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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Oct 13. 2020

나를 믿는 자신감, 살아있는 창작자  무용가 김성용

[문화다원 No12]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열두 번째 좌표는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를 만났습니다. 대구시립무용단은 40년 역사를 가진 현대무용단입니다. 전통무용과 클래식 음악 영역은 전국적으로 많은 국공립 예술단체가 있지만 공공 재원이 들어가는 현대무용단은 국립현대무용단과 대구시립무용단이 전국적으로 유이(唯二)합니다. 그가 서 있는 좌표에서 바라보는 지평은 어떤 모습일까요? 예술가의 눈빛을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나를 믿는 자신감으로, 살아있는 창작자의 길을 걷고 있는 무용가"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김성용/언제 어디서부터 카운팅을 해야할지... 개인단체 활동부터 얘기하자면 15년차 즈음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현대무용을 전공한 전문 무용수로, 10여 년간 동문단체에서 활동했다. 이후 ‘댄스컴퍼니 무이’를 조직해서 최근 3년전 까지 10여 년간 ‘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비롯, 대략 80여 편의 작품들을 국내외에 소개했으며 그중 10여 편의 작품들은 해외에서 제작이 되기도 했다. 스스로의 모자람에 한없이 실망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무용과 함께 한 다양한 인생여행을 통해 낯선 곳에서 모르는 것들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며 나를 다시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세상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및 상임안무가로 일하고 있다. 어린 시절 꿈꿔왔던 자리에서 마음껏 춤을 만들며 무용수들과 땀 흘린 지 어느새 3년이 되어간다. 모든 것이 순탄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 간 겪어온 많은 경험들이 지금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과 춤을 통해 소통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무용을 좋아하는 척, 잘하는 척 하다가 이제 무용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면서 아직도 흠모할 수밖에 없는 것, 더 깊이 파보고 싶은 것이 되었다.  17세 예고1학년으로 기억한다. 장래 희망란을 비워두고 한동안 고심하다가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라고 적었고, 25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에 와있게 되었다. 무용을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대구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들을 보았고 프로그램북의 사진들을 보면서 무용수들의 얼굴을 익혔다. 대구시립무용단은 선망의 대상 이었으며 무용수들은 내가 볼 수 있는 최고의 실력자들이었다. 설레이던 마음으로 다음 공연을 기다리던 그때, 처음으로 내 삶에 목표를 정했다. 대구출생으로 유년시절을 대구에서 보내며 무용을 만났다면 20살에 서울에 오면서부터는 무용과 함께 살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디에 가든 나를 나로서 믿고 결정하며 살아가야하는 진짜 어른이 되어버렸다.    


4.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보람있었거나 의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도 창작자로서 살아있음을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문화예술계가 많이 위축되었다. 우리 무용단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힘들게 마친 댄스필름 작업의 첫 상영을 마친 후를 잊을 수 없다. 상영회가 잘 끝난 다음 참여자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장면들을 내 안에 담을 수 있었을 때...나는 나로서 일하는 보람과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5. 당신은 다른 부족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김성용이 아닌 공립단체의 수장인 내겐 항상 변화와 혁신의 기대가 따른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변화보다는 현 상태의 안전과 유지를 원하는 압박도 거세다. 항상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6.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피나바우쉬 그녀는 내 안의 나를 깨워주었고 비로소 난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말로 할 수 없음이 전달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로 할 수 없는 말 그것이 춤이다. 말로 할 수 있다면 왜 굳이 춤을 추겠는가. 1976년 내가 태어난 해에 그녀가 만든 작품 <카페 뮐러>를 소개하고 싶다.  

  

7. (서로 다른 부족의 '일의 방법'과 '생각의 관점'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기-승-전-결'은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창작자로서 작업 프로세스를 나누어 본다면    

기(起) - 무엇이든 내 눈에 남거나 다시 생각하게 하거나 연상하게 만든다면, 그것을 남긴 채 지켜보기를 시작한다.

승(承)- 협업하는 이들과 함께 무엇이든 해보면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 본다.

전(轉)- 나만의 전개를 구축하고 논리적 구성과 결합한다.

결(結)- 가능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정리한다. 외적으로는 항상 예산 마련과

       집행,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최근에는 클림트의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친 과정이 보이는데 전체의 그림은 평온하다. 격렬한 항의를 은유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대상이 누구일까. 여러 가지 생각을 만들어 준다. 남겨두고 궁금해 하고 싶은 부분들이다. 작품의 시작은 이런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7-1)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부족들 간, 개인들 간의 이념들이 맞서는 이기적인 환경을 개선해서 모두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 일을 하는 이유와 가치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당연히 우선이어야 한다. 그야말로 상식인 것이다.


8.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가요?

함께 할 수 있는 각 부족들의 프로페셔널들은 천군만마.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나를 믿는 자신감이다. 역할이 생기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간 100여 편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겪어내며 이러한 믿음을 성취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나갔고 결국 해내었다.        


10.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있(싶)나요?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하루하루 새로운 벽에 부딪힌다. 다방면의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과 손길이 필요하고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무장하고 참신한 묘책을 만들어 직면한 난관을 이겨내야 할 때다. 언텍트의 의미를 잘 해석하고 영상에 담기는 것이 아니라 공연의 본질을 지키며 해법을 찾 것이 중요하다. 위험에서 멀어져 공연을 하고 관람하는 방법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해보면서 찾아내는 것이 나의 일이다. 분명히 더 재밌는 무언가를 찾을수 있다.  

  

11. 다른 부족에 속해있는 다른 역할을 하는 행정人기획人예술人 중 어떤 좌표에 있는 사람들과 당신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가요? (세대, 역할, 조직 등)     

지금 현재 필드에 있으면서 다져진 지식과 열정을 가진 진취적인 기획, 행정인. 세대나 역할보다는 마인드와 업무능력이 중요하다.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https://www.facebook.com/sungyong.kim.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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