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가 수술을 했다. 몸 어딘가에서 혹이 자라고 있어 수면 마취를 하고 혹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다. 나이 서른. 이제 몸 어딘가에 혹들이 자라날 시기인가? 보호자 없이 홀로 수술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갈 친구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먹을 것을 이것 저것 보내주었다. 친구는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 다음 날 내가 사준 고기를 직접 구워 먹었다. 맛있다며 보내 온 사진에 왠지 뿌듯했다.
얼마 뒤 택배 하나가 도착했다. 친구가 보낸 고구마였다. 먹어 보니 너무 맛이 좋아서 너도 먹었으면 좋겠다며 나에게 보내온 고구마 한 박스. 크기는 얼마나 크고 실하기는 얼마나 실한지 1인 가구 자취생이 가진 에어프라이기에 고구마를 딱 하나 넣었더니 가득 찼다. 두 개는 안들어간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물하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누군가의 먹는 모습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을 나는 나이를 먹어 가며 조금씩 경험하고 있다. 월급날 가족들을 불러 ‘내가 한 턱 쏜다.’며 식당에 데려갈 때, 친구에게 소고기를 사줄 때. 나의 마음이 그들의 목구멍을 넘어 배를 채우고 마음을 채우는 것만 같다.
친구가 사준 고구마를 에어프라이기에 돌려놓고 운동을 다녀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군고구마 냄새가 느껴졌다. 혼자 사는 자취방이 아니라 여럿이 사는 가정집 냄새가 났다. 포근하고 따뜻한 겨울 냄새, 부산에서 여기까지 따라 올라 온 친구의 냄새. 고구마는 따뜻하게 내 목구멍을 넘어 배를 채우고 가슴을 채웠다. 더 없이 든든하다. 무엇보다도 친구가 건강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