년 전에 본 것 같은 영상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 기사도, 심지어 시내에서 떨어진 교외의 점원 아줌마도 모두 영어로 대화가 가능했다.(내가 못 해서 그렇지..) 문법 구조가 비슷하고 영어가 뿌리를 두고 있다는 독일어를 쓰는 독일에서도 영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대도시에서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내가 사는 뒤셀도르프는 비교적 영어를 쓸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간단한 영어가 가능하지만, 다른 소도시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6. 그 외

-한국에서 불법으로 지정된 많은 것들이 합법으로 인정된 곳이다.

-'지금 가장 핫한 곳은 베를린이지만, 결국 유럽인들의 영원한 로망은 암스테르담'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더라.

-무슬림 여성이 많았다.
-점원들이 가게 밖으로 나와있다.

-독일보다 아시안 레스토랑 많았다. 특히 타이와 베트남 레스토랑이.

-암스테르담은 '큰 소도시' 느낌이 난다. 도시 혹은 중심가 자체는 뒤셀도르프보다 작은 것 같지만, 다만 오밀조밀 모여있어 밀도는 상당히 높다. 길이 좁고 건물도 좁고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 있다. 신기한 것은 건물이 앞으로 쏠리듯 기울어져있다.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인 만큼, 거리 곳곳에서 매쾌~한 냄새가 난다.


나는 물이 인간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길마다 물이 가득한 이 도시가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만 같았다.
매일 해가 지는 시각엔 음식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본 일몰은 분홍빛이었다.
모든 풍경이 고흐의 그림이 연상되는 것은 기분탓?
큰 소도시, 혹은 작은 대도시 암스테르담. 오밀조밀한 건물들.
떠날 시간이 되니 괜히 아쉬워진 암스테르담 시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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