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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Oct 17. 2020

혼란속에서 사유하는   호남의 기획자 양승수

[문화다원 No14]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열네번째 좌표는 호남으로 가보았습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시작으로 전주대사습놀이, 익산예술의전당,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광주문화예술회관까지 호남 기획자로 계셨던 분입니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이후, 2020년 2월 문화부 법정계획으로 <제2차 지역문진흥기본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호남지역에서 바라보는 기획자의 지평은 어떤 모습일까요?


"혼란속에서 사유하는 호남의 기획자"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양승수라고 합니다.  2002년 전주세계소리축제 라고 하는 공연예술축제 사무국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판소리 등 국악을 베이스로 하여 월드뮤직으로의 확장성, 민속음악축제로서의 전통성 그리고 과거의 전통음악에 대한 현재화 라는 방향성을 가진 축제라 할 수 있는데요. 그 중심에는 국악이 있지만 클래식,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공연 장르가 펼쳐지는 축제였습니다. 국악이 의미 있고, 가치가 높다고 다들 공감하면서도 실제 향유와 관련해서는 보통의 개인들의 문화생활 속에서 폭 넓게 자리잡고 있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그 간극을 좁히려고 발버둥을 쳤던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시장이 없는 환경에서 향유 시장을 만들어가는 일과 국악 본연의 가치 그리고 이 시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고민이 이중 삼중 펼쳐져 중압감이 컸지만 나름의 보람도 컸습니다.

특히 축제 초기에는 이 축제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각자의 기대감이 표출되어 혼란과 투쟁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계의 생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국내공연팀장, 행사운영팀장/부대행사팀장을 거쳐 공연기획부장이 되고 직제 개편으로 프로그램팀장으로 8년여의 소리축제 생활을 마치고 전주사습놀이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조선후기부터 시작되어 일제강점기 때 끊겼다가 다시 부활하여 이어오던 <전주대사습놀이>가 2011년에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에 이를 극복하고자 오랜 기간 행사를 치르던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전주한옥마을로 축제 사이트를 옮기고, 축제형 프로그램도 대거 강화했습니다. 이 시기에 프로그래머 겸 사업추진 실무 책임자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익산예술의전당 개관 4년 전에 운영책임자로 익산시 임기제공무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장과 미술관 하드웨어 구축 방향을 점검하여 개선방안을 제시했고 조직 구성 등 운영방안에 대한 초기 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2015년 개관하여 1년 정도 운영하고 나서, 2016년 초 전라북도 문예회관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 문화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3년여를 일했습니다. 공연의 연간 기획사업 체계를 구축하여 레퍼토리 시즌제에 맞춰 공연, 전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였습니다. 그리고 2019년 4월 현재 근무 중인 광주문화예술회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공연장 운영과 8개 시립예술단이 운영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공연장 사업총괄 과장과 시립예술단 통합사무국장 역할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에야 이왕이면 나의 생계수단이 예술 근처면 좋겠다는 생각과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보다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쪽에서 일하면 더 보람이 있겠다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에 이르는 길이 어쩌면 생각의 결과라기보다 우연의 산물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지속하면서 발견하고 깊이와 넓이를 더하게 되는 부분은 예술의 사회적 가치 효용성 부분과 지역에서 일하며 느끼는 로컬리티에 대한 측면입니다. 일을 하면서 실망스러운 순간이 많은 것 같아 씁쓸할 때도 있지만 그 지점이 끝이 아니라 출발 지점으로 만들고자 애쓰고 있는데, 그 안에 희망이 있고 좋은 분들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4.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보람있었거나 의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먼저 생각나는 것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 와서 광역자치단체 공연장의 레퍼토리 시즌제를 설계하여 운영한 것을 꼽을 수 있겠는데요. 해당 공연장의 사업적 성과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지역 예술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전라북도 음악창작소-레드콘> 유치 및 운영이 생각납니다. 이 사업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고 장기사업 중 하나입니다. 이에 대해 전라북도가 공모에 응모했다가 탈락하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역 공연장이 지역 예술의 거점 공간 역할을 하면서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그 역할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여 주도적으로 공모에 임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지역만의 정체성을 키우고 지역 예술인들에게 어떤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 하나의 보람이었습니다. 지역 공연장이 향유의 공간으로서 역할이 큰 만큼 생산의 영역에서도 보다 큰 역할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5. 당신은 다른 부족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지역 내 이건 지역 밖에 있는 다른 부족이건 결국 본인들의 이익을 도모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만 노골적으로 그것만 바라고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지점입니다. 이들 중에는 어떤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기대와 요구를 표현하는데요. 이것은 지역 예술 성장이나 시민을 위한 예술인지 의문이 들고 본말이 전도된 모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예술 고유의 기능이 거세된 공모나 지원용 예술이 만연한 결과로 이어지고 그래서 시민들에게 또 외면 받는 악순환의 고리라고 할까요. 또 한 측면에서 체계적 성장을 바라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당장 눈앞에 혜택이 있기를 바라면서 지역 예술계의 역할과 규모를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 더 생각나는 것은 기득권이 지켜지기를 기대하는 그룹과 기득권이 무너지기를 기대하는 그룹이 각자의 입장에서 갖는 기대와 요구입니다. 여러 부족들의 기대와 요구를 보면서 느끼는 종합적 생각은 첫째, 장기적 관점/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점의 부재입니다. 두 번째는 상보적 관계 설정으로 공동의 목표 설정과 현실적 도모의 미흡입니다.   

   

6.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영화 <매트릭스>를 좋아합니다. 우리 세계관과 가치관을 객관화하여 바라보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심보선의 <그을린 예술> 이라는 책은 현대 예술이 얼마나 거세되고 본연의 힘을 잃어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이라는 책은 근대 이후 지금의 인간들이 갖고 있는 세계관의 지형을 관통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니체, 부르디외, 푸코, 마그리트 등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민음사에서 나오는 인문잡지 <한편> 이라든지 <릿터> 등도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요즘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배우고 생각하게 됩니다.


민음사 인문잡지 <한편> 바로가기


7. (서로 다른 부족의 '일의 방법'과 '생각의 관점'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기-승-전-결'은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a. 우선 예술과 사회의 관계와 역할에 대한 고민을 바탕에 두고 시작합니다.

b. 사업 규모와 조건을 파악합니다.

c. 시간 축에 대한 분석과 공간 축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컨셉과 추진방향을 도출합니다.

d. 현재 소속 조직 내에서 사업에 대한 구체적 상황조건에 대한 분석을 합니다.  

e. 가용한 자본(돈/사람/시간)을 가지고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며 과정을 관리합니다.  

f. 실행 이후에는 결과를 분석하여 개선사항 파악하고 다음 계획에 반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일의 방법과 생각의 관점에서 중요하게 꼽는 요소는 내외의 소통 그리고 협업 체계입니다. 원활한 내부 소통을 달리 표현하면 건강한 조직 문화입니다. 일방이 아닌 상호적 소통을 통해 당장의 업무 성과뿐 아니라 내부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7-1)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사업 가치, 목표 등에서는 공공성과 로컬리티, 지속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의 가치를 생각하죠. 기존의 관점에서의 역할도 생각하지만 새로운 가치부여도 의미 있다고 봅니다. 업무 추진 과정에서 성장이죠. 조직의 성장, 개인의 성장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가요?     

'시민들의 바른 가치관'이 가장 바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 수준이 정치인의 수준인 것처럼 향유자의 안목과 취향이 절대적이라고 봅니다. 다음은 '언론과 행정의 예술에 대한 관점 정립'입니다. 언론이 행정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는 그 지역 예술 성장에서 결정적 부분입니다.  또 하나는 '전문성 향상'입니다. 고도화 되지 않으면 그 성과가 밋밋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점을 좁혀서 보면 우선은 조직의 전문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인력구성 여건부터 개선되기를 바라고 바라며 이를 위해 도움과 협력이 절실합니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저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혼란>이겠죠. 저를 포함해 자꾸 의심하고 되돌아보는 것이 나름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신이 힘인 셈이죠. 그것을 반성으로 연결하고 그 메커니즘 속 공기를 사랑, 순수함으로 채우는 것이 나다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0.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있(싶)나요?    

특별히 하고 싶은 작업이나 역할은 없습니다. 제가 속한 지역과 기관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죠. 그러기 위해 안팎으로 소통하고 연대하기를 바랍니다. 보다 나은 예술정책에 참여하고, 지역예술 성장을 도모하고, 예술생산-향유 시장을 확대하며 그 일과 연결된 누구와라도 만나고 협력하고 싶습니다.

    

 11. 다른 부족에 속해있는 다른 역할을 하는 행정人기획人예술人 중 어떤 좌표에 있는 사람들과 당신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가요? (세대, 역할, 조직 등)     

행정인, 기획인, 예술인 세 부족 다 얘기하고 싶습니다. 개인차, 지역차, 조직 간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이 시대의 중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것이 무엇인지 어떤 조직이 건강하고 효율적이고 행복한 조직인지 뭐든 얘기하고 싶죠!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뉴스를 알려주세요.

페이스북도 하고 인스타도 하고 카카오 스토리도 합니다. 어쩌다가 어딘가에 인터뷰를 하기도 하구요.

https://www.facebook.com/seungsu.yang.9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은 민음사TV, 노사장, 배드민턴 등입니다 ^^


"새로운 연결실험, Fusion of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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