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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Feb 17. 2023

천국의 세부-6

세부에서 마지막 날. 


3시 반 비행기라서 아침에 호텔에서 짐 싸서 바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 나에게 호텔 조식은 약간 그림의 떡 같은 존재였다. 먹고싶은 것은 많지만 한 접시면 배가 잔뜩 불러져서 더는 못 먹었으니까 ㅠㅠ


내 조식에는 삼일 내내 거의 똑같은 음식들이 등장했다. 바삭하게 구워서 과자같이 부서지는 베이컨, 오믈렛, 메이플 시럽을 적당히 뿌린 팬케익 이렇게 세가지 음식을 레디슨에 머무르는 내내 먹었다. 친구의 접시에도 늘 등장하는 음식들이 있었다. 뻥튀기 같이 구운 과자, 밥 종류 같은 것이 매일 올라와있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입맛이 다른게 신기하고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sm몰에서 산 망고를 잘라 먹을 칼이 없어서 포크로 거의 즙을 짜 먹었었는데, 아침에 조식을 먹고 나오는 길에 호텔 식당에서 칼을 빌려왔다. 사실 그냥 가지고 나왔다. 죄송합니다.. 호텔에 두고 나왔으니 절도는 아니잖아요..? 죄송합니다..


암튼 망고를 잘라서 하나 먹었는데 먼저는 약간 신 맛이 느껴지면서 뒤에 단맛과 망고 향이 따라왔다. 신 것을 싫어하는 친구는 한두개 집어 먹더니 안 먹겠다고 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게 참 신기했다. 나는 신 맛이 같이 느껴져서 훨씬 더 맛있게 먹었으니 말이다. 저렇게 수북이 쌓인 망고를 혼자 거의 다 먹고 배가 잔뜩 부른 상태로 호텔을 떠날 준비를 했다. 짐을 싸고 기념으로 래디슨 어매니티 중 바디로션을 하나 챙겼다. 이제 래디슨 호텔이, 망고의 질감이, 세부의 바다가 생각 날 때면 바디워시 뚜껑을 열어 향기를 맡아 보면 될 것이다. 


호텔에 도착해서 공항기념품점에 들어갔다. 나는 쇼핑을 별로 안해서 환전한 돈이 조금 남았기 때문이다. 남은 돈을 어떻게 털지 고민하다가 공항에서 들른 첫 기념품점에서 발견한 동전지갑! 쌀 포대로 만들어진 동전지갑이었다. 뒤집어보면 5kg, 10kg 이렇게 쌀의 무게가 적혀있다. 이거 연남동 소품점에서 사면 15000원 정도는 했을텐데 겨우 150페소였다. 한국 돈으로 30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신나서 두개 샀다. 나는 저런 조그만 동전지갑, 파우치 이런거에 환장하는 편이라서 일단 사고 어디에 쓸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여름에 여행갈 때 배낭에 달든지 하려고 한다. 



티켓을 받아서 게이트에 가는 길에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바로 옆에 있던 아시안 음식점을 구글에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발견한 리뷰..

우리는 이 식당을 포기하고 맞은편에 있던 카페에서 치킨랩과 파인애플주스, 크로와상을 먹기로 하고 거기서 음식을 주문했다. 기내식이 없어서 비행기에 타면 백프로 배가 고플 것 같아서 음식을 꼭 먹고 타려고 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시켜서 하나씩 나눠먹었는데 정말로 맛이 없었다.... 


음식 사진은 없지만 설명을 해보자면 파인애플 주스는 너무 셨고 치킨랩을 감싸고 있는 또띠아는 만두피를 삶기 전같이 생 밀가루 맛이 났다. 안에 있는 치킨은 정말 질겼다. 고무같이 질겼고 수분이라곤 없었고 카페 냉장고에 들어있은지 2주는 넘은 것 같이 상태가 안좋았다. 말리 비틀어졌다고나 할까.. 크로와상이 제일 먹을 만 했는데 그것도 그 중에 먹을 만 한거지 따로 놓고 보면 안먹느니 못 한 퍽퍽한 빵이었다. 우린 바로 라면이 땡겨서 비행기 타자마자 라면을 먹기로 했다. 


난 원래 라면을 안좋아하는데 이 때 먹은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 국물까지 싹 비웠다. 


낮 비행기라 그런지 잠이 잘 안왔다. 비행기 안에서 종이를 꺼내서 친구랑 '한국 도착해서 밥 사기'를 걸고 빙고를 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 이름, 같이 아는 지인 이름, 세부에서 먹었던 음식 이런 걸로 3시간 넘게 빙고를 했고 내가 이겼다. 하하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역시 난 한국인이구나 했던게 공항, 입국심사, 짐 찾기 이런게 다 엄청 빨라서 속이 시원했다. 필리핀은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너무 느긋해서 항상 2-30분씩 기다려야만 해서 참 힘들었기 때문이다. 빙고에서 이긴 내가 친구한테 밥을 얻어먹기로 하고 단단히 기대에 차서 공항 지하 1층으로 갔다. 인천공항 지하 푸드코트가 웬만한 한식당보다 맛있는데 9시면 문을 다 닫는줄은 몰랐다. 밤새 여는 곳은 롯데리아밖에 없다고 해서 정말 햄버거는 먹기 싫었지만 롯데리아로 갔다. 한우 어쩌고 하는 버거를 얻어먹었다. 막상 먹으니 맛있었다.


공항에서부터 다시 집까지 2시간을 운전했고 도착하니 새벽 1시정도 되었다. 간단히 씻고 잠에 들었다. 나의 꿈같은 여행 끝....


-다음 날-

해외여행 갔다와서 먹는 엽기떡볶이는 정말 맛있다... 다음 날 11시 땡 하자 마자 엽기떡볶이 검색해서 사왔다. 우리 집은 시골이라 배달도 안돼서 친히 차를 가지고 나가서 포장까지 해왔다. 



떡볶이를 먹고 짐 정리를 했다. 친구가 20살 때 200장인가 산 폴라로이드 필름을 다 써야된다며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들고 왔는데, 들고다니기 귀찮으니 호텔 안에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호텔 안에서만 사진을 엄청 찍었다. 사진이 하도 많아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벽에 덕지덕지 붙였다. 마스킹 테이프로 붙이면 뗄 때 깨끗하게 뗄 수 있다. 


세부 여행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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