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1월엔가 엄마의 지인께서 늦게서야 부고 소식을 들었다며 내게 전화를 걸어오셨다. 이게 무슨 일이냐며 전화통을 붙잡고 한참 울다가 꽤나 가까운 경기권에 살고 계신 것을 알게 되어 그 분을 만나러 갔다 왔다. 그 날 수인분당선을 처음 타봤다.
함께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는데 그분께 카톡이 왔다. 카카오톡 <봉투가 도착했어요> 라는 메시지였다.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차마 마음이 아파 부조금이라고는 못하겠고 그냥 용돈하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지하철에 사람이고 뭐고 안보이고 눈물이 줄줄 났다. 마스크 안으로 눈물 줄기가 세차게 들어오고 콧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그냥 소매에서 얼굴을 못 떼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그렇게 우는데 갑자기 앞자리에 앉아있던 남자가 내 옆으로 와서 물티슈를 내밀었다. 눈물은 그렇다 쳐도 콧물이 너무 급했기 때문에 일단 감사히 받아 콧물을 훔쳤다. 그리고 그 남자는 핸드폰 메모장에 글씨를 써서 나한테 보여주었다.
-저도 오늘 정말 울고 싶은 날이었는데, 진짜 우는 분을 보아서 깜짝 놀랐어요. 블라블라(뒤는 생각이 안남)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 하며 마음이 뭉클해서 몇 번 더 크게 어깨를 들썩이고 나서는 울음을 그쳤다. 몇 장 안 남았던 그 사람의 물티슈를 내가 다 썼다. 강남역에서 버스로 환승을 하려고 내렸더니 그 남자도 거기서 내린다길래 나란히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가벼운 말을 몇 마디 주고받았다. 그런데 아까는 분명히 지하철 환승을 한다고 한 이 남자가 나를 따라 출구 개찰구에 카드를 찍는 것이다.
“지하철 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네 그렇긴 한데..”
그리고 이어지는 말들이 뻔해도 너무 뻔해서 웃겼다. 저 평소에는 수인분당선 잘 안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만나서 정말 신기하네요.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 아닌가요? (어쩌고 저쩌고)
대충 얼버무리고 감사하다고 말한 뒤 버스에 올랐는데 어이가 없어서 좀 웃겼다. 눈물 콧물 짜면서 울고 있는 여자한테 그런 말을 하고 싶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습관처럼 카카오톡을 켰더니 <봉투가 도착했어요>라는 메시지가 그대로 떠 있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슬프고 눈물이 났는데 지금은 어이없음에 웃고 있는 나였다. 그래도 그 남자 덕분에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더 이상 울지 않았으니 귀인은 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