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번째 좌표는 우리음악을 세계무대로 넓히는 프로듀서를 만나보았습니다. 음반을 기획제작하고, 유통하는 일과 한국 뮤지션을 세계무대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분입니다. 우리음악에 BTS와 K-POP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월드뮤직 시장에 도전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습니다. 이 영역은 시장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부 기관인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해외문화홍보원 등과 연계도 중요합니다. 여기 우리의 음악와 아티스트를 해외시장에서 소통시키는 프로듀서가 있습니다. 이 분이 서 있는 좌표에서 바라보는 우리음악의 지평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음악의 무대를 해외로 넓혀가는, 신뢰의 프로듀서"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이름이 좀 특이합니다. 이승천입니다. 2006년에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음반사를 창업하면서, 본격적인 뮤직비지니스를 시작하였습니다. 몇 년간 해외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비즈니스 영역의 문을 두드리며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음반을 기획하고 제작, 유통하는 레코드 레이블(음반사)을 15년 정도 운영하였고, 최근 5-6년은 한국 뮤지션의 공연을 해외에 유통하고, 제작하는 회사인 “사운드퍼즐”을 운영하며 에이전트이자 프로듀서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음악마켓인 서울뮤직위크와 전 세계 음악마켓의 연합회인 글롬넷(GloMMnet, Global Music Market Network)의 사무국장의 일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한국 뮤지션들의 해외 공연 시장 진출을 위한 에이전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현장의 필요성과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해외 음악 산업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한국 뮤지션들을 소개하고 해외공연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국제음악마켓인 ‘서울뮤직위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공연 시장에서 한국 음악에 대한 가능성과 진출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사 후 많은 단체들이 해외 프리젠터들로부터 초청장을 받거나 공연 초청을 의논하는 것을 많이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성사되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행정력이나 전문 인력의 부재, 소통의 어려움,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었습니다. 이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했고 자연스럽게 에이전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악단광칠, 동양고주파, 더튠, 밴드 둘다, 그레이 바이 실버, 김주리 밴드, 고니아, 이부영 트리오, 서수진 컬러리스 트리오 등 총 14단체의 해외 에이전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4.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보람있었거나 의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2019-2020년 2년 연속으로 월드뮤직엑스포에 “악단광칠”과 “동양고주파”가 선정된 일입니다. WOMEX(월드뮤직엑스포)는 전 세계에서 열리는 음악엑스포 중 가장 규모가 큰 행사로, 한국의 국악 및 월드뮤직 단체들이 해외공연시장 진출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음악마켓입니다. 같이 일하는 음악단체들이 WOMEX에 선정이 되는 것은 에이전시의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자 소속 뮤지션들을 해외 공연 시장에 본격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것이기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2019년에 “더튠”과 1년 동안 12회의 공연투어를 한 것입니다. 더튠은 해외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함께하게 된 단체로, 그 가능성을 보고 몇 년의 빌드업 과정을 거쳐 작년에 그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링컨센터-케네디센터(미국), FMM Sines(포르투갈), Sfinks Mixed(벨기에)와 같은 권위있는 공연장과 축제뿐만 아니라 Visa for Music(모로코), Circulart(콜롬비아), Sol Madrd(스페인)과 같은 국제음악마켓에도 선정이 되었습니다. 더튠은 전략적인 해외 프로모션과 권역별 진출 계획에 따라 빌드업을 진행한 단체로, 이 성과를 통해 지금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보람차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5. 당신은 다른 부족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아무래도 국내에 해외 비즈니스 관련 전문 인력이 많지 않다보니 많은 음악단체들이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많은 단체들이 일회성 해외 공연이나 막연한 기대로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런 경우에는 정중하게 거절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 한 단체의 해외공연 시장에서의 활동을 위한 2-3년 정도의 빌드업과 프로모션을 위한 준비 시간을 염두하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한번 작업을 같이한 단체와는 최소 3~4년 이상 함께 하고 있습니다.
6.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해외 축제와 공연장에서 많은 시간들을 보내다 보면 전 세계의 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게 됩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발데마르 바스토스(Waldemar Bastos)의 노래였습니다. 발데마르 바스토스는 앙골라 출신의 뮤지션인데, 앙골라 여러 부족들 사이에서 전승되어온 민속음악과 망명생활을 하며 접한 포르투갈의 파두, 브라질의 삼바, 콩고음악 그리고 팝과 록, 블루스 등을 자신만의 색깔로 접목시켜 자신만의 남성적이고 독특한 음색으로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한국에는 2013년에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몇 달 전 운명을 달리하셔서 더 이상 그의 목소리를 실제로는 들을 수 없다는 점인데, 이런 영혼을 울리는 예술가의 음악 듣고 있으면 이런 뮤지션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소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7. (서로 다른 부족의 '일의 방법'과 '생각의 관점'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기-승-전-결'은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음악단체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과정을 소개해보겠습니다.
기) Buildup : 단체들의 음악을 충분히 이해하고, 단체의 프로모션 자료들을 정리합니다. 프로모션 자료는 단체 소개글, 프로필 사진, 공연 사진, 실황 공연 영상, 웹사이트 및 SNS, 테크니컬 라이더 및 스테이지 플랜 등이 그 내용입니다. 프로모션 자료는 끊임없이 수정하고 업데이트를 진행합니다.
승) Promotion: 단체별로 어울리는 국내외의 음악마켓에 쇼케이스 공연 접수를 하고, 해외의 음악 마켓과 행사들을 방문하여 단체들의 공연 콘텐츠를 홍보합니다. 선정된 단체들과 음악마켓에 참여하여 쇼케이스 공연 및 비즈니스 미팅으로 직접적인 프로모션을 합니다.
전) Tour : 프로모션으로 인해 잡힌 해외 투어는 권역 및 시기에 따라 추가 공연을 섭외하여 단일 공연투어로 끝나지 않도록 하고, 투어 시에 그 권역의 관계자들에게 연락하여 초청을 하고 그 지역에 집중적인 프로모션을 합니다.
결) Re-Buildup : 장기적인 전략에 따라 “Buildup-Promotion-Tour“를 반복하면서 단체의 활동 권역을 넓혀 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단체는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으며 작품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지게 됩니다.
7-1)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일의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은 프리젠터와 뮤지션인데, 두 관계 모두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한 축제나 공연장의 관계자들과 다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가 추천하는 작품이 현지의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즉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작품에 대한 보증인 셈인데, 그러기 위해서 디렉터와 현지 관객의 취향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단체를 추천할 때에는 나의 취향과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팀을 선택해 그 행사와 어울리도록 자료를 재정비하여 보냅니다. 프리젠터들과 끈끈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핀셋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2) 저는 함께하는 뮤지션들에게 공연 진출을 하려는 해외 시장의 성격에 따라 작품에 대한 재작업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작품에 대한 부분은 민감한 부분이기에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를 위해 어느 누구 보다 그 단체의 음악을 많이 듣고, 공연장을 많이 방문합니다. 이는 신뢰를 얻는 과정으로 제법 시간이 소요되는 편입니다.
8.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가요?
코로나 대확산 직전 상황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서 함께하는 단체들이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단체 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동일한 시기에 여러 단체들이 해외 투어를 한다든지, 한 단체가 3주 정도의 장기투어를 하는 등 여러 상황이 생기고 있습니다.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해외 공연시장의 불확실한 경제성이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풀의 부재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저의 장점은 사람이나 단체의 장점과 강점을 찾아내려고 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그 장점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키고 드러나도록 상황을 이끌어가려고 합니다. 이런 성격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10.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있(싶)나요?
일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함께 일하는 단체들의 해외 진출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점입니다. 악단광칠이나 동양고주파, 더튠 같은 단체들을 월드뮤직 씬을 넘어서 팝이나 브로드웨이 같은 장기공연 극장의 영역까지 두드려 보는 것을 지금 현재의 목표로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 비즈니스의 일을 하면서 이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정헌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이 길을 걸어갈 후배분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 안내해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11. 다른 부족에 속해있는 다른 역할을 하는 행정人기획人예술人 중 어떤 좌표에 있는 사람들과 당신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가요? (세대, 역할, 조직 등)
다른 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활동을 하는 다른 프로듀서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서로 도움이 되는 정보나 경험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