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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ug 16. 2023

여행, 달면 뱉고 쓰면 삼키는

  굴곡진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곧게 뻗은 직선 보다는 굽이치듯 오르내리는 곡선 같은 인생이 더 아릅답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한다. 엄마도 ‘팔자가 이렇게 사나워도 되나요.’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남기고는 세상을 떠났다. 나의 인생을 위로하는 것은 곧 엄마의 인생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하다. 너무 쉽기만 한 길은 멋이 없는 법이라고, 가끔 내 어깨에 짊어진 것들이 무겁게 느껴질 때면 나는 나를 그렇게 위로하곤 한다.    

 

  하지만 대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나다. 다시는 올라올 수 없을 것 같이 깊은 구렁텅이에 나를 몰아 넣는 것도 나요, 그곳에서 건져 다시 빛을 쬐이는 것도 나다. 사람들은 보통 사고같이 일어난 어떤 일을 그냥 흘러가게 두지 않고 곱씹고 되새기며 비관하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리며 미리 걱정을 한다.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점점 캄캄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타인이, 환경이 나를 괴롭게 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나였던 것이다.      


  살다 보면 다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뿐이다. 모든 일의 무게를 가벼이 하여 ‘그럴 수 있지’라 말하고 넘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나는 깊은 우물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든 뭍으로 올라와 볕을 쬘 수 있다. 부모님의 이혼이 그랬고, 엄마의 죽음이 그랬고, 가족 간의 불화, 친구와의 다툼, 애인과의 이별, 시험에서의 낙방과 같은 모든 고난이 그랬다. 삶의 무게를 가벼이하여 그저 인생이라는 파도에 몸을 맡길 뿐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나는 여행을 해도 쉬운 곳은 어쩐지 싫다. 몽골이 그랬고 카자흐스탄이 그랬다. 택시에 올라 곧바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싫고 두 발로 걸어 가는 것이 좋았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같이 보장된 맛은 싫고 읽을 수도 없는 메뉴판을 주는 식당이 좋았다. 삶은 여행이라 했던가, 여행과 삶을 구분할 수 없게 나는 어딜 가나 굽이치는 곡선과 굴곡이다. 하지만 나는 그 고생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달면 뱉고 쓰면 삼키자. 앞으로 내가 넓힐 모든 세계를 나는 바퀴보다는 두 발로 가겠다 다짐한다. 비가 오면 달게 맞고 바람이 불면 온몸으로 끌어 안아도 좋겠다 생각 한다. 

  여행이라는 삶, 삶이라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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