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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Oct 03. 2021

착한게 뭔데?

  나는 어릴 때 부터 착하다는 말 보다는 못됐다는 말을 더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착하다는 말을 듣고싶어 하지도 않았거니와 누군가가 나에게 다른 사람을 '착하다'고 소개할 때면 착하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고찰하곤 했다. 나는 '착하다'는 말이 뭐라 자세히 장점을 꼽기는 어려울 때, 애매한 사이일 때 하는 말 쯤으로 생각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까.

'착한게 뭔데?'


  엄마를 보내고 나서 두 달쯤 뒤에 친구를 만났다. 선물 꾸러미를 받았고 집에 와서 열어보니 액자가 들어있었다. 발인 날 엄마 무덤에서 나비가 한참을 빙글빙글 돌다가, 친구 발 앞에 잠시 앉았다가, 멀리 날아갔다고 했다. 마치 엄마 모습 같아서 사진으로 남겨 놓았다가 액자로 만들었단다. 친구가 된 지 10년만에 나는 느꼈다. 그 친구가 정말 착하다는 것을. (그동안 친구는 나에게 선물을 많이 했었는데 주로 사소한 것들이었고 솔직히 받으면서도 이걸 쓸 일이 있을까 싶은 것도 있었다. 10년만에 이런 생각을 했다니, 친구에게 좀 미안하다.) 특히 친구는 나에게 요즘 기분은 어떻냐는 안부를 자주 물어왔다. 착한게 뭘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위해 내가 어떤 것을 해줄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모여 한 사람을 이루면 그게 착한 사람인 것 같다.


  작년 8월, 부산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새벽 4시에 출발해 서울까지 나를 보러 와 준 친구가 있다. 그 먼 길을 오면서 다른 짐도 많은데 단호박 7개를 종이가방에 담아 왔다. 설상가상 비가 한바탕 쏟아져서 종이가방이 찢어졌고 서울역 한 복판에서 단호박 7개가 데굴데굴 사방으로 굴러다녔다. 그걸 주워 담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얘는 뭘 이런걸 다 들고왔대?' 다음 날, 친구를 보내고 단호박 하나를 쪄 먹어봤는데 세상에, 내가 여태껏 먹어본 단호박 중에 제일 맛있었다. 친구에게 당장 전화를 해서 이 얘길 하니 웃으면서 친구가 말 했다. '봐봐 맛있지? 너 단호박 좋아한다고 해서 꼭 주고 싶었어.' 그리고 그 친구는 올 여름에도 우리 집으로 단호박을 부쳐주었다. 7개보다 더 많이. 나는 이 친구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배워가고 있다. 배려는 이렇게 하는거구나, 사랑은 이런거구나. 좋은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싶다.


  남자친구네 집 침대는 싱글이다. 끼여 자다가 잠결에 내가 팔을 한 번 뒤척이니까 남자친구가 자기 팔을 슥 치우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번뜩 잠이 깨서 남자친구를 보니 침대 끝에 걸쳐 몸을 반쯤 접은 상태로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고마워서 순간 마음이 울렁했다. 못 참고 남자친구를 깨워 나 편하라고 팔을 치운거냐 물으니 잠결이라 잘 기억이 안난단다. 나는 잘 때 조금만 걸리적거리게 해도 짜증부터 나는데,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지? 아, 이걸 묻자고 나는 또 자는 사람을 깨웠구나. 정말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야.ㅜㅜ


  나도 이제는 착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고  깊은 사람이 되고싶다. 나는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 되고싶다!!


이건 다른 친구네 갔을 때 인데 친구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나 먹으라고 차려놓고 간 밥,, 너무 따뜻해서 눈물 난다 흑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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