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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Aug 24. 2016

뒤셀도르프 기록.

2016년 8월 23일, '반 년'을 지내며.

23.08.2016


2월 24일에 독일에 입국했으니까 내일이면 정확히 만 6개월이 된다. 내 비자는 11개월짜리이니 이미 반환점을 돌았고, 11개월을 모두 채우는 것이 아닌 10개월만 지내기로 했으니, 남은 시간은 정확히 4개월이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다니.


지난 6개월을 어떻게 보냈는가-를 생각하자니 머리가 아파온다. '왜 그렇게 밖에 못 했는가'라는 자책도 있고, '왜 그렇게 해오지 않은 걸까'라는 아쉬움도 있고, '그런 6개월을 보냈으니까 남은 4개월은 이렇게 보내자'라는 반성과 계획도 있고. 4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1분도 마냥 기다리면 길게 느껴지는 마당에 잠을 자도 120번은 더 잘 4개월이 짧을 리가 없다.


불평 불만을 줄이기로 했다. 못난 성격이라 불평 불만을 안 하지는 않을 테지만, 좋은 면도 찾아 보기로 했다. 예를 들면 일하는 가게의 시프트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거 짜느라 얼마나 고생했겠어'라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불평 불만은 내 안에서 마이너스 기운이 생기고, 이는 내 마음을 파고 들어와 내 생활 전반에 걸쳐 먹구름을 만든다.


지쳐있지 않기로 했다. 나는 활동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움직여야 지치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면 지친다.


독일어 공부....를 지금처럼 아예 안 하지는 않기로 했다. 사실 의지의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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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의 워킹홀리데이는 내겐 특별한 존재였다. 4년 간의 일본 생활과 꿈을 접어야 했을 때 '구실'로 내민 것이 독일 워킹홀리데이였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것도 독일 워킹홀리데이의 예행 연습이라고 생각했다.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 했을 때 구실이 되었던 만큼 독일에서 보내는 워킹홀리데이 1년은 무결점의 완벽한 날들로 채워졌어야 했다.


하지만 예행 연습이었던 호주 생활은 의외로 기대 이상이었고, 모든 기대와 꿈을 몰아 넣었던 독일 생활은 기대 이하였다. 애초에 삶에 예행 연습이 있을 리가 없는데. 호주 생활을 예행 연습으로 치부해버렸던 시간이 아쉬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더욱 커졌고, 그 마음이 커지면 커질 수록 독일에 정 붙일 마음은 작아졌다.


하지만 독일 역시 아무리 돌아올 지도 모른다고 해도 지금은 지금 뿐이다. 이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두 번도 없다. 서른 두 살이니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을테고, 나는 그것들을 마음껏 느끼고 즐기러 왔다. 안타깝게도 지난 6개월 동안 내 마음과 머리를 가득 채운 것은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였지만. 나 스스로 바꾸려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알아서 변해주는 환경 따윈 없다. 내가 바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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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책이 좀 읽고 싶다. 지적 갈증(...)과 자극에 대한 결핍이 날로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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