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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Jan 21. 2023

제사가 좀 지내고싶네

  명절 때였나, 엄마한테 제사 음식 만드는 거 힘들지 않냐고 물은 적이 있다. 엄마도 제사를 꼭 지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부터는 제사를 지내고 싶어졌다고 했다. 나도 명절이면 풍기는 기름 냄새가 썩 좋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엄마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나도 확실히 엄마가 죽고부터는 제사를 지내고 싶어졌다. 귀신이 와서 밥을 먹고 가네 마네 하는 말 때문이 아니라 그냥 엄마를 위해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죽은 사람을 위한 밥상이 무슨 소용일까? 결국은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그래서 제사는 궁극적으로 산 사람을 위한 절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외할아버지를 뵈러 갔다가 내 앨범을 받았다. 엄마 물건들을 태우려고 보다가 내 앨범인 것 같아서 따로 빼두셨단다. 요즘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마주하며 이 눈은 엄마를 닮았나, 이 코는 아빠를 닮았나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렸을 때 얼굴과 똑같은 것 같으면서 또 다른 것도 같고. 하지만 확실한 건, 앨범 속에 있는 엄마의 젊을 때 사진에서 나를 보았다. 눈썹 뼈의 높이, 얇게 잡힌 쌍커풀 라인 같은 것이 거울을 볼 때의 느낌같이 익숙했다. 이래서 인간은 본인과 닮은, 내 피를 나눈 자식을 낳고 싶어 하는 것일까?


  올해는 엄마를 위한 제사상을 내 손으로 차린다. 삐뚤빼뚤한 붓글씨로 지방도 쓴다. 괜히 마음이 편해지고, 자식 도리 하는 것 같고 그렇다. 엄마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나를 위한 거였다. 인간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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