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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Sep 12. 2023

아니오,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애디트 피아프의 삶 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꼭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느냐 물으면 ‘파리’라고 답한다. 그리고 몽마르뜨 언덕에서 샀던 오르골은 아직도 보물 상자에 들어있다. 그 오르골을 통해 나는 ‘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라는 곡과, 그 노래를 부른 ‘애디트 피아프’라는 가수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애디트 피아프라는 가수를 몰랐는데 엄마가 알려줘서 처음으로 이름을 듣게 되었고, 이후에 임용 공부를 하면서 피아프가 20세기 샹송 가수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르골이라는 악기, 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라는 샹송, 애디트 피아프라는 가수. 나는 파리에서 처음으로 보거나, 들은 것이 많아 아직도 그곳이 낭만으로 기억된다.      

  이번 학기에는 나의 여행 경험을 음악과 합친 수업을 하고 있다. 몽골의 전통 창법 흐미, 인도네시아의 가믈란, 프랑스의 샹송 같은 것들로 수업을 꾸려보았다. 맨 마지막 시간이 프랑스인데, 애디트 피아프의 삶과 대표적인 샹송을 들려주면서 나는 몇 번이나 울컥했다. 웃기지만 내 수업에 제일 감동을 받는 사람은 나인 것 같다.      

  la vie en rose는 피아프가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쓴 가사이다. 그래서 정말 낭만적이다. 들으면 나의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 순간을.      


Il est entré dans mon cœur

그가 내 마음에 들어왔어요

Une part de bonheur

행복의 조각이에요

Dont je connais la cause

난 그 이유를 알죠

C'est lui pour moi, moi pour lui dans la vie

나를 위한 그가 있고 제가 그의 인생을 위해 있어요     


  피아프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버려졌고,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낸 뒤 가수로 성공했다. 여러 남자를 만났으나 그중 제일 사랑했다고 꼽았던 사람을 비행기 추락사고로 잃었고, 이후로 한 번, 두 번, 계속해서 거듭되는 교통사고로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었다. 몸을 가누지도 못 할 만큼 쇠약해진 상태로 죽기 2년 전에 발표한 노래가 ‘Non, Je Ne Regrette Rien(나는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이다. 피아프는 이 곡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오, 그 무엇도, 아무것도. 아니오,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Ni Le Bien Qu'on M'a Fait, Ni Le Mal

사람들이 내게 준 것이 행복이건 불행이건 간에.


  언젠가 법륜스님 강의를 들으며 인상 깊었던 내용 중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것에 부정 혹은 긍정의 감정을 싣지 말고 그냥 사건 그대로, 현상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별이든, 육체의 고통이든, 사랑이든, 행복이든 자신의 삶 앞에 펼쳐진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 노래의 가사가 법륜스님의 강의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내 삶의 많은 것들에 감정을 불어넣고 있다. 그래서 아직 이 삶이 버거울 때가 많다. 하지만 끊임없이 모든 것들을 가벼이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이, 세상이 나에게 주는 것들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것이 행복이건, 불행이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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