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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Jan 18. 2023

슬픔에 당황을 하고

  가끔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에 뒤통수를 맞듯이 슬픔이 밀려올 때가 있다. 이것이 슬픔이 맞나? 하고 다시 생각하게 만들 만큼 나는 그 순간의 감정에 당황을 한다. 얼마 전에 운전을 하다가 앞에 서있는 버스 뒤에 붙은 광고판을 보았다. ‘항암 부작용 전문 한의원, 평택 최대 규모’ 나는 갑자기 슬퍼오는 기분에 당황을 했고 아직도 순간 눈물이 차오를 만큼 나의 아픔이 생생했나 싶었다.


  엄마가 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엄마 병실 침대 옆 간이 침대에 앉아 온갖 암 환우 카페에 가입했다. 그때 항암치료 부작용에 대해 처음 접했고, 앞으로 자주 서울에 왔다 갔다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항암을 하고 다시 집에 내려가는 길이 먼데, 그때 아프면 어떡하지? 서울에 임시로 거처할 곳이 필요한가? 하는 계획을 했다. 항암 부작용은 속이 매스껍고, 손 끝이 아리구나. 그러면 내가 엄마를 간호해야겠다. 일은 어떡하지? 당분간 공부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부모가 죽으면 3년 상을 치른다고 한다. 올해로 3년째다. 내가 만일 3년 내내 상복을 입고 살았더라면 올여름에 나는 그 상복을 벗었을 테다. 3년이 지나면 나의 슬픔도 한 꺼풀 가벼워질까? 갑자기 찾아오는 슬픔에 당황하지 않게 될까? 나는 잘 모르겠다.


  인간이 겪는 감정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하다.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되새길 때의 슬픔과, 한 번의 항암이라도, 무슨 치료라도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며 슬퍼하는 마음은 약간 다르다. 엄마와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워할 때의 마음과, 엄마랑 못 해본 것들을 떠올리며 그리워할 때의 마음은 다르다.


  앞으로의 남은 인생 속에서 나는 어떤 순간에 당황을 하며 슬퍼할지, 그리고 어떤 감정들을 겪으며 어떻게 그 속에서 빠져나올지 나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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