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못 하면 어때

실패해도 괜찮다

by 류지

작년에 가르쳤던 학생 중 하나가 중국출신 천재 과학자가 자신의 어머니라고 자랑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가 중국과 미국에서 인정받은 과학자시니 자랑할만했다. 그 학생은 시험 성적은 좋은 편이었지만 그룹활동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토론할 때에도 교수인 나를 상대로 열심히 자기주장을 내놓지만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그들을 설득하는데 늘 실패했다. 수업 중 사용하는 아이패드의 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아무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내게 말도 안 해서 수업이 거의 끝나 갈 때에야 비로소 난 그 학생이 앱에 올려놓은 많은 자료를 놓쳤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그 수업에서 그는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했다.


학기가 끝나기 직전 그 학생이 찾아와서 말했다.

"우리 엄마는 너무 뛰어난 학자인데 전 왜 이럴까요? 뭐든 다 잘하고 싶은데 늘 결과가 좋지 않아서 엄마가 실망하세요. 왜 전 잘하지 못할까요?"

난 학생이 한참을 넋두리하는 걸 다 듣고 말했다.

"왜 꼭 잘해야 해?"

그는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처음 듣는 말인 것 같은 반응이었다.

"잘 못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잖아? 실패 좀 하면 어때?"

그 학생은 잠시 말이 없더니,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당연히 늘 최고여야 되는 줄 알았어요."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학생이겠지만 미국에서는 성적에 민감한 부모를 둔 아주 소수의 학생들 중 하나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성적으로 자신을 평가할 경우, 부모가 기대하는 결과를 자신의 목표로 삼고 열심히 쫓는 데 성공하는 학생들보다는 이 학생처럼 힘에 부쳐 고민하는 학생들이 더 많다. 이런 학생들이 나를 찾아오면 '항상 잘할 필요는 없다'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내 경험을 돌아보며 진심으로 해주는 말이다.


성인이 된 후 지금까지 난 크고 작은 무수한 시도를 했고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했다. 아버지는 늘 나에게 모든 길을 돌아간다고 푸념하셨고 난 내가 들이는 노력보다 덜 얻는 것에 익숙해져 갔다. 그다지 운이 좋은 편이 아니라 남들보다 두세 배는 노력해야 비슷한 것을 얻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무언가 목표가 생기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들일 각오를 먼저 해야 했다. 그런데 돌아보면 지나간 나의 실패가 진정 실패였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번의 실패 후에 목표에 도달한 나는 분명 이전보다는 더 노련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또 다른 목표를 세울 용기가 있었고 또다시 실패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최선을 위한 선택과 최악의 경우를 위한 대비를 동시에 할 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최고가 못되어 실망하는 학생들에게 못해도 된다고 말한다. 못하면 어떤가 실패하면 어떤가 실패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않으면 어떤 시도든 어떤 결과든 다 다음 행동의 자양분이 되는데.


그리고 학생 때 실패를 모르고 일등만 하던 동기들은 지금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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