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번째 좌표는 새로운 유형의 젊은 프리워커 문화기획자를 만나보았습니다. 월급형 기획자는 조직이 당기는 업무 중력에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와 시공간이 일정부분 붙잡히게 됩니다. 자신의 연간 업무계획은 조직의 연간 계획과 비슷합니다. 대다수 행정인도 강한 조직 중력에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에는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내적인 중력의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괘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예술가, 기획자들이 많습니다. 작년 도봉문화재단에서 했던 서울평화문화예술 축제에서 Covid19에 따른 '동향평화론( 動向平和論)'이라는 인터뷰이의 글에 리뷰 요청받으면서, 글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1인 독립출판사 운영×창작공간 공연기획자를 혼합한 정체성을 가진 분입니다. 문화예술계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는 이 분의 좌표에서 바라보는 지평은 어떤 모습일까요?
"新프리워커 문화예술 기획자"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허영균. 8년차입니다.
2. 어떤 일을 해 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주세요.
다목적 공간 스틱스(Sticks)
공연에 관한 연구, 글을 쓰는 일과 공연을 만들어 축제 등에 참여하는 일을 동시에 해왔습니다. 2014년부터 공연예술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면서 공연예술과 관련한 책을 기획, 출판하고 있습니다. 연극, 무용, 다원예술 등 퍼포먼스성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 작업과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창작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삼일로창고극장 공동운영단에 속해있고, 을지로 있는 다목적 공간 스틱스(Stick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 왔던) 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극장, 무대, 영화관 등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좋아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여서 계기는 기억에 없습니다. 취미삼아(였나?) 악기를 오랫동안 배워서 해마다 무대에 설 일도 잦았습니다. 영화를 아주 좋아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극장이 주는 공간의 신비감에 매료됐고, 그 이후로 공연을 좋아하고 또 만들면서 살아가게 되었네요.
4.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보람있었거나 의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출간하고 있는 책들이 매일 꾸준히 독자들에게 다가간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홍보는 전혀 하지 않고, 대형 온라인 서점과 일부 동네서점에 유통하는 것이 전부인데, 거의 매일 주문이 있어 놀랍습니다. 또 극장이라는 유/무형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프로그래머, 운영 등의 활동을 하는 것도 즐거운 일 중 하나 입니다. 프로젝트를 매개로 만난 동료들이 있다는 것도 큰 행복입니다.
5. 당신은 다른 부족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글쎄요. 기대도 요구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너무 무심한 걸까요? ㅎㅎ
6.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저는 공간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서울이라는 도시가 제 영감과 활동의 제일 큰 기반입니다. 나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장소에서 힘을 얻는 편인데, 남산도서관, 시청과 덕수궁, 작업실이 있는 원서동 일대와 살고있는 부암동 인근 입니다. 공간을 채우는 것들도 좋아해서 조명, 가구, 사진, 빛, 향 등을 많이 찾아보고 관련 작업자들에게 많은 감각을 배웁니다.
7. (서로 다른 부족의 '일의 방법'과 '생각의 관점'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기-승-전-결'은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두 가지 양상이 있겠습니다. 먼저 1번. '뭔가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 그후 혼자 그 일을 구체화 해봅니다. 다음으로 공간이 필요한가? 사람이 필요한가? 적당한 시기가 필요한가?를 고민합니다. 그러면 최종 결과물을 염두하고 프로덕션을 꾸리고 일을 분해합니다. 구체적으로 일을 전달하는 편이고 이후 수거하여, 조립/배열/배치/각색 등을 하여 결과물로 냅니다. 두 번쨰로는 일을 의뢰받는 경우입니다. 일을 의뢰받는 것은 또 그대로 제가 평소에 하고 싶은 어떤 '요소'를 실험해볼 수 있어 좋습니다. 의뢰받은 프로젝트에 제가 시도해보고 싶었거나 주목하고 있던 어떤 '요소'를 대입해보고,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 싶으면 도입하여 진행합니다. 그 이후의 일은 1번과 같습니다.
7-1)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최종 결과물을 충분히 상상하는 것입니다. 결과를 충분히 상상해야 그에 맞는 과정을 거꾸로 짜볼 수 있어서요. 두 번째는 정확한 팀 구성입니다. 어떤 영역을, 왜, 누구와 함께 해야하는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8.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가요?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으로 2년 이상 활동하면서 거의 처음으로 동료라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장을 잘 아는 현장예술가와 행정 전문가의 추진력과 정확성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시각적인 영역, 실제로 제품이나 공간을 만드는 물리적인 영역의 아티스트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유머'라고 생각합니다. 제 평소의 기준 대부분은 '재미와 유머'에 무게를 두고 있고, 유머로 삼을 만큼 관심이 생기는 이슈면 예술, 창작, 기획적인 작업과 연결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앞으로 아주 웃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0.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있(싶)나요?
창작의 영역에서는 사랑과 존경을 보낼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업에 스며 들고 싶고요. 큰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구체적인 기획의도를 공연, 프로젝트, 공간 운영 등으로 구현해내고 싶습니다. 그밖에 삶과 아주 가까운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는 마시는 것과 먹는 것 그리고 입는 것입니다.
11. 다른 부족에 속해있는 다른 역할을 하는 행정人기획人예술人 중 어떤 좌표에 있는 사람들과 당신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가요? (세대, 역할, 조직 등)
사회로 치면... 주니어를 벗어나 전문가로 나아가려는 지점에 선 작업자들의 현재 위치 감각, 방향성, 가치판단 기준, 미래의 모색 등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