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탐구-'야외배변'편

by 비유리

아빠는 날마다 팬티만 입고 뛴다. 어릴 때는 그게 이상한 것인지 몰랐다. 이상한 행동인지 아닌지 생각해 볼 생각 자체를 안해봤다. 아빠는 은근히 웃긴 사람이다. 본인이 웃긴지 몰라서 더 웃긴 사람이다. 어떨 때 아빠가 특히나 웃긴지 말해보겠다.


아빠는 기본적으로 야외 배변이 습성인 사람이다. 환갑이 된 요즘은 집에서 똥을 누기도 하는 것 같은데 적어도 내 주민등록증이 편의점에서 제 기능을 찾기 전까지 나는 아빠가 집안 변기에서 똥을 누는 것을 본 기억이 전혀 없다. 정말 하나의 과장도 보탬 없이 아빠는 그야말로 사방이 뻥 뚫린 바깥에서 쪼그리고 앉아 똥을 누는 ‘야외 배변’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런 가정교육 아래 나 또한 야외 배변을 숱하게 해왔다. 거기에는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었는데 첫째는 나는 어릴 때 과수원에서 많이 놀았는데, 과수원엔 똥을 누면 물이 쏴 내려가며 그 똥을 처리해 줄만한 변기가 없었던 탓이고, 둘째, 과수원에서 집까지 달려가서 똥을 누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약간 추운 날에 밖에서 똥을 누면 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갓 나온 똥을 보자면 더러운 것이라는 느낌보다는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굉장히 가깝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의 나는 따끈한 똥을 누고 나면 나뭇가지로 내 똥을 쑤시며 놀았다.(더러워서 죄송)


아빠는 야외가 아니면 똥이 잘 안나온다고 했다.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 없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트렁크 팬티를 입고 4km 러닝을 하는데(첩첩산중 시골마을이라 지나다니는 이가 없고 부림홍씨 집성촌이라 지나다니는 이가 있다 하여도 피 섞인 가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팬티만 입고도 러닝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팬티만 입고 러닝을 하는 것은 이상하고 웃긴 일이긴 하다.), 출발 전에 손에 휴지를 꼭 챙긴다. 러닝 포인트 중 배변 장소가 있는데 그곳에 들러서 똥을 누고 다시 러닝을 재개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배변 장소는 주로 강가다. 강에 들어서는 길목인데 그 곳에는 아빠의 똥 무덤이 지뢰처럼 곳곳에 자리해 있다. 한 번씩 강물이 범람하면 깨끗하게 똥을 치워준다.


아빠는 어휘력이 남다른 사람이다. 사전에도 안나오는 토속 사투리를 굉장히 심도깊게 구사한다. 사투리 말고도 보통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고급 단어들을 한번씩 내뱉을 때가 있는데, 도대체 그런 말은 언제, 어떤 경로로 알게 된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심지어 카톡으로 이야기할 때는 꾸역꾸역 ‘-느냐’같은 말투를 쓴다. ‘어디를 가느냐, 하지 않느냐’ 같은 식이다. 아빠가 화가 나거나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 하는 말이 있는데

‘이-(혹여 헷갈릴까 적는다. ‘아’가 아니고 ‘이’다. 타박을 주는 추임새다.) 이새끼가마탁때리뿔라마’다. 띄어쓰기도 적용하고 해석도 해보자면 이런 뜻이다. ‘이 새끼를 탁 때려버릴까보다.’

아빠 성대모사를 곁들여 이 말을 하면 엄마는 웃겨 죽으려고 했다. 10번을 흉내 내면 어김없이 10번 모두 자지러지게 웃어 재꼈다. 아빠를 싫어하면서 그 말은 웃긴가보다 생각하며 엄마가 좋아하니까 여러번 연달아 흉내를 내곤했다.


이 글을 시작하며 문득 아빠에 대해 탐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빠에게 왜 똥을 밖에서 누냐고 카톡을 보내놨는데 '아빠 똥을 기다리는 영강에 산짐승들이 많다. 같은 장소에 똥이 다음날은 분명 없어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진짜 짐승들이 아빠의 똥을 먹는 것일까? 대체 어떤 종류의 짐승들이 인간의 똥을..? 강물이 치워주는 줄 알았는데..?

확인할 길이 없다. 그것 또한 웃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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