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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Oct 06. 2020

무한한 호기심을 실현하는 기획자 정성진

[문화다원 No11]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열한 번째 좌표는 많은 조직을 경험한 기획인을 만났습니다. 의정부예술의 전당, 명동예술극장,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아시아문화의 전당, 남산국악당 등을 거쳤습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사람도 있지만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지평을 넓여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 달 부터 2022년 첫 시작을 하게 될 통영 트리엔날레 기회팀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또 시작합니다. 끊임없이 좌표를 이동하는 기획자가 바라보는 지평은 어떤 모습일까요?


"무한한 호기심을 실현하는 기획자"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20년차 공연기획자 정성진입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1> 처음에는 축제 인턴으로 찾아가는 공연, 야외형 마당극 프로듀서 업무를 했어요.     

2> 그 후에 대학로 공연예술이일공이라는 기획사에서 ‘지하철예술무대’ 를 기획했어요. 스터디와 토론형 회의를 통해 연단위 계획을 수립하고, 그 방향에 따라 프로젝트를 추진했죠. 아티스트 공모, 전문가 심사단과 오디션 진행, 공연이 가능한 지하철 역사에 나름대로 테마를 설정해 프로그래밍을 하고, ‘지하철예술무대 매거진’ 같은 홍보물을 제작하고, 언론홍보도 하고, ‘서울메트로’ 등 관련기관과 예산부터, 홍보, 공연을 위한 여러 가지를 조건 협의하였습니다. 현장운영 자원봉사자를 뽑고, 이들을 교육시키고, 공연에 필요한 기술장비를 확보하고, 직접 기술장비 셋업과 오퍼레이팅을 하기도 했어요. 그때 현장 관객 관리까지 공연예술기획자로서 필요한 모든 기본기를 익힌 것 같아요.     

3> 이후에는 의정부예술의전당, 명동예술극장, 서울남산국악당,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아시아문화의전당 등에서 공연, 축제 기획과 홍보업무를 했습니다.     

4>기획자는 공연을 가능한 많이 보고, 좋은 아티스트나 스태프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쉐프가 신선하고 질좋은 재료가 가득한 시장을 매일 가야하는 것처럼, 저는 늘 공연을 보려고 해요. 제일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구요. 좋은 작품, 뛰어난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기쁨은 이직업의 가장 큰 메리트 같아요. 이자람 ‘사천가’ 정동극장 초연을 처음보고 너무 신났던 기억, 아이슬란드 기슬리가다손 연출 ‘보이첵’을 독일 어느 축제에서 처음 보고 놀랐던 순간이 떠올라요. 두 작품 다 2008년 5월 의정부음악극축제에 초청되었죠. 같은 날 두 작품의 아티스트들과 축제 스태프들이 함께 뒤풀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 뉴스기사)


3. 한번 떠올려 주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여중, 여고 시절에는 제 성격을 잘 몰랐어요. 대학에 입학한 후 기획력과 리더쉽을 발휘해야 하는 역할을 계속 맡게 되었어요. 1학년 초 과대표를 시작으로, 컴퓨터 동아리 DUCA 회장, 스키 동아리 DUST 총무, 성당 청년연합회 회장, 청년성가대 단장으로 각각 1년 내외씩 일을 하면서 어떤 단체나 조직의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주변 선후배들, 친구들도 제가 기획력과 추진력이 있다는 말을 많이 해줬어요. 대학교 4학년 초 전공이었던 ‘화학’보다 예체능분야 기획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휴학하고, 한국영화축제, 과천세계야외공연축제, DMZ2000축제, 용평스키월드컵, FunSKI페스티벌 등 다양한 예체능 축제를 자원봉사자로 직접 체험해 봤어요.  그중, 과천세계야외공연축제에서 본 국내외 공연작품들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축제 예술감독님이 굉장히 멋지게 보였어요. 축제 개막작을 직접 연출하시고, 모든 축제사안들을 챙기시고, 축제기간 저녁마다 열렸던 아티스트 파티에서 모든 참가 아티스트들과 친밀하게 교류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축제 예술감독”이 되고 싶다.’ 라는 꿈을 꾸었죠.  

         

4.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보람 있었거나 의미 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작년 가을,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 퍼셀룸에서 제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기획했던 청년국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단장’의 1기 대상팀 Heystring이 공연을 하게 되었어요. 이들의 무대가 끝나고 한참동안 큰 박수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데, 그 순간 너무 뿌듯하고, 감격스러웠어요.

      

5. 당신은 다른 부족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저는 기획인이라고 생각해요. 업무적으로 연결된 행정가들은 저에게 행정적으로 문제없으면서도 독특하고, 경쟁력 있는 컨텐츠를 기획해내기를 기대합니다. 아티스트들은 저에게 영감을 얻고자 합니다. 또한 새롭고, 의미있는 판을 깔아달라고 합니다. 자신들은 예술작업에만 몰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합니다. 

    

6.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혹은 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10대초에 일본 방송 드라마를 6권 장편소설로 정리한 ‘오싱’을 읽었던 기억이 나요. 전쟁전후, 무겁고 거친 시대의 수레바퀴에 압사당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지혜롭게 자기자신을 잘지켜내고, 늘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이 참 멋있었어요. 아무리 환경이 힘들어지더라도, 자포자기하지 말고, 꿈을 꾸고, 꿈을 이루며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2001년 영화로, 2005년 런던에서 뮤지컬로 봤던 ‘빌리 엘리엇’도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마음에 와 닿은 작품입니다. 그중에 빌리에게 발레를 처음 알려주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기회를 마련해준 윌킨슨 선생님역할에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아요. 2001년~2005년 저도 기획자로서 걸음마 시절이었는데도, 예술가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7. (서로 다른 부족의 '일의 방법'과 '생각의 관점'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기-승-전-결'은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세상을 관찰합니다. 여행도 가고, 영화나 드라마, 공연도 보고, 음악도 듣고, 산책도 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하며, 맛있는 음식과 술도 나눕니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장소나 예술가, 테마, 장르 등 특정한 단위에 큰 관심이 쏠립니다. 그것을 중심으로 생각이 계속 발전됩니다.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직간접적으로 수많은 검증을 합니다. 가장 최선의 안을 선택합니다. 제 기획을 현실화시킬 수 있게 주변 환경을 셋팅 합니다. 모든 에너지가 제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쏠리도록 각각의 상황을 조율, 조정합니다. 그리고, 실현시킵니다. 기획을 실현시켜나가는 과정의 모든 순간, 여러 가지 오류를 바로잡고, 더 발전적인 버전2 혹은 시즌2를 떠올리게 됩니다.  

     

7-1)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시작단계에 기본 방침, 일의 뼈대를 잘 구축하고, 그것을 주어진 상황에서 균형감을 갖고,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현실화시키려고 해요. 예술감독이랄까, 키 예술가가 있다면 그의 의견을 애정을 갖고 최대한 마지막 단계까지 수용하려고 합니다. 기획자나 행정가의 효율성 추구, 행정편의를 위해 아티스트의 예술성에 상처내지 않으려고 끝까지 노력합니다.    

 

8.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가요?

○ 기본적으로 서로 신뢰하는 관계, 인간적으로 동등한 관계, 매력을 느끼는 사람끼리 조직, 그룹을 형성하고자 합니다.

○ 행정가 : 기획자를 믿고 모든 것을 믿고 맡겨줬으면 해요. 서로의 역할을 정확히 구분하고, 투명하고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해주는 것이 기본이겠죠.  

○ 아티스트 : 기본적으로 예술적 능력이 뛰어나야겠죠. 또, 기획자를 믿어주고, 서로 동등한 입장으로 소통하는게 중요해요. 약속도 잘지키고.  

○ 기획자 동료들 : 독립적이지만 상호 협조적으로 프로젝트나 조직에서의 자기 역할을 해내는 구성원들. 여유롭고 긍정적인 성격의 동료를 희망합니다.  

○ 서비스 : 가장 부족한 부분이 현장 대민 서비스 영역입니다. 하우스, 티켓 매니저 역할에 대해서는 전문영역으로 보고 담당자에게 일임하려고 합니다. 이 분야는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 전문 인력을 선발하려고 노력합니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무한한 호기심과 긍정적인 마인드, 추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좋은걸 알아보는 능력?!? 그런데, 요즘은 조금 코로나19로 힘을 잃어버렸어요. 빨리 회복 하고 싶어요. 이제 통영에서 이순신 장군과 남해의 기운을 얻어서 힘차게 새출발하려고 합니다!        


10.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있(싶)나요?

세상이 좀 더 살만하게 바뀌기를 바래요. 자연이 회복되고, 인권이 신장되고, 사람들이 가족을 만들고, 아이를 낳고 미래를 꿈꾸게 되길 바랍니다. 또, 미래세대를 위해 신경을 쓰고 스스로를 변화시켜나가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너무 힘든 상황을 참아 넘기려고 애쓰기 보다는 여유와 쉼을 스스로에게 베풀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숲속에서 길을 걸으며 산새들의 노래를 들어보고, 바람에 흔들려 춤을 추는 나뭇가지를 감상하고, 시냇물에서 노는 송사리나 떨어진 낙엽이 물길따라 함께 떠가는 모습, 바닷가에서 해가 뜨고 지며 만드는 너무나 아름다운 하늘풍경을 보면서 자연과 우주에서의 삶을 느낍니다. 3월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국 돌아와서도 내내 이런 시간을 보내왔어요. 그리고, 일과 삶, 학교생활, SNS에서 알게 된 사람들 중, 서로 편하게 느끼는 지인들, 친구들과 자주 만나요. 사람들과 아무런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간혹 몇몇 구체적인 사안 중심으로 대화가 발전하곤 합니다. 그런 것들로 미래에 해야할 것들을 하나씩 리스트 업하고 있어요.      

  

11. 다른 부족에 속해있는 다른 역할을 하는 행정人기획人예술人 중 어떤 좌표에 있는 사람들과 당신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가요? (세대, 역할, 조직 등)

더 많은 예술가들, 창작자들과 만나고 싶어요. 가능한 고정관념이 별로 없는, 자신만만하고, 진짜 실력있는 이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들과 함께 새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https://www.facebook.com/sungjin.jung.984


"새로운 연결실험, Fusion of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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