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잘’ 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 한 사람을 ‘오랜 기간’ 만나는 것 등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얼마나 매력적인가’가 연애를 ‘잘’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바탕으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비결을 적어보려고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일 뿐 정답은 아니다. ‘니가 연애를 몇 번이나 해봤다고 연애 잘하는 법을 글로 써?’라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이상하게 연애가 쉬웠다. 마음을 먹은 이상 웬만한 남자들은 다 내 뜻대로 되었다. 항상 그랬던 건 아니고 어떤 일을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데 여기서 그 ‘계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이 정답은 아니다. 그냥 내가 겪어보니 그렇다는 거다.
엄마의 죽음을 기점으로 나의 연애는 술술 풀렸다. 그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누군가를 만나기도 쉬워졌고, 헤어졌다고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다. 끝내자는 상대를 붙잡고 늘어지는 일도, 해결되지 않는 감정을 안고 힘들어하는 일도 더 이상 없었다. ‘나를 좋아해?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안돼? 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뭐야?’ 같은 질문들을 숱하게 했던 나였다. 남자친구와 싸운 날 혹은 헤어진 날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앉아서 울기만 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엄마가 떠난 뒤, 연애 활동 속 나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저 사람이다’라고 마음만 먹으면 관계는 쉽사리 진전되었다. 소개팅에서 만났건, 직장에서 만났던, 상대 이성은 나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듯했다. 이유가 뭐였을까? 나는 그것이 ‘여유’라고 확신할 수 있다. 전엔 없었고, 이젠 있는 것. 여유이다.
죽음은 아주 가까이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또 나의 옆에도 언제나 찰싹 붙어있다는 것을 경험한 나는 ‘여유’를 얻게 되었다. 세상에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하든, 어떻게 살든 ‘그렇게 될 것’이 있고 ‘안될 것’이 있다는 것을 뼈에 사무치게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성은 타인이다. 타인의 마음 그러니까 나를 향한 사랑의 깊이, 진심의 여부 같은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될 것’이 있고 ‘안될 것’이 있다면 전자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될 것’에는 주로 나의 커리어, 나의 건강, 나의 지식 같은 것이 있다. 타인의 마음은 후자(‘안될 것)’이니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단순하게 말하면 ‘니가 날 안 좋아한다고 해도 별 수 없지 뭐.’ 하는 여유 있는 마음 상태로 임한다.
희한하게 그럴수록 이성은 나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는 듯했고, 나는 그것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여유는 나에게 이런 것을 가져다 주었다. ‘꼭 니가 아니어도 돼, 혼자여도 좋아,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어느 날 남자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너는 나랑 헤어져도 새벽에 수영을 갔다가 오후엔 책도 읽고 그럴 것 같아.’ 나는 맞다고 답했다. 그것이 나의 연애 비결이자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실 알고 보면 이성뿐 아니라 모든 인간은 스스로 굳건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고난의 경험을 통해 여유를 배우고부터 휘몰아치는 연애의 감정을 즐기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 모두가 ‘엄마의 죽음’을 겪을 필요는 없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삶을 뒤흔들 만한 커다란 일을 겪고 나면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지게 마련인데, 나의 경우에는 그것이 나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누군가의 아픔 혹은 고통 또한 언제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하고도 싶다. 그러니 가슴을 활짝 열고 인생의 고난을 받아들이자. 어떤 방식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무조건 나를 더욱 향기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