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결혼을 할 것 같기도 하다. 결혼에 대하여, 언젠가 할 수도 혹은 평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또 한 편으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나도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마침내 하게 되었다. 엄마는 종종 나에게 말했다. ‘결혼은 안 해도 애는 낳아봐. 그 행복을 못 느껴보는 건 너무 아쉬워.’ 뭐 아이만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나는 이왕이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 이러다 종국에는 결혼을 안 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결혼이라는 곳으로 향하는 나의 작고 큰 모든 단계와 감정들을 기록하고 싶기에 이 글을 쓴다.
올 초부터 같은 학교 선생님과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다. 반년 정도 만났고 만난 지 3개월쯤 되었을 때부터 아빠에게 결혼 생각이 있다고 조금씩 흘렸다. 그리고 어제 아빠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해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어제의 만남을 약속하기 전부터 아빠는 나의 결혼 이야기에 복잡한 마음인 것 같았다. ‘갈 때 되면 가야지.’ 하며 덤덤하다가도 ‘벌써 이렇게 되었나?’ 하며 서운하기도 하고. 무정히도 세월은 흘러 아빠는 환갑을, 나는 서른을 바라본다. 그런 건 없다지만 결혼할 나이가 되기는 되었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긴 만났다.
엄마의 부재가 나에게는 결혼의 씨앗이 되었다. 엄마가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나의 생명을 담보로 엄마가 살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나의 죽음을 불사하며 타인의 죽음을 막고 싶을 만큼 사랑한다는 것. 가족은 무엇이길래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걸까, 나는 엄마가 죽고 한참을 지나 엄마와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살아생전에 한 번이라도 그런 관계를 맺어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자 행운이 아닐까 싶다.
결혼을 향하여,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꿈꾸고 있다. 얽히고 섥혀 서로의 인생에 깊게 관여하고 전부를 약속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