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놀고 싶은가? 뭘 하고 싶은가?

은퇴를 계획하며

by 류지

오랜만에 한국인 친구와 문자로 은퇴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은퇴하면 신나게 놀 거라면서 세계여행을 같이 가자고 했다. 난 은퇴하고 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더니 그럼 세계여행을 같이 하고 여행기를 써서 출판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내겐 그다지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었다. 그 친구는 신나는 여행을 기대하고 있고 나는 일로 여행을 너무 많이 해서 은퇴 후에는 덜 하고 싶으니 그 친구의 제안에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논다'는 게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에게 '논다'는 건 일하는 동안 할 수 없었던 신나는 걸 해 보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내게 '논다'는 건 대체로 휴식을 의미한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에서 멀어져 아무 부담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게 내겐 노는 것이다. 한국에 휴가를 가면 내게 있어서의 '놀다'의 의미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가족을 돕기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미술관도 가고 종일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쉴 시간이 아주 많아지는데 2주만 그렇게 지내고 나면 왠지 의욕이 줄어들며 삶의 에너지도 동시에 약해지는 걸 느낀다. 게다가 그런 무기력한 상태에 적응해 늘어져 있는 나 자신이 싫어서 미국으로 돌아올 날을 손꼽게 된다.


난 무언가를 시도하고 행하고 성취하는 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지금의 직업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가르치는 것 이외에 흥미 있는 연구를 마음대로 할 수도 있고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깊이 있는 논의와 대화가 가능한 직장이라 성취감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은 일이라 그만큼의 잡일도 많고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싶은 일보다 더 많이 해야 해서 은퇴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은퇴 후 내가 하고 싶은 건 사람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동시에 행하는 동안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다. 몇 년 전에는 비영리 커피숍을 열어서 동네 노인들과 하루 종일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반려동물도 옆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노인들과 반려동물들에게 도움이 되는 동시에 보람도 있을 것이나 그 결과로 얻어지는 성취감을 상상할 수 없어서 계획을 접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과정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고 결과에서 얻어내는 성취감이 있는 일을 찾고 있지만 아직도 그게 뭔지 모르겠다. 그걸 알게 되는 날이 내 은퇴 계획을 마무리짓는 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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