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다

기대하려면 주지도 말아야

by 류지

한국인 동료교수가 은퇴 전에 나랑 친구가 되려고 꾸준히 노력했는데 난 친구가 되지 않으려고 항상 선을 그었다. 오랫동안의 다양한 근무 경험덕에 이해관계에 있는 동료와 친구가 되는 게 서로에게 해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교수는 내가 거리를 둘 때마다 삐져서 심술궂게 굴다가 기분이 풀리면 또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들은 게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

이런 의미의 호소를 자주 했는데 난 가끔 농담 삼아, "그럴 수가 있죠." 하며 웃곤 했다. 그러면 그 교수는 마음이 상한 듯 그 사람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섭섭한 지 넋두리했고 그러면 난 그냥 듣고 있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면 자발적으로 무언가 해주곤 한다. 사소한 친절부터 큰 도움까지 단지 호감 때문에 자청해서 제공한다. 그 사람이 부탁한 것도 아닌데 원하는지 안 원하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무턱대고 해주다가 상대가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지 않으면 섭섭해하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비난한다. 자신이 호의로 한 행동의 가치를 크게 여기고 언젠가 그 대가를 자신이 생각한 만큼 돌려받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대는 그 친절을 부담스러워하거나 꺼려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선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원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 내 취향과 다른 선물을 받아도 대다수는 마치 너무 좋은 것을 받은 양 고맙다고 호들갑을 떨고는 나중에 환불을 받거나 대수롭지 않게 남에게 줘 버린다. 그걸 들키면 선물을 준 사람과의 사이가 어색해지기도 한다. 과연 그게 안 받는 것보다 나은 행동일까 싶다.


난 가능하면 기대하지 않은 친절이나 선물은 안 받으려고 노력하고 (누구든지 친해지기 전에 이유 없는 친절이나 선물을 받는 걸 부담스러워한다고 미리 언급한다) 원치 않게 받은 선물은 내가 필요한 게 아니면 그 자리에서 돌려주고, 필요한 걸 받았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선물로 갚는다. 누군가 내게 친절을 베풀려고 하면 하기 전에 거절하고, 알리지 않고 베푼 친절이면 감사하다고 하고는 그런 친절이 아주 부담스러우니 앞으론 다시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분명히 말한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든 이미 받은 친절의 대가를 지불한다.


물론 이런 나의 행동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나랑 친구가 되려고 노력한 그 교수도 너무 까칠하다고 투덜대며 나를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일관적으로 똑같이 대하기 때문에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여기고 아무도 나에게 섭섭해하지 않는다. 해준만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친절을 베푸는데 대가가 있다면 그게 무슨 친절인가. 내가 좋아서 해주는 게 있다면 이미 해주는 기쁨으로 보답을 받은 것이다. 기꺼이 즐거이 하는 게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게 좋고 또한 기대도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오늘 오전에 동료교수에게 AI로 수업자료를 만드는 팁을 몇 가지 알려줬더니 사과 하나를 갖고 와서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했다. 고맙지만 이미 먹었다고 거절했더니 그 교수는 "뒀다 먹음 되는데..."라고 하며 돌아갔다. 나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져온 것이겠지만 내가 그에게 베푼 친절은 대가를 바란 것이 아니므로 작은 것이라도 받지 않는다. 그는 이제 내가 요청하지 않은 것은 제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부담을 가질 가능성은 미리미리 막아야지.


작가의 이전글다음 타깃은 꼰대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