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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Dec 08. 2022

인간은 언제 가장 약해지나


  대체로 만나던 연인과 헤어지고 문득 외로움이 소나기처럼 퍼붓는 시간은 자정 혹은 그 넘어 새벽 2시쯤이라고들 한다. 그건 인간의 감정이 가장 말랑말랑해지는 시간이 새벽이라서일까? 인간이 가장 약해지는 시간은 밤, 혹은 새벽 2시 언저리일까?


  나는 조금 다르다. 내가 가장 약해지는 시간은 새벽이다. 엄마 꿈을 꾸다가 꿈인 줄을 알고 잠에서 어렴풋이 깰 때다. 그럴 때면 꾸준히 내 옆에 자는 사람이 있다 없어진 것처럼 괜히 옆 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진다. 옆으로 돌아 내 쪽을 보고 자는 사람이 사무치게도 있었으면 좋겠는 그런 순간이다.


  때때로 누군가와 함께 잠들었을 때 엄마 꿈을 꾸다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난 날도 있었다. 내 옆에 잠든 상대는 내 쪽을 보고 자고 있지 않았지만 괜히 그 품을 파고들어 날 안아주길 원하는 듯 팔을 내 쪽으로 끌어오곤 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그 순간이 잠에 취해 기억도 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팔을 끌어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자고 있는 가슴팍에 내 팔을 감았는지 절대로 생각해보지 않을 것을 안다.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보여주기 싫으면서 동시에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몰라주는 사실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이 마음은 참 모순적이다. 때때로 나는 나의 가장 깊은 우물 속 같은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어느 다른 날, 나의 속을 들여다 보려는 시늉이라도 할라치면 대문부터 걸어 잠근다. 나 조차도 나를 전부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다.


  솔직할 수 있는 것이 무기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용기를 내어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열어 보이려고 해도 매번 쉽지는 않다. 나는 언제까지고, 적어도 앞으로 한동안은 잠에 취해 기억도 못 할 사람의 팔을 끌어오며 새벽을 버틸 것이다. 껍질 없이 모래 바람을 맞는 어떤 말랑한 생명체가 된 듯 한 느낌으로 나는 오늘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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