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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홀러 류 씨 Jan 16. 2017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 1호

週刊 <워킹홀리데이@타이베이> 제 1호

별 거 없다. 거창한 것도 없다. 그냥 전부터 일주일을 정리하는 식으로 올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호주 워홀 때부터 늘 마음속엔 간직하고 있었다. 호주에서도 독일에서도 실현시키지 못해서 그렇지.....

근데 브런치는 대표 사진 설정이 안 되나?



2017.01.11 수

길 가다가 냄새에 끌려 먹은 이름 모를 빈대떡(NTD 60)


 메인 역 근처에서 아르바이트 면접이 있어 여유 있게 갔다가 그 근처를 돌아다니기 시작, 한국의 파전(?)과 비슷한, 크레페처럼 만드는 뭔지 모르는 음식을 파는 작은 가판대 앞을 지나쳤는데 냄새에 이끌려 다시 돌아가 하나 사 먹어봤다. 너무 뜨거워서 정작 면접 전에는 한 조각 밖에 못 먹고 집으로 가져와 그날 저녁 식사로 먹었다. 맛이 무미는 아니지만 간이 심심하여 간장이 절실해졌다.


 이것이 대만에 와서 먹은 첫 음식!


2017.01.11 수

高雄五福鮮蝦扁食, 台北 忠孝敦化

鮮蝦扁食麵 (NTD 100)


원래 면접장소는 쫑샤오둔화 역이었으나 메인 역으로 변경. 아침에 쫑샤오둔화역 근처의 맛집을 검색했을 때 '성룡이 잘 가는 가게'라고 소개된 가게를 발견했다. 성룡은 관심이 없으나 검색해보니 꽤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한 듯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까 대만 선배님들의 지시대로 이 집의 대표 메뉴를 주문. 고기 안에 새우를 넣은 완탕이었다. 짠 일본식 국물과 매운 한국식 국물 요리에 익숙해져 있던 내 미각은 좀 심심한데?라고 느꼈지만 금세 적응했다.  

먹고 있는데 사장님으로 보이시는 분께서 서비스도 주셨다. 맛으로 보면 간장과 설탕을 섞은 소스에 졸인 두부? 같았다.


2017.01.12 목

楊記大餛飩, 台北 忠孝敦化

綜合大餛飩湯麵 (NTD 90)


첫 출근. 부 매니저님께 회사 시스템과 전체적인 업무 매뉴얼, 실무 교육을 받고 퇴근 후 함께 식사를 했다. 이 집엔 매운 소스가 있었는데(독일에서 일했던 일본 가게에서 '매운 소스 scharf Soße'내던 그 중화권 소스와 조금 닮았다) 칼칼한 음식이 땡길 땐 이곳에 오신다고 하셨다. 매니저님의 이름은 나와 같다. 대만으로 올 때 카운터의 직원분도, 출국 짐 검사 가기 전에 여권과 티켓을 확인하시던 분도 다 나와 같은 이름이었다. 흔한 이름이긴 하지만 네 명 모두 성이 다르다는 것도 재밌다.


내가 먹은 건 '종합'인데 고기, 새우, 채소 이렇게 세 가지가 혼합된 것 같다. 면이 들어간 것을 시킨 것을 다소 후회했다. 내겐 양이 좀 많았고, 면이 국물을 흡수해서 점점 불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다고 생각했음에도 다 먹은 건... 25년 가까이 잘 못 먹는 나만 봐 온 내 친구들은 여전히 기뻐할 것이다.


2017.01.13 금

7-Eleven, 台北 忠孝敦化

紐奧良風味烤雞蔬菜捲 (NTD 59)

 

일찍 나왔는데 뭣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일단 출근 전에 허기라도 때워야겠다 생각해 편의점에서 가볍게 먹었다. 일본 유학 시절 너무나도 사랑했던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이 너무나도 좋아 3년 가까이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부터 정사원이 된 일본인 점장은 '류 너만큼 세븐일레븐을 좋아하는 사람 처음 봤다'할 정도로. 세븐일레븐도 패밀리마트도 한국/일본/대만에 모두 있는데, 일본과 대만의 그것들은 무척 닮았으나, 한국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매장 크기, 보유 상품 등등. 일본과 대만에선 편의점에서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데(공공요금 납부, 인쇄 등등까지도) 한국의 편의점은 전혀 다르지.

대만에서는 일본과 비슷하게 어묵도 판매한다. 일본과 대만의 다른 점은 어묵 판매대 옆에 시커먼 계란도 함께 판다는 것. 점원이 계란 아래쪽을 살짝 깨 조리기에 넣는 것을 봤다. 언젠가 시도해보겠다.


아, 이거 급하게 먹느라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2017.01.13 금

楊記大餛飩, 台北 忠孝敦化

綜合大餛飩湯麵 (NTD 90)


기나 긴 근무가 끝나고 집으로 가야 하는데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8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쉬지도 못했다. 정해진 업무를 시간 안에 모두 끝내기엔 나는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처음 하는 일이라 요령도 없었고, 시간이 점점 가고 있다, 손님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압박감, 긴장감에 한 방 당했다. 6시간이 지나가면서 다리와 온몸이 후둘거리기 시작했고, 겨우 겨우 8시간 만에 끝내 확인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손님들이 들어왔고, 거기서부터 또 나는 패닉. 너무나도 시간이 오래 걸렸음에도 피드백이 없다는 것도 불안했고, 지금까진 접객과 서빙 등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처음 가도 업무 흐름은 그날 바로 적응하는 편이었는데, 그러하지 못하다는 점이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주었던 서비스업에 대한 자신감마저도 떨어졌다.

그리고 새삼 내가 참 쓸 데 없는 곳에 완벽을 기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신입 교육자의 입장이었을 땐 늘 신입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늘 지켜보고 잘못은 지적하고, 조언할 수 있는 부분은 조언하고. 신입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실수하는 것이 당연하다. 왜 그것이 내겐 적용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오늘이 처음이잖아, 오늘 일은 피드백해서 다음에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도록, 그 실수를 줄여가면 돼-라고 마음속으로 되뇌며 나 자신을 다스려보려 해도 쉽지 않았다.


긴장도 풀리고 배도 고프고 집까지는 전철을 타고 가서 또 걸어가야 하고. 비는 오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로 집까지 갈 용기가 없어 전날 들른 곳을 또 갔다. 고기(...)가 먹고 싶은데 이 동네에 아는 곳이라곤 이곳뿐이니. 전날의 실수를 거울삼아 '면 없이' 먹었다. 비가 와 다소 차가워진 공기가 나를 부들부들 떨게 했지만 따뜻한 국물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있는 나를 녹여주었다. 두 번 밖에 안 왔지만, 대만의 이런 만두가 들어있는 국물요리? 는 왠지 나의 대만의 소울푸드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호주에선 플랫화이트, 햄버거, 팬케이크, 독일에선 커리부어스트가 그러했다. 아무리 가기 전에 그 나라에 대해 알아보고 가면 이런 걸 해야지~라고 계획을 세우고 가도, 막상 가면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의 연속이다. 이 요리도 그중 하나일 듯.


2017.01.13 금

蒜翻天, 台北 後山埤

香蒜鹽酥雞 (NTD 45)


 저거 하나 먹은 걸로 힘이 날 리가 없다. 퇴근 후에 힘이 나서 뭐하나 싶지만, 사실 그냥 배가 고파서 갔다. 전날인가, 근처 슈퍼 들렀다가 맞은편에 있는 작은 가게가 무슨 가게인가 싶기도 했고. 4년 전에 대만에서 10년 유학하신 교수님의 지도로 일주일 동안 학과 연수로 왔을 때 본 적이 있다. 바구니에 원하는 걸 담아서 바로 튀겨주는 시스템.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나는 일단 손가락으로 찍었다. 개인적으로 닭고기는 뼈 없는 순살치킨보다는 뼈 있는 치킨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뼈가 있어 보이는 것으로 골랐는데 방 안에서 냄새가 나서 다음부터는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순살로 시키기로 했다. 닭을 튀긴 후(한 번 튀겨서 진열해 놓은 것을 다시 한번 더 튀김) 마늘과 칠리 가루와 함께 섞는다.


2017.01.13 금

Family Mart, 台北 後山埤

究極牛奶泡芙 (NTD 90)


 궁극의 밀크 퍼프. 퍼프=한국에선 '슈'라고 부르는 그것.(홈런볼도)

 단 것이 땡겨 근처 세븐일레븐에 갔는데 디저트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패밀리마트에 갔다. 이 동네에만 집에서 역까지 가는 길에 패밀리마트가 3개 세븐일레븐이 2개 있다. 옆 블록 쪽으로 보이는 것들을 더하면 +3개. 편의점 천국이다.


 이거 느끼하고 맛없다. 크림도 슈도 느끼하고 크림은 부드러움도 없었다. 패밀리마트가 그럼 그렇지. 패밀리마트는 어느 나라든 맛이 없구나  


2017.01.14 토

Family Mart, 台北 後山埤

龍蝦沙拉手卷 (NTD 32)


어디서 샀는지도 모르는 아마 동네 패밀리마트에서 산 것 같다. 이날은 근무지가 메인 역. 멘붕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지점으로 교육받으러 갔다. 그래도 교육이라 기분 전환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대로 시험에 든다면 멘붕의 연속이었을 거야..ㅠㅠ 역시나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마땅히 먹을 곳이 없어 메인 역 지하상가의 벤치에 앉아 먹었다. 근처에 벤치가 있는 작은 공터가 있긴 하지만 비가 와서 어쩔 수 없었다.

침구 정리를 하는데 갑자기 오른쪽 팔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전에 25킬로그램의 캐리어를 들고 귀국했을 때 느꼈던 팔목의 통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움직이지도 못하겠더라. 일단은 참고 일하긴 했는데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2017.01.14 토

길가다가 눈에 띈 할아버지의 만두 (NTD 30)

 

저번에 면접 보러 왔을 때 우연히 지나친 할아버지의 만두 노점. 10개에 30원이라는 글자가 내 마음을 끌었다. 울 엄마는 만두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시지. 이북 출신이셨던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영향이라고 하셨다. 엄마는 만두는 다 좋아한다고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건 만둣국의 만두인 것 같다.

그런 엄마의 영향인지 나도 만두를 꽤 좋아한다. 군만두, 물만두, 왕만두, 만둣국 다 좋아 다 좋아~ 그런 내게 10개에 30원에 파는 이 만두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할아버지도 장소를 근처로 옮기셨다.


내가 사려고 하니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서 조금 기다려야 했다. 다소 기름지긴 했지만 허기를 달래기엔 나쁘지 않은 맛과 양이었다. 각각 105세와 90 넘어 돌아가신 두 분의 할머니 덕분인지 나이 드신 분들에겐 이유 없이 연민을 느낀다.


2017.01.14 토

阿來甜不辣, 台北 後山埤

甜不辣(小) (NTD 50)


살고 있는 동네에선 뭘 먹어야 하나- 해서 ㄴㅇㅂ에서 검색해봤더니 얼마 전까지 같은 역을 사용하시던 분께서 올리신 포스팅을 발견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시내로, 특히 내가 일하는 곳들로 가기엔 어디든 쉽긴 하지만 번화가나 인기 있는 동네에선 살짝 떨어져 있다.


중국어로 '어묵'은 '甜不辣tianbula'라고 부른단다. 甜不辣를 검색하면 영어 페이지에선 튀김 tempura, 일본어로 쓰면 '튀김'이라는 뜻의 텐푸라天麩羅에 해당하는 것이 나온다. 일본 식민지 시절의 단어가 남았다고 한다.


아무튼. 어묵, 튀긴 두부, 무 등등이 들어가 있다. 검정 것은 위에 언급한 블로그에서 본 것 같지만 그냥 모른 채 먹기로 했다. 알고 싶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맛은 독특하다. 일본에서 '미소 소스'라고 부르던 것이 베이스로 들어간 듯한 느낌도 들고. 가게 안엔 국물이 비치되어 있어, 다 먹으면 이 소스와 국물을 섞어 파를 넣어 먹을 수 있다. 별미까지는 아니지만 일상적인 맛이라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그런 맛? 밤 8시까지 밖에 안 하기 때문에 가끔 가야지- 싶다.


2017.01.15 일

7-Eleven, 台北 信義

紐奧良風味烤雞三明治 (NTD 35)


 오늘은 101 타워 근처의 지점으로 교육받으러 갔다. 집 근처를 지나는 버스 두 대가 모두 101 타워 근처로 지나가는 것 같았다. 검색을 해보니 40분 정도 걸린다길래 일찍 나왔는데, 40분은 무슨 8분 걸리더라. 그러나 두 버스는 각각 내려주는 곳이 다른데, 먼저 오는 것을 탔더니 생각했던 곳과는 다른 곳에 내려 한참을 헤맸다.


 덕분에 밥 먹을 시간은 없고. 급하게 세븐일레븐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허겁지겁 먹고(만날...) 들어갔다.(중국어로 샌드위치를 三明治라고 하는 듯. 한자만 눈에 익혀두지만 발음은 모른다.)


 오늘은 대청소 교육. 오늘도 동명의 매니저님께서 고생이 많으셨다. 매니저님께 팔 상태가 안 좋아 월요일에 병원을 갈 것 같은데, 아마 병원에선 쉬라고 할 것 같다, 3일 정도 쉴 수 있냐고 부탁드렸다. 전날 페트병 뚜껑은커녕 치약 뚜껑도 못 열고 방문 손잡이도 못 돌려서 꽤나 애를 먹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500원만 했던 붉게 부은 부분이 제법 커졌고 팔의 반대쪽도 아프기 시작했다. 게다가 왼쪽 팔도 아프기 시작했고. 사실 쉬겠다는 말이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쉰다고 했다가 괜히 또 일을 잃을까 봐.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구한 일(독일인 남편이 오너, 한국인 부인이 매니저)이 잘 풀리지 않았다. 한국 출국에서부터 동경-런던을 경유, 열흘 가까이 휴일 없는 일정으로 결국 몸이 너무 안 좋아 교육 다음 날 출근할 수 있으면 출근하라고 하길래, 출근한다고 했다가 아무래도 쉬어야 할 것 같아 쉬겠다고 했더니 자기 맘대로 내가 그만두려고 한다고 착각해 그 쉬는 날 '너 이제 안 나와도 돼'라고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쪽 일은 경력자고 나 이런 적 처음이다 이유나 알려달라, 했더니 미안하다며 자기 착각이었단다. 하지만 이미 다른 사람을 구했단다. 나더러 "넌 일 잘하니까 금방 일 구할 수 있을 거야."라니.

 일본 생활 초기부터 한국인들에게 당해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해외 나가면 한국사람들 조심해야 해'라고 조언하곤 했다. 하지만 호주에서 만난 한국인 사장 부부와 가게 사람들 덕분에 한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것을 알았다. 호주에서 만난 이들의 친절함에 독일에서 너무 쉽게 방심했나 보다. 오너인 남편(인상 참 좋으심)은 계속 자기 부인과 이야기해보라고 했으나, 변덕스러운 매니저는 말이 이랬다 저랬다. 면접 봤던 순간부터 끝까지 무척이나 무례했던 한국인 매니저의 태도가 너무나도 짜증 나 베를린의 모든 것들이 싫어져 도망치듯 베를린을 떠났다. 베를린에서 뒤셀도르프로 이동하는 도중에 이력서 냈던 가게들에서 모두 연락이 왔고, 뒤셀도르프에 도착해 일은 금방 구했지. 악연을 만났으니 잘못된 선택이긴 했지만. 그래서 쉰다고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진 않다.

 하지만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번에 왼팔이 아니라 오른팔이다. 추측하건대 입국하던 날 푸싱 역에서 자빠져 짐 무게에 눌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파닥파닥거렸던 때 다친 것이 잠복기를 거쳐 심해진 것으로, 인대의 문제 거나 뼈의 문제 거나. 둘 다 문제다. 인대가 늘어난 거라면 한 번 손상된 인대는 낫지 않는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원하는 대로 사진 일을 하든 해왔던 서비스직을 하든, 팔을 쓰는 일이 많은데 인대 손상은 치명적이다. 뼈 문제도 문제다. 2주 깁스했다가 손목의 움직임이 90%까지 돌아오는 데에 5주나 걸렸다. 심지어 이것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기적에 가깝다고 했을 정도니.


 아무튼. 사실 편의점 음식은 먹고 싶지 않다. 일본 유학 시절에 편의점 음식을 달고 살긴 했지만, 한국으로 귀국한 직후에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한의원에 가니 '피가 안 흐른다'라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콜레스테롤 수치도 상당히 높았고. 그 이후로 라면과 과자를 줄여보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은 호주 워홀 시기까지 이어졌지만- 독일에선 라면과 과자라도 먹어야지 싶더라. 어차피 사 먹는 거라면 그래도 조리해주는 음식을 먹도록 해야겠다.


2017.01.15 일

老鍾國精緻雲吞料理, 台北 信義

海鮮雲呑湯 (NTD 55)


 업무 끝나고 일단 밥을 먹고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주변을 돌아다녀봤다. 오전에 문을 열었던 음식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지나가다가 그냥 들어가 본 가게.


 이곳도 역시나 국물은 다소 심심하다. 난 이게 좋아. 간이 센 건 별로야. 간이야 부족하면 내가 더하면 되는 거니까. 여기는 청경채도 들어가 있다. 청경채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청경채를 넣어주는 이 곳이 마음에 들었다. 옆 테이블의 남녀는 볶음밥을 주문해 먹었는데, 볶음밥에도 청경채가 들어가 있더라. 다음에 이쪽으로 근무 오면 볶음밥을 먹어봐야지.


 집에 돌아와 일단 팔과 팔목을 고정시키기 위해 타월을 한 장 둘둘 말았다. 일단 움직이면 아프다. 손목이 돌아가면 더 아프고. 이러고 있으니 1년 반 전에 팔 부러졌던 게 생각난다. 다치는 것에 덤덤해지게 된 계기라고 생각했으나, 그땐 이미 담담했던 것 같다. 팔이 눈 앞에서 ㄱ자가 되어버린 쇼크는 있었지만, 팔에 남을 상처나 여러 가지에 대해선 당시에도 지금도 크게 걱정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쇼크가 컸던 건 4주째 되던 날 있었던 화상이었던 것 같다. 그땐 정말 세상 무너지는 줄 알았다. 평생 상처가 남는 건가 하고. 울기도 얼마나 울었는지. 정작 더 심한 부상이고 더 심한 상처가 남은 골절은 무념무상에 덤덤했으니. 심지어 ㄱ자가 된 팔을 '끼우면 되지 않을까?'하고 자기가 맞춘 사람이었다. 미드 의학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라고 몸소 실천하여 깨달은 순간이었다. 아무튼 타월을 조금 압박하며 말아놓으니 손목 이하의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꽤 편하다. 점점 다쳤을 때의 대처, 요령만 레벨 업하는 기분이 든다. 다만 오른손이 조금 붓기 시작했다.


2017.01.15 일

台灣2派克脆皮雞排, 台北 後山埤

香嫩雞腿排(無骨) (NTD 60), 馬加酪起司條 (NTD 30)


 배가 고파 전에 갔던 집 바로 옆의 튀김 가게에 갔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역 근처까지 갔다가 닭튀김 가게로. 사람들이 꽤 몰려있어 꽤 기다렸다가 받아왔다.

馬加酪(馬加駱) 起司치즈 條꼬치=치즈스틱 꼬치


 돌아가는 길에 음료수라도 사가려고 패밀리마트로 들어가다가 비가 와 미끄러워진 입구의 경사면에 미끄러져 제대로 자빠졌다. 내 닭튀김과 치즈스틱은 마침 자동문이 열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괜찮냐고 달려왔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괜찮다는 말을 중국어로 모르니 일단 고맙다만 연신 말하다가 한참을 자빠져있다가 일어났다. 일단 양팔이 ㄱ자가 아닌 일자인 것은 확인했고. 걸어야 하는데 오른쪽 무릎이 너무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이미 만신창이인 오른쪽 다리다. 몸이 안 좋은 건지 예전에 다쳤던 오른쪽 무릎 위 허벅지부터 엉덩이까지 요 며칠 계속 아픈 상태다. 정말이지- 넘어지는 건 나도 질린다.


 요 며칠 계속 몸이 안 좋다 보니 내가 더 이상 20대의 젊은이가 아닌, 이젠 몸을 사려야 하는 나이라는 것에 실감한다. 몸 안쪽으로도 상태가 예전 같지 않고 섭취-소화-배출 중 어딘가 안 좋은 건지 속도 계속 안 좋다. 무릎은 움직이지도 못한다. 정말 총체적 난국이다.


 한국 음식 없으면 못 살거나, 한국 음식이 그립다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일본 생활 4년 동안 집에서 김치를 먹어본 적이 없다), 조금 양념치킨이 먹고 싶긴 하다. 이건 대만 오기 전부터 치킨앓이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야.




거의 1일 1병씩 마시고 있는 차들. 보통 가격은 최저가 NTD20부터 35 정도까지 있다. 여기 있는 건 NTD20~23 정도. 우롱차와 보이차, 보리차는 일본에서도 즐겨마셨을 정도로 좋아하는 편이다. 기름진 음식의 기름기를 배출해준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이 차들을 마시면 면죄부를 받는 기분이다.

타이베이의 식당에선 물을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에 식사 후 목마름+약 먹어야 해서 매일 한 병씩 사고 있다.


비 오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에서 살 때는 일본인들처럼 한 방울만 떨어져도 우산을 쓰곤 했지만, 호주 생활을 하며 가랑비 정도의 비는 우산을 쓰지 않게 되었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 대만 사람들은 일본인들처럼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면 우산을 펴는 것 같진 않지만, 세 방울 정도엔 우산을 쓰는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사실 그렇지도 않지만) 일본인들이 옷을 더럽히기 싫어서 매번 우산을 쓰는 문화가 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일본-대만, 호주-독일. 동양/서양이라는 문화권 차이도 있겠지만, 어쩌면 습한 기후-건조한 기후의 차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풍이 있고 비가 자주 내리고 섬나라라 습하기까지 한 대만과 일본. 바다와 근접해있음에도 습하지 않은 호주, 내 코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극악으로 건조했던 독일. 옷이 젖지 않게 우산을 쓰는 것은 옷이 잘 마르지 않는 습한 환경이 이유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하나의 문화, 그 사회의 성향이 된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옷을 깨끗하게 입는다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새 것 같은' 옷과 신발을 선호하는 것 같다. 일본, 호주, 독일에서 입고 신었던 옷과 신발들-살 때부터 구멍이 나있던 바지, 롤업 보이프렌드 진, 닥터마틴 워커 등등-을 서울에서 그대로 입고 다닐 때면 나 자신의 옷차림이 허름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실제로도 오래 입기는 하지만 해외에선 다들 비슷했으니까. 한국에서는 거리나 전철에서 캐주얼 복장 조차도 새 옷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가장 신기한 건 젊은 20대 초중반의 한국인들은 해외로 여행 올 때 새 신발을 사서 신고 오는 것이다. 어차피 더러워질 텐데, 여행이면 걸어 다닐 일이 많을 텐데 익숙하지 않은 신발을 신으면 발 아플 텐데 등등. 사진 한 장을 남기더라도 기왕이면 깨끗하고 예쁜 모습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나처럼 셀카는커녕 내 사진 한 장을 남기지 않는 사람은 편한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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