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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Feb 17. 2023

개인의 취향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취향도 다르다. 그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변화하는 것일까? 같이 살다보니 취향도 비슷해진 것일까, 애초에 비슷한 취향을 갖고 태어나는 것일까? 


  나는 요즘 타인의 취향이 제각각이라는 것이 문득 신기하다. 가족끼리 취향을 닮는 다는 것은 더욱 신기하다. 서로 맞춘 것도 아닌데 가족들의 취향 중 나와 같은 부분을 발견할 때면 생각한다. 가족이라서 같이 살다보니 닮게 된 것일까, 날 때 부터 나는 그들의 유전자를 받았으니 그 취향까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오롯이 나만의 것일까? 


  개인의 취향이란? 나와 너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오묘하고 복잡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음식 부분에서 도전정신이 많은 편이 아니다. 요즘은 이것 저것 많이 먹어보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여전히 도전 정신이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각이 예민한 편이라 배가 고파도 입맛에 안맞으면 안먹고 입도 짧은 편이다. 특히 외국 여행을 갔을 때나, 엄마가 새로운 요리를 시도했을 때, 나는 거의 안먹겠다고 한다. '안먹을래.' 하면 엄마는 말한다. 


  '먹어 봐. 니가 딱 좋아할 맛이야.'


  내가 좋아할 맛이 뭘까? 나는 엄마가 그 말을 할 때에도 늘 그게 궁금했다. '내가 좋아할 맛이 뭔데?' 물으면 엄마는 '아, 있어. 믿어 봐.'라고 했다. 어릴 때는 고집 부리느라 엄마가 온갖 말로 어르고 달래도 잘 안먹었지만 나이가 좀 들어서는 믿고 그냥 먹었다. 대부분 내가 좋아했다. 정말로 내가 좋아할 맛이 맞았다. 내가 좋아할 맛이란? 아직도 그 맛을 뭐라 정의하긴 어렵다. 


  김용택 시인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 부터 시집을 많이 읽었는데 여러 시인의 시가 모여있는 시집을 읽다가 우연히 그 시인의 시를 읽게 되었고, 시 하나를 시작으로 그 시인의 책을 여러권 찾아 읽었다. 어느날 그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고 아빠가 물었다. '그거 엄마가 준 책이지?' '아니,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건데?' '니네 엄마가 그 사람을 참 좋아했는데.' 나는 엄마한테서 김용택 시인에 대해 한마디도 들은 것이 없었다. 그냥 혼자 찾아 읽다 보니 그 시를 읽게 되었고 읽다 보니 좋아서 더 찾아 읽었는데 엄마가 젊을 때 아주 좋아하던 시인이란다. 참 신기했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은 뭘까? 내가 김용택을 좋아하는 것은 엄마에게 물려 받은 취향일까, 오롯이 나만의 취향인데 알고 보니 닮은 것일까? 


  컵라면 중에서는 왕뚜껑을 좋아한다. 어느날 우연히 동생도 왕뚜껑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동생이 어떤 컵라면을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알 기회도 없었는데, 우리는 함께 각자의 인생에서 각자의 입맛대로 그 많은 컵라면 중에 왕뚜껑을 좋아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도, 아빠도 왕뚜껑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형제라서 닮은 것일까? 그렇다면 이 취향은 누구로부터 온 것일까? 


  역시나 그렇다. 개인의 취향이란, 본질적으로 나와 너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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