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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Feb 27. 2023

새학기 준비

  3월이 되고 나는 여러가지 준비에 바쁘다. 첫 담임을 맡아 담임 자료를 만들고, 학부모님께 드릴 안내장을 만들고, 자리 배치표를 만들고 청소 구역을 짜고. 수업 자료도 짠다. 방학동안 열심히 준비를 하려 했는데 어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게 벌써 다음주가 개학이다. 올해는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1. 미안함

  새학기 준비를 하며 내 마음에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미안함이다. 작년에 나를 만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두서 없는 수업과 예고 없던 수행평가. 이론을 설명할 때 너무 어렵게 해서 알아듣지 못하고 벙찌던 아이들의 표정이 생각난다. 나는 아직 아이들 수준에 맞게 설명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하는데 못 알아들은 표정이다. 이 정도면 많이 말 한 것 같은데, 싶으면 또 손을 들고 나를 부른다. '선생님 이거 모르겠어요.' 그래도 모른다고 물어보는 애들은 양반이다. 모르겠다며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애들에 비하면..

  올해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나은 수업을 하고, 더 재밌는 경험을 만들어주고싶다. 꼭!!! 


2. 두려움

  작년 이맘때, 나는 합격 소식을 듣고 눈물을 찔끔거리며 기뻐했지만 설렘은 며칠 못갔다. 2월 둘째주부터 출근과 동시에 쏟아지는 업무와 어려운 말들에 정신이 쏙 빠져 약간 우울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일머리가 없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시작부터 실수 연발이었고 그게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2년차가 되면 좀 나아질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작년에 달랑 둘이었던 신규가 올해는 11명이 되면서 나는 막내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력자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 취급 받으며 학교 다니던 때는 다 갔다고 생각하니 약간 두렵다. 

하지만 나의 두려움은 곧 손님처럼 갈 것이다.-제주도에 있는 전이수 작가 전시회에서

3. 외로움

  크게 외로움을 느끼는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타지 생활은 녹록치 않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뻗어버리기 바빠서 제대로 된 밥 챙겨먹는 것이 힘들다. 매일 배달을 시켜먹기도 그렇고 사먹기도 질리고. 식사는 죽기 직전까지 나를 따라다니는 숙제같은 느낌이다. 한끼에 영양분과 포만감까지 해결되는 알약 빨리 개발 안되나? 

  일과가 유난히 버거운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집이 그립다. 그런 평일을 보내고 두시간을 달려 본가에 오면 부엌에서 나는 접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할머니 방에서 새어나오는 티비 불빛이 위로가 된다. 인간의 외로움은 근본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 중얼거리며 일요일 오전에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4. 설렘

  그래도 작년보다는 조금 더 많이 아는 내가 되었다. 올해는 더 많이 알아갈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한다. 또 어떤 인연이 찾아올지, 어떤 취미를 만나게 될지, 어떤 일화를 만들어 나갈지.


5. 다짐

  이것만은 꼭 지키겠다는 다짐을 한다. <긍정적으로 살아갈 것!> 무한한 긍정과 낙천. 불평불만하지 않기, 어떤 것에 깊이 매달려 걱정하지 않기. 법륜스님의 유명한 강의 제목처럼 올해를 살아보려고 한다. 인생은 가볍고 즐겁게~ 

HAVE A NIK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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