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인들이 내 수명까지 줄여?

내 편과 민폐인을 하나씩 균형 있게

by 류지

며칠 전 워싱턴포스트지를 읽다가 아주 흥미로운 연구에 관한 기사를 봤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주변 사람들이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관한 연구였는데, 연구 결과는 힘들게 하는 사람과 계속 가까이 지내는 동안 우리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수명을 갉아먹는 민폐인들은 대부분 가족 구성원이고 그중 부모나 자식이 배우자보다 더 많았으며 그다음으로는 직장 동료나 상사, 룸메이트가 많다고 했다. 한마디로, 끊어낼 수도 없이 지속적으로 가까이서 심적인 고통을 주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의 수명이 단축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아주 당연한 연구 결과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고 그중 인간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내 곁에 누군가가 절대 떠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면 당연히 내 건강에 큰 해가 될 것임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부모나 자식이 민폐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우리가 절대 떼어낼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직장 동료와 상사나 룸메도 계약으로 묶여 있어 내 맘대로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비록 그들로 인해 내 수명이 줄어든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탁탁 잘라낼 수 없는 게 바로 인간관계일 것이다.


이런 민폐인에 있어서 배우자나 형제자매가 큰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건 비교적 거리를 둘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서일 것이다. 법으로 묶여 있는 부부관계는 법적 계약을 끊는 것으로, 서로 독립적일 수 있는 형제자매는 연락을 끊는 것으로 거리를 둘 수 있다. 함께 있으면 늘 힘든 언니 부부는 내 한국 일정을 숨기고 연락을 끊음으로써 거리를 두고 있다.


직장동료나 상사가 지속적이고 극심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경우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한 끊어내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결국 불안증이나 우울증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가르치다가 교내 연구소로 옮겨 7년간 일했을 때 내 직속상관인 연구소장이 질투와 시기로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혔고 결국 우울증이 와서 학교로 돌아왔다. 난 비교적 긍정적이고 강인한 성격을 타고났는데도 몇 년간의 지속적인 괴롭힘이 내 정신적인 힘을 약화시키고 병을 얻게 한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좋기만 하지도 나쁘기만 하지도 않기 때문에 한동안 나를 괴롭힌다고 민폐인이라 간주할 수는 없다. 내 가족의 경우도 (큰언니 부부는 예외로 하고) 늘 내게 힘이 되어주는 동시에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들은 내게 절대 민폐인이 아니라 그냥 보통의 가족이다. 직장동료나 상사의 경우도 이해관계에 있으므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당연하면서도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하면 일상을 균형 있게 한다.


내가 직장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 이를 들어주고 믿어주는 사람 하나만 있었어도 우울증까진 가지 않았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하며 아무도 모르게 교묘한 방법으로 나를 괴롭혔으므로 내가 이를 말해도 연구소의 그 누구도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반면에 큰언니 부부로부터 받는 심적 부담과 불쾌함은 다른 가족 구성원이 들어주고 이해해 줘서 그때그때 참아낼 수 있었다. 민폐인과 내편이 동시에 존재하면 이 또한 내 정신적 균형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민폐인이 있다면 그리고 내게서 떼어낼 수가 없다면 이 스트레스를 다 털어놓아도 되는 무슨 이야기든 다 들어줄 준비가 된 내 편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내 삶에 균형이 잡혀 숨 쉴 구멍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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