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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Jun 21. 2023

여자 혼자 카자흐스탄 여행

도전과 모험같은 단어를 영원히 곁에 두고 살고싶다

  올 겨울, 7월 21일자 카자흐스탄행 비행기를 끊었다. 여행 계획을 말하다 보면 사람들이 되묻는다. '카자흐스탄? 거길 왜 가? 위험한 곳 아니야?' 생소한 이름이긴 하다. 러시아 아래에 있어서 그런가, 위험한 국가라고 생각되기도 하나보다. 생각보다 위험한 곳은 아니다. 아름답고 정 넘치는 곳이다. 곽튜브 여행 유튜브만 봐도 알 수 있다. 


  카자흐스탄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이렇다. 


  1. 직항 비행기가 나름(?) 싸다. 원래 터키에 가고싶어 한참을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를 찾아 헤맸었다. 그런데 비행기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25시간, 33시간짜리 경유 비행기가 아니고서는 170만원이 넘었다. 수수료나 세금 붙으면 더 비싸진다. 비행기값으로 180만원가량을 소비할 여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33시간을 경유할 수 있을까 생각 해봤다. 전에 미국행 비행기를 케나다 경유로 끊었다가 12시간동안 벤쿠버 공항에서 노숙을 한 적이 있었다. 미국은 특히나 비자 검사가 깐깐하기로 유명한데, 입국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여유있다고 생각했던 경유지에서의 2시간이 한참 모자라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놓쳤고, 경유시간은 12시간으로 쭉 늘어나버렸다. 당시에 한국인은 벤쿠버에 비자발급 없이도 머물 수 있었고, 나는 운이 좋게 벤쿠버 땅을 밟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달 뒤부턴가, 한국인도 비자가 있어야 벤쿠버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는 법안이 생긴다고 했다. 여권에 찍힌 단풍잎 모양의 도장을 보면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무튼, 경유의 노숙경험 때문에 나는 경유 없는 직항 비행기 위주로 찾아보다 80만원에 갈 수 있는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에 가게 되었다. 


  2. 중앙아시아의 추억이 좋았다. 작년 몽골로 떠났던 여행은 나에게 꿈보다도 더 꿈같은 경험이었다. 양고기를 아주 좋아해서 허르헉(양고기를 쪄서 먹는 몽골 전통음식)도 정신줄을 놓고 먹었었다. 몽골의 초원과 열악한 환경 덕에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는 그 느낌도 참 좋았다. 우산을 펼쳐 화장실로 사용하는 정겨움도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는 완전히 낯선것은 아니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만족스럽게 행복할 것 같다는 직감이 왔다. 


  3. 새로운 여행이 해보고싶었다. 동남아에서 즐기는 물놀이, 열대 과일같은 휴양식 여행은 어딘가 나의 도전정신과 모험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물론 몸과 마음이 편하고 좋긴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추억이 즐거움은 되어도 낭만은 안되었다. 거미가 이불 위로 기어다니는 게르에서 잔 기억이, 세부의 따뜻한 바다를 헤엄치던 기억보다 훨씬 낭만적으로 남아있으니 말이다. 남들이 안가고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을 내 발로 밟으며 걸어다니며 마치 내가 탐험가가 된 듯 한 기분을 느끼고싶었다. 


  몇 주 전 일이다. 우연히 공문을 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6주 과정으로 특수외국어 배우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래는 특수외국어로 진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인데 일반인도 참석할 수 있다고 해서 냉큼 카작어(카자흐어) 수업에 수강신청을 했다. 마침 나의 공강시간과 맞물려 느긋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카자흐어로 간단한 인사를 하는 법이나 문화를 배우기에 아주 좋은 기회였다. 내가 카자흐스탄에 가는것이 운명인가? 싶게 느껴질 정도로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 자리 맨 아래칸 서랍에는 여행, 도전, 모험같은 것들을 넣어 두었다. 일상 중간중간에 서랍을 열어 카자흐어 수업 자료와 함께 내가 이번 여행에서 묵을 호스텔 바우처와 이티켓을 보며 나의 열정과 젊음을 확인한다. 나는 두 발로 이렇게 많은 땅을 밟을 수 있고, 두 눈으로 이렇게 많은 것을 볼 수 있구나. 


읽기도 힘든 카자흐어ㅋㅋ 그래도 열심히 공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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