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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Jun 08. 2023

나는 항상 하늘을 날고싶었어

  날개가 없지만 도구의 도움을 받아 아주 잠깐 하늘을 날았다. 언젠가 다시 태어나면 무엇으로 태어나고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바람 혹은 새라고 답했다. 형태 없는 바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누구에게도 소유될 수 없고 자유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새가 되어 구름 위와 구름 아래를 번갈아 날아보고도 싶었다. 인간은 본래 허락되지 않는 것에 욕심을 내는 법. 그래서 날고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면서 사는게 아닐까?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패러글라이딩에 도전! 높은 것을 무서워 하는 나의 한계를 깨보고싶었다. 살면서 내가 '싫다'고 말했던 것들을 하나씩 '좋아'로 바꾸는 중이다. 해보니 막상 별 거 아니었다. 


  먼저 높은 산 정상까지 차로 올라간다. 도착하면 무릎에 보호대를 차고 머리엔 헬멧을 쓴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혹여 벗겨질까봐 '이거 벗어야 해요?' 했더니 '아니요, 오히려 좋아요!'라고 하셨다. 겉옷을 준비해가길 잘했다. 아니었으면 거기서 주는 형광색 쫄쫄이 티를 입을 뻔 했으니까. 옷을 다 챙겨입고 등, 허리에 패러글라이딩 날개(?)를 달수 있는 가방을 맸다. 뒤에는 나와 함께 타주는 전문가 선생님이 계신다. 등, 허리 쪽에 날개(?)를 연결했다. 그리고 산 정상에서 바람을 맞는 방향으로 앞을 향해 걸어나가라고 했다. 

저 남자 둘이 있는 방향으로 쭉 걸어나가면 금방 붕 뜬다!

  '잘 안 걸어질거예요. 그래도 멈추지 말고 걸어나가세요. 뛸 필요 없어요. 걷기만 하면 돼요!' 


  순간 그 말이 조금은 문학적으로 느껴졌다. 멈추지 말고 걷기만 하면 돼요! 사실 매일의 일상도 그렇다. 힘들게 뛸 필요 없이 그냥 매일 걷기만 해도 어쨌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갔다면 된 거다. 


  하늘에서 산을 빼곡히 매운 나무들을 보니 하나로 연결된 초록색 이불 같았다. 확실히 땅에서 보는 세상과는 많이 다르다. 하늘 위에서 바람을 타고 날개를 이리 저리 조종하며 골프장을 살피고 전원마을을 살폈다. 

  

  하늘에 오르자 마자 머리가 스르르 도는 느낌이었다. '어, 저 어지러운 것 같아요.' 하자 마자 몸무게가 가벼우면 자꾸 뜨기만 하고 빨리 멀미를 하기 때문에 몸을 차갑게 해야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바람을 타자마자 장갑을 벗어 몸을 차갑게 했다. 자꾸 몸에 힘을 주면 더 어지럽다고, 뒤에 계신 선생님께서 몸에 힘을 빼고 엉덩이를 의자 안으로 밀어넣어 편하게 바람을 즐기라고 했다. 아래를 보는 것이 처음에는 아찔했다가, 나중에는 즐거워졌다. 순간순간 몸이 붕 뜨며 바이킹의 방향이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은 있었지만 실제 바이킹보다 훨씬 안무섭고 안정감이 있었다.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패러글라이딩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항상 날고싶어했던 나는 결국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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