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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석류 Jan 14. 2021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따뜻한 리더쉽, 기획자 윤정혜

[문화다원 No27] 예술人기획人행정人 부족 간 인터뷰 프로젝트

스물일곱번째 좌표는 홍릉에 있는 수림문화재단 기획인이 서있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수림문화재단은  동교(東喬) 김희수(金熙秀) 선생께서 2009년에 설립한 재단입니다.  성수동 우란문화재단과 함께 의미 있는 문화사업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민간 문화재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 개관멤버로 수림아트랩, 수림웨이브 사업등을 통해 참여하는 예술인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가장 많이 하는 기획자가 있습니다. 기획자로서 그를 바라보면, 예술인들의 창작과정에서 따뜻하고 헌신적으로 함께 일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문화예술계의 지평은 어떤 모습일까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따뜻한 리더쉽"  


1. 이름은? 사회에서 연차는 어떻게 되시나요?

윤정혜입니다. 2005년 좌충우돌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15년차입니다.      


2.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일터(작업의 공간)에서의 당신의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면 여러 순간으로 공간이동이 있네요. 문화예술 업계에서 해외 공연 배급을 진행하는 프로덕션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온실 속인 학교 안에서 선생님들께 문화예술계 무용담만 듣고 상상하던 곳이었는데 처음부터 지옥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해외공연 계약부터 진행, 티켓, 예산관리, 스케줄 관리 등 제작 및 진행의 원활함을 위해 준비하는 일을 담당했어요. 아이들을 위한 아이스쇼의 티켓을 판매하기 위해 홈쇼핑에 티켓을 프로모션하기도 했네요.

이후 학교 졸업을 하고, 뉴욕으로 무작정 떠났습니다. 첫 시작부터 너무 힘들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영어에 대한 강박도 있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무작정 떠나 도착한 뉴욕이란 도시는 정말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외롭고, 황량한 곳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3개월 후 부터는 살 방법을 찾아야 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언어를 공부하면서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인턴을 할 수 있었고, 한국에서 공연을 위해 오시는 공연단체를 뉴욕에서 돕는 일을 하였어요. 3년 동안 다양한 단체들을 만날 수 있었고, 뉴욕의 곳곳을 다닐 수 있었어요. 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취업이 되어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오랜 시간 시향에서 있지 못하고, 운명적으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일하고 있는 민간문화재단인 수림문화재단서 창립부터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 한번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해왔던)일을 선택했던 내적인 욕구, 초심, 계기, 우연 등은 무엇이었나요.     

문화예술계 안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유년시절 아빠와 공연장 및 행사장을 다시면서 막연하게 키워왔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에는 방송반을 하면서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었으나 공연장이 주는 에너지와 교감에서 오는 짜릿함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했고, 그 선택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과에 들어가서도 학업에도 매진했지만 예술경영지원센터, SBS프로덕션, SBS문화사업팀(현 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등에서 단기 프로젝트 단위로 계속 일을 병행했어요. 학생 신분으로 함께 하는 프로젝트였지만 그때 선배님들이 해주셨던 말씀과 업무의 지혜가 저에게는 현재까지 초심으로 자리 잡고 있고 지금 일을 하면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현재 12년차 일을 하고 있는 수림문화재단도 우연치 않게 인연이 되었어요. 서울시향을 어렵게 정리를 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중에 있을 때 저를 지켜봐 주시던 선생님의 추천으로 수림에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설립자 김희수 선생의 정신을 기틀로 삼아 다양한 사업들을 기획하고, 수림문화재단을 브랜딩하고, 홍보하는데 노력하고 있는 중이예요. 선택에 있어서 후회한 적은 없지만 요즘 자꾸만 수림문화재단 윤정혜 과장이 아니라 앞의 타이틀이 없는 ‘윤정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4. 최근 3년 동안 스스로 느끼기에 가장 보람이 있었거나 의미있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수림문화재단에 2009년에 입사를 한 후에 신진 전통음악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지원하며 음악 씬 안에서 한국음악 마켓을 만들어 보고자 2012년 북촌뮤직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2017년 부터는 김희수아트센터가 홍릉에 위치하게 되면서 한국음악분야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 보자는 취지로 <수림뉴웨이브>로 명칭을 바꾸어 브랜딩하고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고있어요. 축제를 통해 유망한 신예 예술가들이 발굴 되었고, 다양한 곳에서 협업하며 활동을 하고 계세요. 특히 2019년 축제에서는 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각 분야에서 수림문화재단 상을 수상하신 수림아티스트분들을 모시고 공로패를 수여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수림아티스트분들과 함께하는 그 자리에서 10년의 희노애락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어요. 그리고 수림아티스트분들 덕분에 수림문화재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2017년까지 방황하던 시기를 접고 2018년 저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거예요. 아직 신혼이라 그럴거야!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남편을 만나고서 삶과 일에 대한 저의 관점이 많이 바뀌었어요. 남편이라는 관계성을 떠나서 인생의 동반자이면서 선생님 같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5. 당신은 다른 부족사람들에게 어떤 기대와 요구를 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좋은 것이든 좋지 않은 것이든)

조직에서는 모든 일을 책임지고, 아무 문제없이 최고의 성과 이루어 내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를 실천하고, 부응하기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많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뒤돌아 생각해 보니 그 순간을 위해 인간관계에서 불신이 생기게 되더라구요. 일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질주를 하다보면 상대방을 잘 살피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최고의 성과도 좋지만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소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바른 소통을 통해 협력이 되어 최고의 팀워크로 성과를 거둔다면 금상첨화겠죠.      


6. 당신의 생각과 행동에 영감/영향력을 주었던 책, 음악, 공연, 영화, 전시 혹은 저자, 작가 등을 소개시켜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음악)

Bach Cello suite: 힘들거나 우울할 때 몸이 아플 때 첼로의 울림이 치유작용을 합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 뉴욕에서 외로울 때 힘이 되었던 노래예요.

(영화)

The sound of music: 꿈과 희망이 함께하는 영화예요. 100번도 넘게 본 영화네요 :)

뉴욕의 가을: 제일 아름다운 뉴욕을 보여주는 영화예요.

(책)

법정스님<무소유>, 송수진 <을의 철학>, 김윤나 <말그릇>, 정혜신 <당신이 옳다> 등

<공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In the Heights>, <Wicked>     

<전시>

뉴욕: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Andy Warhol: From A to B and Back Again>

 Dia: Beacon (정말 이 두 곳은 추천합니다.)

 -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주도립김창렬미술관 등 추천


7. (서로 다른 부족의 '일의 방법'과 '생각의 관점'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하는(해왔던) 일의 '기-승-전-결'은 보통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지나요?

문화재단 안에서 일의 시작과 끝은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일이 백색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이 이루어 질 때가 많아요.

기- 해마다 문화재단의 목적과 목표가 설정되면 비전에 맞게 큐레이팅하고, 일상적으로 꾸준히 관찰하고, 리서치 정보, 메모 등을 통해서 나름의 다이아그램을 그립니다.

승- 도화지에 사업의 대한 나의 욕망을 다 담을 수 없으니 사업별로 현실적 조건을 검토하여 세부적인 기준과 방향성, 기대효과를 검토합니다.

전- 이제 드디어 운영에 있어서 출발선이지요. 나의 계획을 가지고 실현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해요. 공연, 전시, 축제 등 모든 공연이 끝나서 수고의 박수를 자신에게 보낼 때 까지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지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끝나고 나서도 2주간 정말 초 긴장 상태였어요.

결- 잘 만들어진 케이크를 예쁜 그릇에 플레이팅하여 내 놓는 상황이지요. 관객들이 예술가와 작품과 하나가 되어 감동을 받는 결정적인 순간이 결이지 않을까요?  

    

7-1) 일의 과정에서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구받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요?

일의 과정에서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경험과 소통, 신뢰입니다. 기획자는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예술가와 협업을 통하여 새로운 경험을 만들 수 있어요. 예술가와 협업을 하려면 신뢰를 바탕으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런 과정 속에 만들어진 작품은 누군가에게 삶의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8. 누구나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어떤 도움과 협력이 필요한가요?

재단 창립부터 거의 혼자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멋진 성과를 내기 위해 함께해줄 동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9. 당신이 가진 내적인 힘들 가운데, 어떤 힘이 강하신 것 같나요(장점, 나다운 것 등)?

제가 가지고 있는 내적인 힘은 인내력, 주인의식, 공감능력인거 같아요. 일을 통해 만나는 예술가, 기획자분들에게 최대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요. 저는 한분 한분과 상호작용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저를 지금까지 일을 하게 하는 것 같아요.    

  

10. 앞으로 어떤 일(작업, 역할)을 하고 싶나요? 그것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있(싶)나요?

너무나 많은 일을 생산해 내고 싶은 욕망의 소유자예요. 몇 년 전 부터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꾸준히 해오던 명상도 관심을 실천하고 깊이 있게 문화와 접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제는 특정 장소에서 경험하고 즐기는 문화예술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어디서든 유희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싶어요. 일상 속에서의 예술 향유, 예술에서 찾는 관계, 일과 삶의 균형 등을 토대로 구체화 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11. 다른 부족에 속해있는 다른 역할을 하는 행정人기획人예술人 중 어떤 좌표에 있는 사람들과 당신은 이야기 나눠보고 싶으신가요? (세대, 역할, 조직 등)

여러 업계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요즘은 특히 스타트업 또는 IT 분야에 계신 분들의 기획 및 운영에 대해 이야기 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타 부족에 있는 분들에게 예술가분들을 소개해 드리고 서로 교류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보고 싶네요.           


12. 당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소셜미디어/사이트/ 뉴스를 알려주세요

(듣똑 커뮤니티TV)

https://youtube.com/watch?v=NUiYgR0tWMY&feature=share

(수림뉴웨이브 블로그)

https://blog.naver.com/bukchonmf/220457455526   

       

"새로운 연결실험, Fusion of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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