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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pr 21. 2021

지하철에서 내 눈물을 닦아준 남자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1월엔가 엄마의 지인께서 늦게서야 부고 소식을 들었다며 내게 전화를 걸어오셨다. 이게 무슨 일이냐며 전화통을 붙잡고 한참 울다가 꽤나 가까운 경기권에 살고 계신 것을 알게 되어 그 분을 만나러 갔다 왔다. 그 날 수인분당선을 처음 타봤다.


  함께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는데 그분께 카톡이 왔다. 카카오톡 <봉투가 도착했어요> 라는 메시지였다. 전화를 걸어보았더니 차마 마음이 아파 부조금이라고는 못하겠고 그냥 용돈하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지하철에 사람이고 뭐고 안보이고 눈물이 줄줄 났다. 마스크 안으로 눈물 줄기가 세차게 들어오고 콧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그냥 소매에서 얼굴을 못 떼고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그렇게 우는데 갑자기 앞자리에 앉아있던 남자가 내 옆으로 와서 물티슈를 내밀었다. 눈물은 그렇다 쳐도 콧물이 너무 급했기 때문에 일단 감사히 받아 콧물을 훔쳤다. 그리고 그 남자는 핸드폰 메모장에 글씨를 써서 나한테 보여주었다.     

 

  -저도 오늘 정말 울고 싶은 날이었는데, 진짜 우는 분을 보아서 깜짝 놀랐어요. 블라블라(뒤는 생각이 안남)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 하며 마음이 뭉클해서 몇 번 더 크게 어깨를 들썩이고 나서는 울음을 그쳤다. 몇 장 안 남았던 그 사람의 물티슈를 내가 다 썼다. 강남역에서 버스로 환승을 하려고 내렸더니 그 남자도 거기서 내린다길래 나란히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가벼운 말을 몇 마디 주고받았다. 그런데 아까는 분명히 지하철 환승을 한다고 한 이 남자가 나를 따라 출구 개찰구에 카드를 찍는 것이다.      

  “지하철 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네 그렇긴 한데..”     


  그리고 이어지는 말들이 뻔해도 너무 뻔해서 웃겼다. 저 평소에는 수인분당선 잘 안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만나서 정말 신기하네요.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 아닌가요? (어쩌고 저쩌고)     


  대충 얼버무리고 감사하다고 말한 뒤 버스에 올랐는데 어이가 없어서 좀 웃겼다. 눈물 콧물 짜면서 울고 있는 여자한테 그런 말을 하고 싶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습관처럼 카카오톡을 켰더니 <봉투가 도착했어요>라는 메시지가 그대로 떠 있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슬프고 눈물이 났는데 지금은 어이없음에 웃고 있는 나였다. 그래도 그 남자 덕분에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더 이상 울지 않았으니 귀인은 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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