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 공연
나는 아직 책에서 여행 정보를 찾는 것이 더 편하다. 어릴 때 부터 컴퓨터에 능숙하지 못하기도 했고, 책을 좋아하기도 한 것이 그 이유이다. 여행을 가기 전엔 그 나라에 관한 책을 적어도 한 권 정도는 읽어 보는 것이 내가 꼭 하는 여행 준비 중 하나이다.
이번에는 터키 전역을 훑으며 두 달 전부터 틈틈이 터키 여행에 관한 책을 읽었다. 관광지와 먹거리뿐 아니라 역사, 장소에 얽힌 숨겨진 뒷 이야기까지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많고 많은 곳 중에 나의 마음을 왼전히 사로잡은 공간이 있었다.
내가 방문하는 부르사라는 도시에는 세마(이슬람 신비주의 무용으로, 전통 음악과 함께 공연)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문화센터가 있다는 것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일간 매일 20:30경에 가면 된다고 해서 당장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이 약간 으슥해서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근처에 도착하니 음악 소리가 나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여자는 2층, 남자는 1층에서 관람할 수 있고, 여자라면 히잡을 둘러 머리카락을 가리는 것이 예의라고 책에 적혀있어서 미리 스카프를 챙겨갔다.
악단은 타악기와 관악기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무용수(?)들으 한 자리에서 30분 넘게 빙글빙글 도는데 보고 있기만 해도 어딘가 신비로운 곳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의식의 순서가 있어 마지막에는 기도문을 읊으며 중간중간 아멘이라고 다 함께 외치기도 한다. 관람객들도 손 모양을 같이 하여 아멘이라고 외친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문화센터의 직원으로 보이는 분께서 터키 전통 음료 차이(홍차)를 각설탕 두개와 함께 나눠주신다. 이슬람을 믿지 않는 외지인도 정말 반갑게 맞아주셔서 기분이 참 좋았다. 정말 따뜻한 부르사다.
공연을 보고 어두워진 골목길을 통해 숙소로 걸어 가는 길에 나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겨우 반나절만 날아오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이 세상에서, 나는 너무 작은 것들에 연연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듣고 보는 것. 여행이 주는 ‘낯섦’이라는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