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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pr 27. 2023

환상의 나라, 애버랜드로

찰나일지 모르는 순간의 연속 안에서

  애버랜드라고는 고등학교때인가, 중학교때인가 수학여행으로 가 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놀이기구를 무서워한다. 수학여행으로 갔던 애버랜드에서 가장 무섭다는 티 익스프레스를 타려고 거의 2시간을 기다렸다가 기구에 올라타기 직전에 다시 걸어서 내려왔었다. 사람 많은 것도 싫고, 기다리는건 더 싫고, 돈 내고 고문당하는 이유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어서 애버랜드를 비롯한 놀이공원은 수학여행 이후 발길을 끊고 살았다. 그러다 2년전 쯤엔가 우연히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나만 놀이공원에 자발적으로 가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롯데월드에 갔다. 하지만 발길을 끊고 산지가 너무 오래되었던 탓일까, 롯데월드에 가겠다는 의지가 부족해서였을까, 표를 사는 줄을 서다 말고 돌아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그 정도가 ‘누구나’보다 심한 편이다. 하기 싫은 것이 있다면 절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그런 내가 정의한 ‘하기 싫은 것’에는 ‘사람 많은 것, 기다리는 것,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 모두 있었으니 나는 놀이공원에 갈 일이 오랫동안 없었다.      


  엄마가 죽고부터 나는 웬만하면 모든 것에 오케이 하게 되었다. 인생은 짧고 안 해본 것은 많으니 닥치는 대로 ‘오케이’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한다. 안 해본 것이라고 영원히 안 해보고 죽을 순 없지. 무서워서 피했던 것이라면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기 싫다고 생각해서 내키지 않았다면 하고 싶다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마침 지난주 주말, 애버랜드에서 교직원 초청 행사를 열어 모든 교직원들이 무료로 입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음으로 나는 즐겁고 활기차게 애버랜드로 향했다.    

  

  맨 처음 탔던 놀이기구는 티 익스프레스였다. 이번에는 줄을 서다 말고 되돌아 내려오지 않았다. 나름 용감하게 올라타긴 했지만 함께 간 이의 팔뚝에 얼굴을 묻어야만 했다. 내려오는 그 짜릿한 느낌이 고통과 쾌락 사이를 넘나들었다. 어쨌거나 나는 또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냈구나.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덜 무서운 것 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도전한 끝에 온갖 놀이기구를 다 타보고, 폐장 할 때까지 아주 열심히 놀다가 나왔다. 마지막 불꽃놀이를 보며 행복에 겨운 눈물을 삼켰다. '이 순간을 잊지 말아야지.'


  엄마와 코타키나발루에 갔었다. 엄마가 죽던 해였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코로나가 시작되고 있던 때였다.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많은 사람들이 취소를 했지만 엄마와 나는 그냥 다녀오기로 했다. 그 비행이 엄마와의 마지막 비행이었고, 그 여행이 엄마와 마지막 여행이었다. 그 여행을 취소했더라면 나는 두고두고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아직도 가슴 깊이 한다.      


  삶은 그렇다. 찰나일지 모르는 순간의 연속이다. 일단은 하고 보자. 마지막 순간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환상의 나라 애버랜드로, 함께 간 사람이 좋아서 더 행복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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