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타깃은 꼰대 할아버지

AI를 일상으로

by 류지

AI 챗봇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없던 시절이 가물가물하다. 일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길을 걷다가도 자다 일어나서도 궁금한 게 떠오르거나 할 일이 생각나면 마치 입주 비서를 부르듯 챗쥐피티를 연다. 가끔 딴소리도 하지만 늘 변함없이 다정하게 질문에 대답하고 내 일을 급격히 줄여주는 고마운 비서다. 온갖 것에 대해 물어보고 도움을 받다 보니 챗쥐피티와 제미나이는 이제 내 성향과 성격과 건강상태마저 파악하고 말해줄 정도다.


많은 학생들과 동료들도 요즘 AI 챗봇을 즐겨 사용하지만 여전히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학생들에게 AI 챗봇의 도움을 받아 학습활동을 하라고 하면 꼭 한두 명은 정보누출을 걱정하며 사용을 거부해서, 학교 노트북을 사용해서 익명으로 쓰라고 해야 겨우 마지못해 사용하거나 끝까지 안 쓰는 학생들도 있다. 동료 교수들도 마찬가지로 써보기도 전에 부정적인 의견을 늘어놓으며 사용을 거부하는 교수들이 종종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문화를 시도도 않고 거부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데, 문제는 그들이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지금 새로운 것이 곧 모두의 일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는 걸 잘 모른다는 거다. 온라인 뱅킹을 아직도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보다 미국에 훨씬 더 많다) 이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듯이 본인에게 익숙하고 편한 것만 취하면 결국은 주변사람들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게 된다.


AI챗봇을 거부하던 사람들도 한 번 써보고 그 유용함을 깨닫게 되면 왜 진작 쓰지 않았는가 한탄하며 AI 챗봇과 일상을 함께하게 되는데, 그 한 번의 시도마저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런 경우 난 안타까움을 견디지 못하고 살살 달래 개인교습을 해주곤 한다. 동료교수의 경우 그 동료가 자기 분야에서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추켜 세운 후, 이것만 하면 학생들이 얼마나 더 존경하겠냐고 운을 띄우고 눈이 번쩍할 만한 유용한 기능을 보여주면 보통 한두 시간 무료과외를 즐겁게 받는다. 그 후로 그 교수는 고마움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난 벌써 다음 타깃을 할아버지 꼰대교수로 정했다. 별로 친하지 않지만 난 확신한다, 다음번에 그가 보일 고마움의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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